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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인 인터뷰

‘노동자 건강권’이란 말에 가슴이 뛰는

거니 님을 만났어요

최근 자주 만나게 된 활동가가 있습니다. ‘다른세계로길을내는활동가모임’(이하 ‘길내는모임')이나 ‘기후정의동맹’의 여러 활동들에서 말이죠. 올해 사랑방 30주년 후원인 모집사업이 본격 시작되기도 전에, 후원 신청을 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거니 님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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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후원인들에게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이하 ‘한노보연')에서 작년 4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거니입니다.

한노보연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학생 때 ‘보건의료학생 매듭’(이하 ‘매듭’)에서 활동을 했어요. 매듭 활동을 하면서 한노보연과 만날 기회가 생겼죠. 그중에서도 ‘문송면·원진노동자 산재사망 30주기 추모조직위원회’와 ‘서울의료원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故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시민대책위원회’ 활동을 매듭에서 하면서 한노보연 활동가들과 만나게 됐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병원에서 일하게 될 수도 있었지만, 저는 사회운동 단체 활동을 하고 싶었어요. 마침 학교 교과과정 중에 ‘특성화 실습’ 시간이 있었는데, 저는 한노보연을 선택해서 6주간 실습을 하게 됐습니다. 한노보연 이름이 국책연구소 같은 느낌이어서인지, 학교에서도 실습으로 인정이 됐죠.^^ 그 경험이 좋았고, 그렇게 작년 2월에 졸업한 뒤 4월부터 상임활동가로 활동하게 됐습니다.

대학 졸업 후 첫 직업으로 한노보연 활동가를 선택했는데, 어떤 점이 그렇게 좋았나요?

사실 학생 때는 전업으로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이 없었어요. 그러다 한노보연을 만나면서 ‘노동자 건강권’이라는 키워드로 문제를 해석하고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한 활동이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죠. 신선하고 어떤 측면에서는 충격이기도 했습니다. 노동자들의 좋은 무기라는 생각도 했구요.
특히 실습기간 동안 건설노동자, 방송노동자 건강평가 같은 한노보연의 연구작업들이 현장을 바꿀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이런 구체적인 활동으로 노동자들의 권리를 증진하고 현장을 바꿀 힘을 조직한다는 한노보연의 뚜렷한 지향이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럼 이제 활동한 지 1년 4개월 정도 된 건데, 막상 활동해보니 어떻던가요?

당연한 말이지만, 힘든 점도 있고 좋은 점도 있습니다. 저에겐 아직 한노보연이 업무량도 많고, 일의 속도도 빠른 곳 같아요. 저도 이런 속도나 문화에 절 적응시키고 맞춰나가는 중입니다. 그리고 여러 투쟁 현장이나 운동의 상황들을 좀 더 가까이 접하게 되니, 좋은 소식들보다는 어렵고 답답한 상황들에 막막해집니다. ‘체제전환’, ‘변혁’ 이런 말들도 고민하면 할수록 더 어렵게 느껴지고요.
그래도 활동한 지 1년이 지나면서 저를 포함해 우리가 아예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니라는 것, 우리에게 어떤 변화를 만들 힘이 있다는 낙관도 생기고 있어요. 구체적으로 활동을 해나가면서 내가 어떤 점이 부족한지 알게 됐죠. 예를 들어 기후위기 관련해서도 그냥 ‘자본주의가 문제다’ 이렇게 말하는 걸 넘어서 어떤 계기와 언어로 이야기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생겼어요.

사회운동단체들의 주요 화두 중 하나가 ‘활동가 재생산’, ‘활동의 지속가능성’인데요. 사회운동에 첫발을 내디딘 신입활동가로서 이런 화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매듭이나 노학연대 단위 등에서 학생운동을 했어요. 그 때도 활동을 다음에 맡아서 할 사람들이 잘 안 보여서 ‘학생운동 재생산’에 대한 고민이 있었죠. 뾰족한 답이 잘 안 보이는 막막함을 느끼네요, 이런 문제에는.
제 주변에서 학생 때 열심히 활동했던 친구들 중에서 졸업 후 진로로 ‘활동가’가 아니라 전문직을 갖겠단 친구들이 많았어요. 지향하는 가치나 생각이 달라진 건 아니지만, 구체적인 진로이자 직업으로는 의사, 변호사, 학자와 같은 전문직을 택한 거죠. 사회운동 활동가가 졸업 이후 진로를 생각할 수 있을 만큼 존재감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어떤 간담회 자리에서 거니 님이 ‘사회주의라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뛰는지’ 물었던 게 기억에 남아요. 어떤 마음으로 던진 질문이었나요?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과의 간담회에서 했던 질문입니다^^. 사회주의를 전면에 내걸고 실천하는 동지들이 꺾이지 않고, 즐겁게 잘 해나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어요. 다른 한편으로 저는 ‘노동자 건강권’ 이런 말에 더 가슴이 뛰는데, 그래서 한노보연에서 활동하나 봅니다.

한노보연에선 주로 어떤 활동을 맡고 계신가요?

이번에 한노보연에서 구성한 기후정의팀의 담당자로 팀 운영을 맡고 있습니다. 회원, 후원회원들과 함께 하는 모임입니다. 그밖에 한노보연의 월간 소식지 <일터> 발행 작업, ‘노동시간’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현장의 과제를 발굴하는 <노동시간센터>, 다양한 여성노동자의 자리에서 노동과 젠더를 함께 고민하는 <여성노동건강권팀> 활동도 함께 하고 있어요.

기후정의운동의 현장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한노보연과 거니 님이 생각하는 기후정의운동과 노동자 건강권에 대해 듣고 싶네요.

처음에는 작업중지권이나 노동시간 단축 같이 한노보연에서 오랫동안 이야기해온 노동자 건강권의 주장들과 기후정의라는 포괄적인 문제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고민이었어요. 그런데 기후위기가 정말 심각해지다 보니,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어요. 기후정의와 노동자 건강권이 현실에서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문제가 된 거죠. 노동 현장에서 ‘폭염’에 대응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이 곧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이 된 거죠.
다만 이런 요구들을 가지고 어떻게 싸움을 만들 수 있을지는 여전히 고민입니다. 쿠팡 물류센터나 쿠팡 플렉스처럼 일용직 노동이나 건당 수수료를 받는 노동자들이 ‘야간노동축소’,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는 걸 어떻게 가능하게 만들거냐 하는 거죠. 다음 주(8월 셋째 주)에 기후정의팀에서 폭염에 휴게시간 보장을 요구하며 투쟁 중인 쿠팡 농성장을 방문해요. 현장의 고민을 듣고 방향을 찾아봐야죠.

사랑방 30주년 후원인 모집사업 시작하기 직전에, 거니 님이 후원인 가입해서 반가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거니 님에게 사랑방은 어떤 단체인가요?

이름은 알고 있던 단체이지만, 직접 만난 건 한노보연 활동을 하게 되면서부터입니다. 대선 직전에 냈던 사회운동 활동가들의 성명이나, ‘길내는모임’ 주최 집담회와 토론회 등에서 사랑방 활동가들을 보게 된 거죠. ‘체제변혁/전환’과 같은 어려운 이야기를 붙잡고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는 모습이 힘들어 보이기도 하고, 멋있어 보이기도 했어요. ‘길내는모임’ 회의를 가면 구체적인 사업이야기가 아닌 만큼 막막하고 힘든 점이 있는데,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만들어가는 과정이 좋았어요. 사실 저는 아직도 감이 잘 안 잡히지만 말이죠. 물론 그 과정이 토론회, 간담회로만 귀결되면 걱정이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이렇게 꾸준히 모여 이야기와 주장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저에게 사랑방은 이런 지난한 일들을 해나가는 단체 같아요. 여러 현장에서 열심히 투쟁하는 곳들도 많지만 동시에 이런 투쟁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변혁적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단체인 거죠.

마지막으로 사랑방 활동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앞으로 더 자주 보게 될 것 같은데, 반갑게 인사하면서 힘차게 투쟁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상임활동가가 되면서 주변에 한노보연 소개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사랑방도 더 잘 알리겠습니다~

photo_2023-08-10_15-40-21.jpg ▲ 2023년 414기후정의파업에서 불안정노동, 노동안전보건 관련 활동가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