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도 어느덧 두 달이 훌쩍 지났습니다.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면 저도 올해의 목표를 세워보곤 합니다. 사실 저는 친구들로부터 ‘다짐 중독자’라는 놀림을 받을 정도로 늘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금세 실패하고 또 새로운 다짐을 하는 편입니다. 요즘 다짐하고 계속 실패하고 있는 목표들은 고기 먹지 않기, 새 옷 사지 않기, 아침에 달리기하기 등이고요.
다짐은 지극히 개인적인 실천이지만 다짐의 내용들을 보면 시대적 분위기에 영향을 받는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욜로’ ‘시발비용’ 같은 말들이 유행했죠. 저 역시 그러한 시대적 흐름의 영향을 알게 모르게 받았고, 제가 가진 자원 내에서 제 취향에 맞는 물건들을 소비하면서 그것들이 주는 즐거움을 누리려 했습니다. 아주 실용적이지 않아도 아름다운 물건을 사고, 여행을 가면 가끔은 고급스러운 숙소에 묵으면서 이런 게 돈 버는 맛이고 삶의 즐거움이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이러한 즐거움을 아예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 사이 미니멀리즘의 트렌드가 몰려온 탓일까요.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물건만 놓고 살아가는 삶이 멋있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설레지 않는 옷은 모조리 처분하고 새 옷은 사지 않겠노라 다짐했습니다. 친구들이 왜 그런 다짐을 했느냐고 물으면 ‘탈성장’을 실천하는 중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지구에 기후위기를 불러온 것은 성장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시스템 때문이다, 성장은 더 많은 자원을 이용하고 그 결과 쓰레기와 오염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나는 비록 작은 개인이지만 새 물건을 사지 않음으로써 무한증식하는 성장의 연쇄를 미미하게나마 끊어보려 한다.’ 저의 실천의 내용과 제가 추구하는 신념과의 거리가 너무나 멀어서 조금 우습게 들릴 것 같긴 합니다.
올해가 두 달여 지난 지금 ‘새 옷 사지 않기’는 제법 성공적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아침에 달리기하기’는 거의 날마다 실패하고 있습니다. 요즘 ‘미러클모닝’이 유행이라고 합니다. 어쩐지 듣기만 해도 초조해지는 말입니다. 남들이 모두 잠에 빠져 있는 새벽 시간에 누군가는 그 시간을 알차게 쓰고 있다는 거고, 그렇게 쌓아올린 아침의 시간들이 ‘미러클’을 만들어낸다니요. 저도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초조감이 몰려옵니다. ‘미러클모닝’을 통해 전해지는 어떤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저도 아침 달리기라는 목표를 세운 걸까요. 경제가 성장해야만 우리의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처럼, 우리 개개인도 어떤 식으로든 성장해야 한다는 믿음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믿음은 사회로부터 주어진 것일 테지만 마치 내 속에서 자라난 것 같기도 해서 저 같은 다짐 중독자는 오늘도 또 다짐하고 또 실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