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물었다. 그 배가 왜 침몰하게 되었냐고. 정부는 구조를 위해 무얼 했느냐고. 대통령은 구조를 위해 어떤 지시를 내렸느냐고. 왜 내 새끼가 죽어야 하느냐고. 그러나 대답을 하는 이는 없었다. 선박 안전에 책임이 있는 세월호 소유주는 갑자기 백골이 되어 나타났고, 세월호 안에 탄 사람들의 구조에 책임이 있는 정부는 자신은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만 얘기했다.
정보 은폐에만 열 올리는 정부
사고 발생 순간부터 지금까지 정부는 제대로 된 정보를 내놓지 않고 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다섯 시간 가량 지난 뒤에 정부는 전원구조가 아니라 477명 중 368명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이내 구조자의 숫자는 180명으로, 다시 174명으로 줄었다. 사고 발생 이후 20일이 지나서야 정부는 실제 구조자 숫자를 172명으로 정정했다. 탑승자 역시 477명이 아니라 476명으로 정정되었다. 몇 명이 구조되었고, 몇 명이 아직 배 안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정부는 이렇게 ‘잘못된 정보’들을 국민들에게 발표했다.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길 바라는 마음에 에어포켓에라도 희망을 걸고 있는 사람들에게 “산소공급장치를 설치했다”, “구조를 하고 있다”는 ‘거짓 정보’를 내보내기도 했다.
사고 발생 이후 많은 이들은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 요구에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정보를 은폐하는 태도였다.
해양경찰청은 세월호 사고 관련 정보 자체를 숨기기 위해 공문서 제목에서 <세월호>라는 단어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그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되자 <세월호>라는 단어 대신 <SEWOL>이나 <세원호>같은 단어로 대체하기도 했다. 정보의 공개는 고사하고, 정보에의 접근조차 막기 위한 치졸한 조치들이다.
해양 선박 사고에 대한 대응으로 “충격상쇄용 기사 아이템 개발”을 버젓이 위기관리 매뉴얼에 적어놓았던 해양수산부 역시 이 내용이 언론을 통해 언급돼 여론이 안 좋아지자 문제되는 내용을 매뉴얼에서 슬쩍 빼버리기도 했다.
정부기관들의 이런 정보 은폐 태도는 자료제출 거부로 직접적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특히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은 <세월호 국정조사특위>와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자료제출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 정보를 주지 않으니 성역 없는 조사는 불가능하다.
정보가 없으니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추측밖에 없었다. 세월호는 왜 갑자기 침몰했는지, 정부는 왜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는지, 안 한 건지, 못한 건지, 대통령은 구조를 위해 어떤 지시를 했는지, 4월 16일 사고 당일 도대체 대통령은 7시간 동안 뭘 했던 것인지. 정보가 없어 벌어진 틈들은 추측으로 채워졌다. 추측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제대로 정보를 밝혀 빈틈을 메우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그러지 않았다.
대신 정부가 한 것은 감시와 통제였다. 정부는 사람들의 추측을 “괴담”, “유언비어”로 선언했다. 그리고 괴담 유포자들을 찾아 처벌하겠다고 엄단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통제다.
세월호 사건에서 보여진 <사건 발생 → 정부의 정보은폐 → 유언비어 확산 → 표현의 자유 통제>의 패턴은 사실 처음이 아니다. 광우병 쇠고기 공포, 방사능 노출 공포 등 주요한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가 해야 할 것은 유언비어를 찾아 막는 것이 아니라 불안과 불신을 먹고 사는 유언비어를 만들지 않는 일이다. 제대로 된 정보의 공개와 공론화는 사람들의 불안과 불신을 해소할 수 있다.
알 권리의 실현이 중요
얼마 전 메르스 사태를 보며 많은 이들이 세월호 사건을 떠올렸다.
늦장 부린 초동대응, 컨트롤타워의 부재, 위기대응 능력 부실, 사태 초반 정부의 정보 은폐, 유언비어 확산 등의 모습이 세월호 사건과 쏙 빼다 닮았기 때문이다.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자의든 타의든 정부가 메르스 사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병원명을 공개하는 등 정보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병원명이 공개되면서 상당 부분의 유언비어는 해소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던 공포가 윤곽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병원명의 공개로 사람들은 불필요한 불안에 떨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우리에게는 알 권리가 있다. 이는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엄연한 기본권이다. 알 권리는 의견을 형성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탐색·수집·처리할 권리, 즉 ‘정보를 찾아서 보고·듣고·읽을 권리’를 말한다. ‘정보의 자유’ 또는 ‘정보에 대한 접근권’이라고도 한다. 알 권리의 핵심은 정부가 보유하는 공개정보에 대한 접근권이다. 정보의 공개는 정부의 의무이다. 그것을 공개받는 것은 우리의 권리이다.
불신과 불안의 사회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가 해야 하는 것은 유언비어 단속이 아니라 정보의 공개다. 정보의 은폐는 불안과 불신을 증폭시킬 뿐이다.
덧붙임
정진임 님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