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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공룡트림] 다름의 소중함을 이야기 하는 그림책 세권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달라, 얼굴 생김새도 다르고 생각도 달라. 물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도 다르지. 그런데 사람들 중에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다르다는 것을 아예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어. 그래서 나와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미워하거나 무시하기도 하고 어떨 땐 사람 취급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그런 사람들에게는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생각들이 있는지를 똑똑히 알려 줄 필요가 있겠지?

이번에 공룡트림에서 소개하는 책들은 바로 다름을 존중하는 것에 대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그림책이야.

『온 세상 사람들』

먼저 소개 할 책은 『온 세상 사람들』(피터 스피어 글·그림/비룡소)이야. 이 책은 말 그대로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다른지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책이야. 사람들을 황인종, 백인종, 흑인종처럼 4가지 피부색으로 나누는 그런 바보 같은 책들과 달리 이 책을 보면 사람들의 피부색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알 수 있어. 그 뿐만 아니라, 눈의 모습, 코의 모습, 귀의 모습, 머리카락들도 각각 다르다는 것을 한눈에 볼 수 있지.

이뿐만 아니야. 온 세상 사람들이 얼마나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자세하고 알록달록한 색으로 모두 그려내고 있어. 물론 이 세상에는 이 책에 있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온 세상 사람들을 이렇게 다양하게 그려낸 책은 이 책이 처음인 것 같아.


또 이 책의 마지막 두 장의 그림도 흥미로워. 첫 번째 그림에는 세상의 모든 사람이 똑같을 때를 그리고 있고 두 번째 장에는 본래의 모습처럼 모두 다른 모습을 한 그림이 그려져 있어. 그리고 자연스럽게 모두가 똑같다면 세상이 얼마나 끔찍할지를 말해주고 있어.

이 책은 큰소리를 내서 주장하거나 강조하지 않아도 우리 친구들이 책장을 넘겨가면서 세상의 사람이 이렇게 다양한 삶과 다양한 생각을 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려줘. 그리고 자기 자신도 그 다양한 사람들 중에 하나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려 주는 아주 멋진 책이야.

『하나라도 백 개인 사과』

두 번째로 소개 할 책은 『하나라도 백 개인 사과』(이노우에 마사지/문학동네)야. 책 제목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 하는 친구도 있을 거야. “하나라도 백 개인 사과”라는 게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 걸까? 사과가 분신술이라도 쓰는 걸까 하고 궁금한 친구들도 있겠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모두들 백 개뿐만 아니라 만 개 아니 억 개도 될 수 있다고 말할 게 분명해. 왜냐고? 하나의 사과를 보고도 생각하고 느끼는 것은 사람들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이야.

똑같은 사과 하나를 보고도 바삐 출근하는 아저씨와 작곡가 언니의 생각은 서로 달라. 혹시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지만 정말 똑같이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왜냐고? 사람들의 생각은 사람들의 다양한 경험들 속에서 만들어지고 다듬어지는 과정이기 때문이지. 그래서 사람들이 본 것은 똑같은 사과 하나였지만 그걸 본 사람들의 생각들은 모두 각기 다른 거야.

『하나라도 백 개인 사과』는 흑백으로 그려진 그림에 눈에 띄게 빨간 사과 하나를 그려놓고 여러 인물들이 그 사과를 보고 생각한 것들을 보여주고 있어. 그리고 친구들에게 마치 이렇게 묻는 것 같아. “너희들은 이 사과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드니? 너희도 한 번 머릿속의 다양한 생각을 이야기 해 줘”라고 말이야.


지금까지 세상의 많은 어른들은 어린이들에게 무조건 한 가지만 생각하라고 강요해 온 적이 많아. 다양한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은 금지됐고 어른들이 말하는 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했어.『하나라도 백 개인 사과』의 빨간 사과처럼 한 가지 사과를 보고도 기발하고 다양한 생각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던 거야.

그래서 나는 우리 친구들이 이 책 『하나라도 백 개인 사과』를 읽고 사람들은 한 가지 사물이나 사건을 보고도 수많은 다른 생각을 한다는 사실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일들을 나만의 눈으로 보고 또 나만의 생각이 머릿속을 알록달록 채워 나가는 경험을 많이 하기를 바래.

『치킨 마스크』

마지막으로 소개 할 책은 『치킨 마스크』(우쓰기 미호 / 책읽는 곰)야. 이 책의 주인공 치킨 마스크는 스스로 잘하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아이야.

올빼미 마스크처럼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글씨도 지렁이가 기어 다니는 것 같아. 햄스터 마스크처럼 만들기도 잘 못하고 장수풍뎅이 마스크처럼 힘이 세지도 못해. 치킨마스크는 하고 싶은 것도 잘 하는 것도 없으니 자기 같은 애는 없는 게 낫다고 생각해.

하지만 정말 치킨 마스크는 세상에서 없어도 되는 친구였을까?


이 책을 쓴 분은 초등학교 선생님이래. 낮에는 선생님으로 일하고 밤에는 디자인학교를 다니며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해. 이 선생님은 자신감과 자존감이 부족한 아이들을 위해 따뜻한 격려의 마음을 담아 이 책을 완성했다고 해.

이 책은 자신감이 없는 아이에게 격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나다움’이란 무언가를 찾는 친구들에게도 권할 만한 책이야. 특히 누구처럼 자라야 한다는 말을 끊임없이 듣는 친구들이라면 더욱 필요한 책일 거야.

모든 사람이 공부를 잘 할 수는 없어. 모든 사람이 만들기를 잘할 수도 없고 모든 사람이 똑같이 힘이 세지도 않지. 사람마다 자신이 잘하는 것도 다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다 다르기 때문이야. 하지만 요즘 학교에서 보는 친구들은 모든 것에 만능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어른들의 등쌀에 너무 힘겹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여. 남들과 다른 자기만의 재능을 키워 나갈 수 없는 채, 낙오자가 되고 꿈을 잃어가는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이 모두 치킨마스크처럼 느껴지건 왜일까?

작은 꽃들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식물들을 기르는데 재주가 있는 치킨 마스크는 이미 채워져 있는 자신의 그릇을 발견하고 어느 누구도 아닌 나다움을 발견하는 순간 성장하고 행복감을 느끼게 돼. 그 순간이 어느 누구와도 같지 않은 소중한 나의 다름을 발견하는 순간이기 때문이지.

어때, 각기 다른 방식으로 다름의 소중함을 이야기 하는 그림책 세권을 본 느낌이? 비슷 한 생각과 느낌이 들기도 하겠지만 서로 똑같은 친구들은 당연히 한 명도 없겠지?

우리 친구들이 살아온 다양한 다른 모습과 삶만큼 그리고 생각의 다양함만큼 무럭무럭 자라나고 커가서 나다운 나를 만드는 꿈들이 하나하나 싹틔우는 그런 세상이 빨리 오면 좋겠어.
덧붙임

이기규 님은 인권교육센터 '들' 활동회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