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대학 진학을 하지 않았던 나에게 ‘할 일’이라는 단어가 몇 달 동안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작년 2019년도부터 사람이라는 단어에 큰 관심이 생기고 실제로도 사회에서 활발히 자신의 역할을 해나 가는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작업실 겸 나의 자그마한 방은 사람들의 이야기들로 가득 차있었다. 나는 주로 인물 추상을 많이 그린다. 처음에는 낙서로 시작했지만 어느덧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면서 진중하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부터였을까, 인물을 그리면서 사람에 대한 관심도 부쩍 늘고, 사람 자체를 좋아하게 되었다.
나는 예전부터 유튜브로 다큐를 즐겨보곤 했고, 그 영상들로 사람살이를 알게 되었다. 공중파 다큐에서 우연히 노량진 고시촌과 쪽방에 관련된 다큐를 보았다. 그때 처음으로 쪽방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면서, 비좁은 공간에서도 사람들의 따뜻한 정과 눈으로는 보이진 않지만 열정이라는 것이 느껴졌었다. 여러 다큐를 보면서 보이지 않는 현실을 알게 되었지만 그 속에 숨어있는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에게 나의 그림을 통해서 사람과 사람의, 사람살이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싶고 그들과 함께 연대하며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싶다!
혼자서 인권에 대한 약간의 공부를 하면서 문득 혼자보다 두 명이라도, 아니 한 명이라도 함께 이야기 나누며 생각을 나누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인터넷 창에 ‘인권협회’, ‘인권단체’를 검색했다. 나에게 가장 처음으로 보인 사이트는 ‘인권운동사랑방’ 이였다. 처음에는 익숙하면서도 사랑방이라는 단어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나는 자원활동 신청을 하고 4월 중순에 상임활동가인 가원님을 뵙기로 미팅을 잡았다. 지방에 거주하고 있던 나는 거리적으로 걱정이 있었지만 열정이 먼저 앞섰기에, 미팅 당일 설레는 마음으로 서울 영등포에 도착했다. 그 동네에 도착하자마자 서울에도 이렇게 정겨운 동네가 있나 싶을 정도로 따뜻한 정이 느껴졌다. (이곳에 당장이라도 거주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가원님과의 웃음 넘치는 미팅 후, 앞으로 노란리본인권모임에서 함께할 사람들과 어떠한 이야기들을 나누게 될지 정말 설레었었다. 노란리본인권모임 첫 만남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듣고 나누면서 많은 떨림이 있었지만 그 순간 같은 고민을 하고 있고, 또 서로 연대가 이루어진다는 게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앞으로도 좋은 사람들과 어떠한 이야기들을 나누어나갈지, 또 그 과정에서 겪는 고난을 어떻게 해쳐나갈 것인지 매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