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센터가 탈바꿈(탈핵으로 바꾸는 꿈)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2011년 3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때문이다.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2011년이 아니라 앞으로 영원히 기억되어야 할 사건. 어떤 사회학자는 역사는 후쿠시마 핵사고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도 했다. 그런 전대미문의 사건이 정보공개센터에 미친 영향이 크다. 핵발전소나 방사능, 에너지의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도 없었고 활동을 해본 적도 없는 시민단체가 이 사건을 계기로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공사, 원자력안전위원회, 원자력문화재단 등에 정보공개청구를 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수입되는 수산물의 방사능 검사는 제대로 되고 있는지, 우리나라 핵발전소는 안전의 문제가 없는지, 경주핵폐기장은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인지.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고서 이런저런 정보공개청구를 닥치는 대로 하면서 느낀 것은 세 가지다. 청구 대상기관들이 대부분 폐쇄적이라는 것, 관련 정보의 내용이 매우 어렵다는 것, 원하는 정보를 찾기가(하다못해 정보공개청구를 하려고 해도 정보를 미리 검색해보고 알아야 하는데) 어렵다는 것. 이 생각은 지금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핵발전이나 방사능에 대해 관심 있어 하는 시민들이 많아졌고 핵마피아의 비리문제나 발전소의 사고고장 등의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물론 많은 토론회를 쫓아다니고 기사를 검색하고 책을 읽기도 했지만 나에게도‘핵’이라는 것은 정말 어려운 주제다. 더군다나 ‘탈핵’을 감정적인 문제가 아니라 이성적으로, 구체적인 이유로 주장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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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갖기 시작한 시민들, 청소년들,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먹거리를 걱정하기 시작한 주부들에게 핵발전의 문제를 삶의 주제로 연결시켜 주기 위해서는 정보의 격차를 해소하고 쉽게 전달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지속적인 정보공개청구도 함께. 이런 고민의 결과물로 2014년 1월에 자료집 <누크노크>를 제작했다. 인쇄물은 함께 모여서 읽고, 읽은 후 서로의 생각을 나누면서 확장되는 힘을 갖기 때문이다. 탈핵운동을 하는 단체, 안전하고 바른 먹거리 운동을 하는 생활협동조합, 일반시민들이 <누크노크>에 좋은 반응을 보여 주셨고 이 자료집으로 스터디 모임을 하는 그룹들도 생겨났다. 시민들의 반응이 좋으니 다시 고민을 하게 됐다. 조금 더 보완해서 정말 ‘탈핵 입문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을 출판하는 것이 어떨까. 더 많은 시민들에게 탈핵이 왜 중요한지, 탈핵을 이뤄내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알아야 하고 무엇을 실천해야 하는지 알려 줄 수 있는 책을 기획해보자고.
그런 고민으로 2014년 11월 <탈바꿈- 탈핵으로 바꾸고 꿈꾸는 세상. 오마이북> 이 출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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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 책은 전환의 시대를 준비하면서 우리가 알아야 할 핵발전을 둘러싼 이야기의 아주 기초적인 부분들만 소개한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동안 시민들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요해온 핵발전 신화에 둘러싸여 이런 기초적인 부분들도 잘 알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남은 숙제가 많다. 이 책에서 충분히 담지 못했던 핵발전 노동자의 이야기들, 핵마피아의 카르텔 구조, 세계 핵발전 정책의 흐름 등은 앞으로 우리가 더 많이 고민해야 할 것들이다. 단번에 탈핵을 이루기란 당연히 어렵다. 하지만 탈핵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분명하다. 더 많은 시민들이 핵발전과 방사능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알아야 한다. 핵없는 세상을 위해 많이 읽고, 제대로 알고, 열심히 실천해 주시길 감히 부탁드리며 이 책에 청소년의 입장에서 필자로 참여한 공혜원님의 글로 마무리한다.
“ 이렇게 좋아하는 것들이 하나둘씩 위험해지고 가까이 할 수 없게 된다는 생각에 무섭기도 했습니다. 파괴되어가는 생태계도, 아무 죄 없이 아파하는 생명들도, 무엇보다 이 아픔이 10만년 넘게 계속된다는 사실도 너무 슬픈 일입니다. 돈을 위해, 전기를 위해 핵발전소를 짓는 일은 그만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금 이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핵발전소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고, 함께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인 저부터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한 명 한 명의 작은 변화와 실천이 탈핵시대를 조금씩 앞당기리라고 믿습니다. 이 팩을 읽는 여러분도 함께 동참해 주시길 바랍니다.”
덧붙임
강언주 님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