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인터뷰한 이은주 님은 노동자 권강권을 고민하며 창원에서 활동하는 분입니다. 사실은 저와 오랜 인연이 있는 이예요. 최근 유성기업에서 주야간 교대제를 주간 2교대제로 바꾸기로 했던 단체협약이 이행되지 않아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고, 언제나 그렇듯 경찰은 노동자들만 연행하고,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 건강을 운동의 과제로 삼고 있는 활동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연락했어요. 결국 사랑방에 대한 이야기보다 이은주 님의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듣게 됐네요. 그런데 사랑방 활동과 다른 느낌이 아니라 여러 군데서 만난다는 느낌이 들어 참 소중한 인터뷰였어요. 더욱 신나고 멋진 활동 기대합니다.
◇ 지금 하는 일을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마창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 상임활동가예요. 노동자의 건강할 권리 쟁취를 위한 활동들을 하고 있어요. 올해가 마침 단체 20주년이 되는 해네요. 얼마 전에도 지역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 사고가 있었고 최근 들어 이주노동자 산재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어서 고민이 많아요. 산재보상보험법 개악 이후에 판정 기준 등이 까다로워지고 산업재해 승인률도 많이 낮아졌어요. 그런데 현장에서는 일자리를 언제 박탈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건강권에 대한 요구나 주장을 하기는 더 어려워졌지요. 요즘 고민은 산재 보상에 집중되었던 싸움을 조금 전환해서 건강권을 사회적 권리, 인권으로 인식되도록 하는 거예요. 건강은 소망이 아니고 권리라는 얘기를 많이 해요. 흔히 개인의 문제,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데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는 사회적 문제예요. 건강권의 의제를 넓히는 걸 중요하게 고민하고 있어요. ◇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나요? 부산, 진해 사이에 녹산공단이라고 있어요. 평균 20명 규모의 중소 영세사업장이 몰려있는 공단이지요.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에 노동조건도 아주 열악해요. 올해는 녹산공단 노동자들의 건강 실태를 파악하는 활동을 3개월 동안 했어요. 후속 활동을 고민 중이지요. 건강권에 대해서 알리고 싶은데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소통하고 함께 호흡하면서, 노동자들이 스스로 권리를 얘기할 수 있도록 하려고요. 그리고 이주노동자 건강권 소책자를 작년부터 준비해왔어요. 이런저런 정보를 전달하는 안내 책자들이 있기는 했지만, 뭔가 권리로서 안내하기에는 부족해 보이더라고요. 지금은 내용을 완성해서 열 개 언어로 번역하는 중이예요. 부산의 <이주민과 함께>라는 단체와 공동 발간해요. 이주노동자 건강권 소책자를 만들다 보니 몇 가지 고민이 들더라고요. 그동안 단체에서는 “산업재해를 당하면 노동조합으로 가세요.” 같은 안내만 해왔는데 이주노동자들을 만나니 산재보상법이 개별 권리들을 보장하기 매우 어렵다는 걸 보게 되요. 이주노동자들이 어떻게 자신의 권리를 알고 지킬 수 있을까 고민이 되는 거죠. 그동안 법도 활동도 조직된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사고해왔던 것 아닌가 싶더라고요. 그리고 책을 우리말로 만드는 건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는데 번역하다 보니, 그 내용이 필요한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고 여러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천천히 가려고요. 7월 정도면 책이 발간될 듯해요. 지역에서 차별 진정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기각된 후 노동조합을 만들었는데 올해 설 지나고 해고된 사건이 있었어요. 여섯 명 남아서 투쟁하고 있는데, 마음 가는 만큼은 같이 못하고 있어서 ……. ◇ 노동자 건강권을 고민하면 최근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요구도 남 얘기 같지 않겠네요. 교대제가 건강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니까요. 완성차 사업장에서도 그렇게 투쟁하지 못하는데 먼저 나서니 고맙죠.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고요. 제가 알기로는 유성기업 노동조합은 조직력이 탄탄해서 내부에 비정규직도 없다고 하더라고요. 나머지 사업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니까 같이 싸우고 지지하고 지켜야 한다는 생각은 하는데 성명서 하나 내는 것 말고는 아직 못했네요. 우리 지역도 야간노동이 많아요. 현장조사 해보면 자동화된 사업장도 많고 전자감시 시스템도 거의 들어와 있어요. 교대제 자체는 그렇게 쟁점이 되지 못했어요. 대부분 하청업체 사업장이라 근골격계 질환 문제를 얘기하면서 같이 언급하는 정도였지요. 전체적으로 노동시간도 길어졌고 비정규직도 계속 늘어나고, 예전보다 노동 감시도 심해져서 못 쉬게 돌아다니면서 관리하는 것도 심해졌어요. 노동조합이 현장에서 갖는 힘도 약해졌고. ◇ 인권운동사랑방을 후원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계속 마음은 있었는데 여건이 안돼서 못하다가, 어느 순간 십시일반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래 전부터 알아왔는데 딱히 어떤 계기가 있지는 않았어요. ◇ 인권운동사랑방 활동 중 관심이 가는 주제는 어떤 것인가요? 다들 연결된 이야기들이라 그때그때 관심이 가는 것들을 찾아보는 편이예요. 글이 쉬워서 좋아요. 홈페이지나 인권오름에 실리는 글들. 현장에 있는 분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쓴다는 게 좋아요. 현학적인 말 안 쓰고 굳이 어렵게 표현하지 않아도 설명할 수 있는 것들을 어렵게 쓰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그만큼 접근성이 떨어지는 건데도요. 인권오름은 누가 읽어도 다가올 수 있는 것 같아요. 주위 사람들에게 많이 읽히고 있어요. 주제보다, 사랑방엔 독특한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요. 단체 활동을 해도 전반적인 분위기는 남성중심적이고 권위적이고 틀에 박힌 형식화된 측면이 있는데, 사랑방을 보면 그런 게 좀 다른 것 같아요. 그런 기운이 어디서 나오는 건지 궁금해요. ◇ 사랑방에 아쉬운 점은 어떤 거예요? 지역에서 사람들이 잘 몰라요. 인권이라는 것도 일상적으로 나눌 수 있는 이야기인데 뭔가 특화되어 버린 것 같아요. 사람들은 인권단체 하면 구속된 분들 위해 활동하는 단체 정도로 생각해요. 용산 참사처럼 큰일은 기억하는데 그 외엔 거의 몰라요. 인권침해는 일상적으로 모든 공간에서 벌어지는데, 노동현장에서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데, 먹고사는 문제가 급급해서 건강을 권리로 생각하지 않듯이 인권도 잊혀 가는 것 같아요.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소통이 필요해요. 주위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인권이라는 말 잘 안 써요. 구체적으로 대화하다 보면, 없는 사람은 인권도 없다는 걸 얘기하는데 인권이라는 용어는 잘 쓰지 않는 거죠. ◇ 사람사랑은 챙겨 보나요? 즐겨 보는 꼭지가 있다면? 틈틈이 봐요. 최근에는 바빠서 잘 못 봐요. 관심 있는 주제를 따라가면서 보니까 특별히 즐겨 보는 꼭지가 따로 있지는 않아요. 같이 상근하는 활동가는 아그대다그대가 좋대요. 보통, 활동가들이 자기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걸 많이 안하는 분위기인데, 신선하대요. ◇ 마지막으로 한 말씀~ 최근에 쉬다가 복귀했어요. 당분간 바쁠 수밖에 없다고 생각은 했지만 갈수록 일이 늘어나고 마음의 여유가 사라져서 아쉽네요. 요즘 고민은 이런 거예요. 학원에 다니면 오나 안 오나 확인 안하잖아요? 자발적으로 가니까, 즐거운 일이니까. 그런데 어느새 사람들에게 운동이 부담스러운 게 된 것 같아요. 계속 점검만 하는 것 같고. 즐거운 기운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 중이예요. 의식적으로 무장한다고 풀리지 않는 문제겠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