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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동북아 군비경쟁,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2007년도 스톡홀롬 국제평화연구소(SIPRI) 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군사비 지출에서 중국은 495억 달러로 세계 4위, 그 뒤를 이어 일본이 437억 달러로 세계 5위이다. 세계 11위인 한국의 군사비지출 219억 달러를 합치면 한중일 군사비 지출 비중은 무려 세계 10% 에 달한다. 군사비 증가동향을 살펴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한국의 경우 2003년에서 2007년까지 5년간 연평균 군사비 증가율이 8.7%로 동기간의 경제성장률을 훨씬 웃도는 수준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1998년에서 2002년까지 5년간 연평균 국방비 증가율이 4.4%였던 것을 고려하면 최근 5년간 국방비 지출이 가파르게 상승 중임을 알 수 있다. 중국의 경우 2007년 공식발표한 444억 달러의 군사비는 작년대비 17.8% 증가한 것이고, 2006년에도 2005년보다 군사비가 11.7% 증가하였다. 게다가 중국이 공식발표하는 군사비는 외국으로부터 무기구매나 연구개발비 등이 빠져있는 것으로서 그 실제액은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중국의 군사비 지출 증가는 2006년 처음으로 그 지출액에 있어 일본을 앞지르는 결과를 가져왔다. 일본의 경우 지난 10년간 거의 일관되게 GDP 1% 정도의 군사비 지출을 유지해왔으나, 지출액 규모에서 세계 2・3위로 동북아의 군사비 지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불붙은 동북아 군비경쟁

이렇게 한・중・일 각국의 군사비 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월 일본이 F-22기 스텔스 전투기 100대 구입의사를 미국에 전달함으로써 동북아의 군비경쟁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F-22기는 레이더 회피기능이 있는 스텔스 전투기로 현재의 최첨단 기술을 집약한 제5세대 전투기이다. 이는 한국이 최근 40대 도입한 F-15K기와 중국의 주력기인 젠(殲)J-10기의 성능을 압도하는 것으로 미국 의회도 그 압도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2015년까지 해외수출을 금지한 전투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당장 일본이 F-22기를 도입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구입의사를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동북아 군비경쟁을 촉발할 수 있는 여러 조건이 충족되는 상황이다. 군비경쟁이란 군사적으로 적대적 관계에 있는 둘 또는 그 이상의 국가들이 상대국가의 과거,현재,미래의 양적 및 질적 군사력 증강을 이기기 위해 자국의 과거,현재,미래의 군사력을 증가시키는 상호작용으로 규정되는데, 지금 현재 한·중·일의 군사력 증강이 상대방을 의식하지 않은 순수 방위역량 확보로 보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상호 작용과 반작용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선 중국을 보자. 중국은 1980년부터 4대 현대화 일환으로 군현대화 작업을 추진해오면서 군비와 전력을 증강시켜왔는데 1999년 이후부터는 다른 군비증강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대만문제를 비롯한 미국과 일본의 미사일방어체계(Missile Defence System, 아래 엠디) 공동개발, 일본의 아시아 내 안보 역할 증대 등 대외적 환경의 변화에 따른 전략 변경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본은 1998년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북한은 인공위성 광명성 발사로 주장) 발사실험 이후 ‘우주의 평화적 이용’ 원칙을 깨고 첩보위성 4기 체제 구축과 미일 공동의 엠디체계 개발에 들어갔으며, 2004년 발표한 신방위계획대강에서는 일본을 위협하는 국가로 북한과 중국을 지목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원자력 잠수함이 2004년 11월 일본 영해에 있다가 포착된 바가 있으며 일본 근해의 해양수송로를 두고 양국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해군력에 있어서 중국은 현재 최신형 전략미사일 잠수함(6500톤) 1척을 포함 69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으며 러시아에 6000톤급 잠수한 8척을 주문한 상태이다. 일본의 경우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포함해 18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고, 이지스함 5대를 운영하고 있어 중국보다는 질적인 측면에서 우위이나, 중국도 장거리 대공방어 미사일체계를 갖춘 이지스함 4척을 건조중으로 해군력에서 중・일 양국의 군비경쟁이 지속될 양상인 것이다.

일본은 아베정권 들어서 동아시아에서 역할 확장을 위한 군사장비의 최첨단화 노골적으로 공론화하고있다. 이러한 논의 배경에는 평화헌법을 개정하고 자위대를 자위군으로 개편하여 보통국가화하려는 일본 자국 내의 요구와 경제력에 상응하는 군사력을 확보하여 대미안보 ‘무임승차’를 탈피할 때라는 논리가 깔려있다. 일본의 전수방위전략, 즉 공격용 무기나 전술은 도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공중급유기 도입을 들 수 있다. 공중급유기는 항공기의 작전반경을 넓혀줌으로써 전투기를 자국 방어용이 아닌 원거리 작전능력을 가진 공격용으로 전환시켜준다.

‘협력적 자주국방’의 본질

그렇다면 한국은 어떠한가? ‘국방개혁 2020’ 과제를 세우고 현재 65만명의 병력을 50만으로 감축하는 대신 전력강화를 추구하는 이 개혁과제는 중국과 일본의 군사무기 및 전력 최첨단화와 그 궤를 같이 한다. 이미 지난 5월 7600톤급 한국형 이지스함 ‘세종대왕함’(KDX-Ⅲ) 진수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앞으로도 더욱 노력해서 해군력, 또 군사력뿐만 아니라 경제력·문화력, 나아가서는 민주주의 수준을 포함한 모든 영역에서 세계최고가 되기 위해 우리가 함께 노력해나가야 한다”고 말한바 있다. 외교적 해결 모색과 과정 속에 있는 북한의 핵무기를 제외하고는 대북억지력에서 우위에 있는 한국이 이제는 ‘협력적 자주국방’ 과 ‘세계최고’라는 미명아래 국민을 호도하며 주변국 견제를 위한 무한 군비경쟁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들어 이지스함 진수 뿐만 아니라, 1800톤 급 잠수함 ‘정지함’ 진수와 대형상륙함 ‘독도함’이 실전 배치되었다. ‘독도함’은 2005년 진수 당시 일본과 중국으로부터 ‘경항공모함’과 다른 바 없다고 주목을 받았던 상륙작전 능력을 가진 다목적함이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국방계획은 실행 단계에 들어가면 되돌이킬 수 없다. 일본이 F-22기 100대를 도입한다면 그 비용은 무려 30조원에 이른다. 이는 올해 우리나라 국방예산 25조원을 훨씬 넘는 것으로 이런 식의 군비경쟁이 가속화되고 지속된다면 평화유지와 안보라는 명분하에 늘어나는 국방비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한·중·일 각국이 장기적인 군비증강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북아 평화가 어떻게 유지될 수 있을지 그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여기서 놓치면 안 되는 것은 동북아 군비경쟁의 근본적 원인이 중·일 긴장관계와 미·중의 역학관계 뿐만 아니라 미국의 세계전략도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부시정권의 엠디 체계 도입 추진은 동북아 지역에서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북한의 우려를 낳고 있다. 미・일 동맹의 강화와 미·일 공동 엠디 체계 개발연구에 대한 우려는 각국의 군사력의 증강을 낳고, 이는 또 상대국의 군사력 증강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나선형 군비경쟁’에서 벗어나자

그럼에도 한국 사회 일각에서는 일본이 F-22기를 도입하게 되면 우리도 그에 상응하는 F-35기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FX(차기 전투기)사업에서 도입한 F-15K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대응논리는 결국 무한 군비경쟁 외엔 다른 대안이 없는 ‘나선형 군비경쟁’을 초래할 뿐이다. 각국 정부가 안보딜레마에 빠져있을 때 시민사회가 할 일은 자명하다. 군비경쟁을 부추키는 일부 ‘밀리터리 매니아’와 ‘부국강병론’에 호도된 여론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다. 평화를 유지하는 것은 그들의 논리처럼 군사력이 아니다. 평화가 깨진 극단적 상태가 전쟁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첨단군사무기로 무장한 채 전쟁을 한다고 해서 개인의 생명이 보호되는 것이 결코 아님을 우리는 무수한 전쟁에서 보아왔다. 미사일 방어체제가 막아주는 것은 우리의 생명이 아니라 북한이나 이란, 중국과 같이 미국에 호의적이지 않은 국가들이 미국에게 미사일을 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막아줄 뿐이다. 그러나 그러한 두려움을 막을 수 있는 길은 천문학적인 돈을 들이고, 전세계의 군비경쟁 각축전을 낳을 미사일방어체계가 아니라, 상호 신뢰와 합의로 상호 군축을 실현할 때 오히려 더욱 가능하다. 우리가 할 일은 자명하다. 일본과 중국 그리고 한국의 군비경쟁이 시작됐음에 경종을 울리고 이것을 막는 일이다. 단순히 유비무환이겠거니 하면서 지금의 상황을 방치했다간 나중에서야 진짜 유비무환은 지금의 군비경쟁을 막는 것이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덧붙임

이지현 님은 평화네트워크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