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4江’, 무엇이 떠오르나요?
그런데 지난 주말 모처럼 봄을 느끼러 일산 호수공원에 갔다가 천막에서 무료로 나눠준 물통 때문에 나는 찜찜한 기분이 되었다. 바로 물통에 새겨진 ‘행복4江’이라는 이름 때문이다. 500ml의 물을 한국수자원공사(사장 김건호)가 나눠주는 그 ‘불순함’이 머리와 피부를 강타해 내 몸은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단지 시민들의 목을 축이라는 선량함만이 목적이 아니라는 것은 하룻강아지도 알 수 있는 법! 수자원공사는 이것 말고도 4대강 정비 사업을 홍보하는 일을 꾸준히 하고 있다. 홈페이지에는 ‘4대강 살리기 바로알기’부터 ‘4대강 살리기 홈페이지’운영까지 풀 서비스로 하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의 정비작업이 ‘4대강 죽이기’라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수원지를 오염시킬 뿐 아니라 생태계를 파괴하는데 33조라는 돈(국민의 세금)을 들여 대규모로 한다니 정말 ‘죽이는’ 일이다. 이는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고, 그래서 국회에서도 통과되기도 전에 정부가 막 밀어붙여서 전국에 삽질을 했다. 그러니 천주교, 불교, 기독교 등 여러 종교단체에서 연일 생명 살리기 기도회와 순례를 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 수자원공사는 원래 ‘법 없이도 사는 MB정부’시대의 정부기관이라 4대강 예산을 날치기 통과시켰으니 이 정도는 약과라고 생각하나보다. 지난 4월 20일 정부와 한나라당이 ‘중간점검회의’를 열고 4대강 사업 대국민 홍보 활동을 강화한다고 하더니 요런 일을 벌이고 있다. 그러니 시민사회단체와 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4대강 반대 공약을 내걸기도 하고, 4대강 죽이기 반대 시민홍보를 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4대강 지킴이는 선거법 위반, 4대 홍보 물품배포는 괜찮고?
그런데 웬일인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양승태 위원장, 아래 선관위)는 4대강사업 반대운동을 펼치는 쪽에만 선거법 위반이라니 너무 편파적이지 않나? 선관위는 4월 13일 환경운동연합이 제작한 '4대강 지킴이 회원 모집' 라디오 광고를 불법이라고 통보했다. "지방 선거의 주요 쟁점 사안인 4대강 사업을 반대하고자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란다.
선관위의 논리대로 한다면 여기는 ‘행복4江’이라는 새겨진 물을 무료로 나눠주는 것은 아예 대놓고 금품수수를 하는 건데 왜 가만히 있나? 선관위가 중립적이지는 않아도, 대놓고 편파적인 것은 너무 고약하지 않나? 그렇다고 우리가 한국수자원공사를 선거기관 금품배포로 선관위에 고발해야하나? 물론 꼼수를 잘 쓰는 정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행복4江’이 꼭 4대강 정비 사업을 홍보하는 것은 아니라고. 거, 보라고 ‘대’짜가 빠지지 않았냐고 말이다.
선거는 입도 막고, 귀도 반만 열고 당일 투표만 하는 것?
선거란 정책을 심의하는 것이다. 인물선거, 인맥이나 지역연고에 빠진 투표가 아닌 정책선거를 해야 한다고 떠들어댄 지가 언제인데 이를 규제하는지…….허걱. 선관위의 이러한 편파적 태도는 선거에 대한 협소한 해석임은 분명하다. 각 정치세력의 지향하는 정책과 비전에 대한 심판이 선거인데도 이에 대해 시민들은 입도 뻥긋하지 말라는 것이다. 시민들은 그저 정부정책 홍보나 듣고 있으라는 것 아닌가! 그들 논리대로 하면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선거는 입도 막고 귀도 반만 열고 투표만 손으로 하는 선거일 것이다.
선관위가 말하는 시민선거 참여방법은 요약해보면,
‘하나, 절대 생각하지 말 것.
둘, 절대 한쪽의 얘기만 들을 것. (양쪽의 얘기를 들으면 생각을 할 수도 있으므로 안 됨).
셋, 다른 어떤 지지나 비판행위도 하지 말 것! (선거는 뽑는 행위만을 의미하므로 선거기간에 다른 행위는 안 됨)
넷, 오직 손으로 할 수 있는 것은 6월 2일 투표용지에 도장 찍기’ 이다.
이러한 몰지각하고 편향된 선관위에 대한 시민 불복종 운동으로 개명을 하는 환경운동가들까지 등장해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다.
덧붙임
명숙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