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조 위원장 미셸 카투이라의 메시지
이주노조(MTU)는 한진에서 현재 투쟁하고 있는 우리 동지들에게 우리들의 연대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이는 모든 참가자 여러분과 희망버스에 참가할 수 있었던 모든 분들에게도 전해드리는 것입니다.
지금은 정부의 독재가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시기입니다. 그들은 법도 무시하고 있고 잘못을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습니다. 그들의 행위는 인간에 대한 존중이나 도덕적 양심이 없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투쟁하는 소수는 짓밟히고 운동은 약해졌습니다. 우리가 분열되어 있기 때문에 약해졌고,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든 투쟁하도록 우리를 고양했던 불길을 잃었기 때문에 우리는 약해졌습니다. 우리는 싸움보다 안전을 택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전투에서 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것들이 여기서 끝나기를 바랍니다. 억압, 차별, 독재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되고 허용되어서도 안 됩니다. 우리는 모든 산업, 모든 사업장, 모든 기관, 모든 거리 곳곳에서 그것들에 대항해 투쟁하도록 일어서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전력을 다해 싸워야 하고 노동자로서 인간으로서 우리의 권리를 수호해야 합니다.
청소년도 갑니다!
두발 자유, 체벌 금지를 넘어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부터 ‘학생인권조례’까지! 청소년/학생인권을 위해 직접 행동하고 있는 청소년 인권활동가들도 부산 영도로 그분들을 만나러 갑니다.
청소년 인권활동은 지금까지 어리다는 이유로 미뤄지고 유예되어 왔던 청소년/학생의 인권을 되찾기 위한 운동입니다. 청소년 활동가는 그러한 자신들의 권리에 대해 직접 이야기하고 싸우고 있는 청소년들과, 이제는 더 이상 청소년이 아니게 됐지만 아직까지는 ‘청소년 인권’을 자신의 삶에서 놓을 생각이 별로 없는 비非청소년들입니다.
발칙하고 불온한, 조금은 싸가지 없는 상상력으로 무장한 청소년활동가들이 바로 지금, 달려갑니다. 무지개 띄우며 희망을 싣고.
장애인들이 가려고 합니다, 가보려 합니다
한진중공업 김진숙 동지가 크레인 위에 올라간 것도 180일이 넘었다. 김주익 동지가 올라가 내려오지 못했던 그곳에 다시 동지가 올라갔다고 한다. 1차 희망버스를 함께 하지 못한 미안함에 이번 희망버스를 장애인운동가들도 올라탄다. 장애인 화장실 이용의 문제도, 이동의 문제도 쉽지 않지만, 수많은 노동자들의 염원과 연대의 울림이 있는 그곳으로 함께 간다.
노동과 장애의 관계는 실로 멀게만 보인다. 그것은 많은 장애인들이 노동의 조건 속에서 배제된 채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왜일까? 첫 번째, 그것은 우리에게 더 많은 상상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사람들의 능력을 인정하고 상상력을 펼칠 때에만 우리는 서로의 노동의 한계와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 너무나 빠른 자본의 속도를 서로의 경쟁과 억압으로 강요하지 않고 함께 가는 길을 택해야 하는 것이다. 한진에서 파업투쟁을 벌이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도 경쟁과 효율의 논리에 밀려난 자들이다. 우리 또한 마찬가지이다. 느린 움직임. 자본이 원하는 속도를 맞추기 어려운 우리는 그 주변을 맴돌지도 못하고 배제되고 있다. 노동자도 다시 공장으로 들어가 일하고 싶고, 장애인도 노동하고 싶다. 우리는 그렇게 일하고 싶다. 일하고 싶은 자들의 희망이 들끓는 한진으로 우린 간다.
자본의 속도에 밀려났건 애초에 배제되었건 당신들이 배제한 우리들이 부산 그곳에서 한껏 반란의 장을 일으켜 보려고 한다. 지켜봐 주시기를, 시끌시끌 웃음소리와 벅찬 감동이 계속 들끓을 테니.
퀴어버스, 우리의 ‘삶’을 지키러 갑니다!
우리는 희망의 버스를 타고 가는 성소수자들입니다. 생소할지도 모르지만 게이, 레즈비언,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등 다양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서 희망버스를 한 대 만들었습니다. 이름하여 ‘퀴어버스’랍니다.
성소수자들도 대부분 평범한 노동자로 살아갑니다. 자동차공장의 게이노동자도 있고, 트랜스젠더 우체부나 레즈비언 교사도 있는 게 당연하죠. 우리는 일터 어디에나 있습니다. 다만 아무도 모를 뿐이죠. 동성애를 비정상으로 여기거나 아예 죄악시하는 억압적인 세상에서 자신을 드러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요. 행여 성소수자임이 일터에 알려지기라도 하면 성소수자 노동자들은 불이익을 당하거나 쫓겨납니다. 그러니까 일하는 사람들은 당연하게도 ‘해고’가 ‘살인’이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지요. 우리는 단지 그 이유로 여기 왔습니다.
우리는 성소수자를 세상에 없는 존재처럼 여기는 갑갑한 세상의 벽장문을 열고 ‘퀴어버스’를 탔습니다. 퀴어버스는 커밍아웃입니다. 저항의 열기가 뿜어 나오는 이 곳에, 노동자들이 삶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이 순간에, 성소수자가 늘 함께 하고 있다고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우린 외따로 떨어져 살고 있지 않아요. 바로 당신 곁에서 살아가고 있는, 잔인한 조남호와 이명박 정권에 똑같이 분노하고 저항하는 사람들입니다.
지금 당장 당신이 성소수자를 지지하든 그렇지 않든 그것은 중요치 않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한달음에 달려가는 부산 영도에, 성소수자들도 단지 이 노동자의 삶을 지키러 달려갈 뿐입니다. 그리고 85호 크레인을 지키는 것이 곧 우리의 삶을 지키는 것임을 더 깊이 깨닫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성소수자의 삶을 지키는 것이 당신의 삶을 지키는 것이기도 함을 느낄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게 연대니까요!
우리의 상징은 무지개입니다. 우리가 모인 곳에서 무지개 깃발이나 걸개가 보일 때 여러분은 힘차게 손을 흔들고 때로는 그 깃발과 함께 해주세요. 모두 깔깔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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