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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보고서를 통해 그려보는 성소수자들의 차별 없는 미래

한국이 성소수자가 살기에 무난하다는 평을 하는 이들이 흔하다. 예컨대,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괴한에게 두들겨 맞거나, 동성애자들이 줄곧 찾는 술집이나 극장이 방화로 화재가 나거나, 성소수자 영화제 허가가 안 나서 개최할 수 없거나, 동성 간 성관계가 처벌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며, 한국의 동성애자 인권상황이 딱히 열악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조금만 관점을 바꾸어서 생각하면, 한국에서 성소수자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이 이성애자들에 비해 부족하다는 점을 금세 파악할 수 있다. 또한, 극단적인 폭력을 포함한 증오범죄에서 과연 한국의 성소수자들이 자유로운지도 회의적이다. 한국의 성소수자들의 인권 청사진을 구상하기 위해서, 유사한 문제를 고민했던 해외의 사례를 들여다보는 것은 어떨까.
2012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유럽연합은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차별의 문제를 줄기차게 다룬다는 문제의식은 있었다. 지속적인 경제위기 속 대량실업과 빈곤, 범죄가 느는 세태는 극우정당과 소수자에 대한 적대적 편견과 차별을 심화시킨다. 고용시장에서 고령자와 이민자가 불이익을 받는 일이 는다면, 가정해체와 정체성 상실위기의 원인을 성소수자에게 투사해서 증오범죄를 자행하는 일들이 유럽에서 증가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초유럽적 성소수자 조직체인 ‘일가-유럽’과 유럽연합의 차별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우리가 새겨들을 만한 것들을 경청하기로 하자.

성소수자에게도 평등하게 사랑할 권리를.

▲ 성소수자에게도 평등하게 사랑할 권리를.


초국가적 유럽성소수자의 연례보고서

유럽지역 성소수자들의 연합 운동조직 ‘일가 유럽’(ILGA-Europe; 유럽의 국제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간성 연합)에서는 『2011년 연례보고서』를 내며 유럽 각국의 성소수자 인권사항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각국의 ① 성소수자 난민허용 여부, ② 편견에 기인한 언어와 폭력, ③ 평등과 차별 없음, ④ 가구(家口) 구성, ⑤ 집회와 결사의 자유, ⑥ 법 등 다양한 항목을 조목조목 짚어서 평가했다. 이를 통해 성소수자 인권점수를 수치화해서 ‘무지개 지도’를 만들었다.

성소수자 인권 조사법

1. ‘성적지향으로 인한 박해’가 난민심사에서 적극적으로 반영되는가?
2. 동성애/트랜스젠더 차별에 기인한 발언이 법으로 처벌되는가?
3. 차별금지법에 다음 사항이 충분히 반영되어 있는가? 고용상황, 제품 이용과 각종 서비스 접근권, 차별금지 옴부즈맨의 권한 부여와 권고사항의 반영, 평등법 제정
4. 동성결혼 허용 여부. 동성부부가 입양이나 혼인, 동거를 법적으로 평등에 가깝게 보장받는가?
5. 트랜스젠더가 자신과 다른 젠더와 혼인할 수 있는가? 개명을 원하는 트랜스젠더의 바람을 들어주는가? ‘성정체성 장애’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가? 젠더재지정 수술을 원할 때 신경정신과 치료나 정관수술 및 난소제거수술을 강제하는가?
6. 성소수자들이 탄압 없이 성소수자 프라이드 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가?

이 조사에 따르면, 유럽 각국의 성소수자 정책과 여론(관용지수), 법률, 증오범죄 처벌, 젠더재지정(수술) 사실 공문서 반영 여부는 각국마다 상이하게 달랐다. 종합적으로 영국이 성소수자가 살기에 가장 무난한 나라로 뽑혔다. 이밖에 스페인과 독일, 스웨덴, 벨기에, 네덜란드,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이 비교적 성소수자로서 살기 편안한 나라들로 집계되었다. 반면, 러시아를 비롯해서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몰도바, 우크라이나, 마케도니아 등 동유럽 국가들은 저조한 점수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2011년 한 해 동안 유럽에서 성소수자 인권을 침해했던 대표적인 사건의 처리방식, 성소수자 프라이드(자긍심) 행진 탄압, 성소수자 결혼이나 입양, 고용 권리, 미디어의 성소수자 보도 태도 등을 담았다. 유럽에서는 성소수자들의 권리가 점차 개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용과 적대적 차별이 비일비재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극우정당과 종교인들이 가장 빈번하게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성소수자의 수난

① 아제르바이잔에서는 2011년 5월 성노동자로 일했던 트랜스젠더가 무참하게 성폭행을 당하였다. 피해자의 개인정보 공개를 법원에서 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미디어에서는 이 사건을 흥미 위주로 보도하며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연거푸 밝혔다. 피해자는 결과적으로 집에서 내쫓겼다.
② 이탈리아에서는 오픈리 레즈비언 의원 파올라 콘치아(Paola Concia)가 애인과 함께 쇼핑 도중 동성애 혐오자에게 공격을 받았다. 당시 여러 행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과 두 사람만이 도움의 손길을 뻗쳤다.
③ 폴란드의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트랜스젠더-푸지야(Trans-Fuzja)’ 대표이자 정치가 안나 그로츠카(Anna Grodzka)는 유세기간 중 극심한 증오발언을 한 기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소송이 비단 직접적 피해자인 자신뿐만 아니라, 트랜스젠더의 훼손된 인격권을 보상하기 위한 것이라고 피력했다. 기자를 지지하는 호의적 여론이 들끓자 이에 고무 받은 기자는 더욱 공격적인 증오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④ 루마니아에서는 극우단체가 동성애 인권영화 『우리 둘』(Noi Doi) 상영을 가로막으며 행사를 훼방 놓았다. 극우당과 연계된 동성애 혐오단체 ‘신우익’(Noua Dreaptă) 조직원들은 개막식에 난입해서 겁박을 주며 영화를 틀지 못하도록 완력으로 다그쳤다. 경찰의 개입으로 마침내 관객들은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영화를 본 뒤 상당수 관객들은 상영 시작 직후 호모포비아 공격이 주최측의 쇼라고 착각했다고 답했다. 이후 영화를 상영할 때마다 호모포비아 공격이 이어졌다.

호모포비아들이 행진 중인 성소수자들에게 거칠게 위협하고 있다.

▲ 호모포비아들이 행진 중인 성소수자들에게 거칠게 위협하고 있다.


정치인들의 성소수자 성적지향 힐난

① “유럽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독재자”로 악명 높은 벨로러시아 대통령 알렉산데르 루카셴코는 2010년 독일 순방 중, 오픈리 게이(커밍아웃을 공개적으로 한 동성애자)인 독일의 외무부장관 귀도 베스터벨레(Guido Westerwelle)의 성적지향을 공개적으로 비난해서 물의를 빚었다. 논란이 일자 형식적으로 사과하였으나 거듭 동성애 혐오발언을 구사했다. 불가리아 수상인 보이코 보리소프는 일 년 내내 불가리아 전역에서 동성애 혐오발언을 내뱉어서 소수자를 향한 증오를 촉발시켰다.
② 핀란드 집권당 ‘진정한 핀란드인당(Perussuomalaiset)’은 입양조항에 “남성과 여성으로 결합된 부부”라고 명시함으로써, 동성애 부부가 아이를 입양하지 못하게 하는 법제정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③ 부다페스트 시장 이스트반 타를로스(István Tarlós)는 “동성애 라이프스타일”을 조장하는 2012년 유로게임(성소수자들의 운동시합에서부터 문화공연, 관광, 인권 세미나 등으로 어우러지는 초국적 행사) 개최를 공개적으로 반대하였다. 타를로스 시장뿐만 아니라 극우정당인 기독교민주당 청년연맹과 요빅당(黨)도 거침없이 동성애비하발언을 행하며 행사 철회를 꾀했다. ‘리투아니아 국민센터’ 의장 리차르다스 셰쿠티스(Ričardas Čekutis)는 성소수자 행진을 적극적으로 막는 데 힘썼다. “변태들의 거리행진”을 막아야 하며 “동성애자와 로마족(집시)이 사라진” 세상을 건설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미디어와 종교기관의 성소수자 폭력

① 덴마크 방송기자 쇠운 옌슨이 성소수자 활동가들을 인터뷰하면서 거침없이 몰성인지적 동성애 혐오 시각으로 질문을 해서 물의를 일으켰다.
② 핀란드에서는 한 기독교단체가 『굴복하지 마세요!』(Älä alistu!)라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한때 동성애자였다가 이성애자로 전향(?)한 청소녀들이 등장해서, 동성애의 유혹에 ‘굴복’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 캠페인은 역풍을 맞아서 신자수가 줄거나, 호모포비아를 조장하는 캠페인에 돈을 쓰지 말 것을 촉구하는 움직임으로 비화됐다.

그루지아에서 게이활동가를 구타하는 호모포비아들

▲ 그루지아에서 게이활동가를 구타하는 호모포비아들


동성애자의 소수자성을 고려하지 않는 강제송환 절차

마약밀매 전과로 인해 이란에 송환될 처지의 동성애자가 ‘성적지향으로 인한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며 거주자격을 호소했다. 스위스 동거인이 있는 그는 임시 거주허가를 받은 상태였다. 그러나 2010년 극우정당인 스위스인민당 주도로 전과가 있는 이민자들을 본국으로 송환하도록 법제화했다. 적잖은 인권운동가들이 그의 송환을 반대하고 나섰다. 하지만 스위스 당국은 “이란에서는 명시적으로 동성애자인 것을 드러내지 않으면 탄압을 받을 리 만무하다”며 그의 거주신청을 기각했다.

차별에 대한 심도 있는 설문작업으로 완성된 유럽연합 보고서

유럽연합에서는 『2012년 유럽연합 내 차별』(Discrimination in the EU in 2012)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는 사람들이 유럽연합(EU)에서 차별을 겪는 이유를 여러 가지로 압축했다. 예를 들어서, 젠더, 인종, 종교 및 신념, 연령, 성적지향, 젠더 정체성(트랜스젠더 및 트랜스베스타잇 등)으로 지정했다. 유럽연합에서 2009년에 이어서 또 다시 차별문제에 천착한 데는, 경제 불황 속 유럽 곳곳에서 소수자들을 겨냥한 증오범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작금의 경제위기는 고용시장에서 가장 직접적인 차별을 몰고 왔다. 55세 이상의 중장년층 노동자가 최우선적으로 해고되거나, 숫제 재취업이 어려워서 실업과 빈곤에 노출돼 있다. 이밖에 유럽연합 밖에서 이민 온 노동자들도 취업난과 실업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는 가장 차별을 적게 행하는 유형도 밝혀냈다. ① 정규교육과정 이상을 이수한 고학력자, ② (농어촌 지역보다) 도시지역 거주자, ③ 다원적인 인간관계 (친구 중 성소수자나 이민자, 로마족/집시가 있는 경우), ④ 좌파, ⑤ 소수인종, ⑥ 이전에 차별을 겪어본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관용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성소수자의 차별상황에 대한 여론

조사결과를 성소수자에 집중해서 살펴보자. 소수자 중 여성들과 장애인들은 비교적 차별과 혐오의 시선을 덜 받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반면, 트랜스젠더와 소수인종, 동성애자를 수용하는 시각은 비우호적이었다. 소수자 중 가장 차별을 많이 받는 이가 누구냐는 설문에, 성적지향과 트랜스젠더가 높은 응답을 기록했다. 성적지향으로 인한 차별이 가장 현저하다고 조사한 비율은 이탈리아(무지개 지도 점수 2½점), 그리스(2점), 사이프러스(1점)로 나타났다. 하지만 자신이 사는 나라에서 동성애자 차별이 거의 없다고 밝힌 국가들의 무지개지도 점수도 매우 높지 않았다. 아일랜드(9점)만 높은 편이었고, 불가리아(6점)와 몰타(0점)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차별에 대한 인식과 실제 관용도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셈이다. 인권감수성이나 삶의 만족도가 나라마다 현격한 차이를 갖는 데서 나오는 불일치로 보인다. 위의 질문과 유사해 보이지만, 자신의 나라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관용이 뿌리 깊이 행해지고 있느냐에 대한 질문에서 소위 ‘인권선진국’에서 양호한 결과를 나타냈다. 1위를 차지한 스웨덴(18점)을 필두로 영국(21점)과 덴마크(9점) 역시 높은 점수를 지녔다. 반면, 성소수자를 겨냥한 불용이 가장 첨예하다고 답한 나라들의 무지개 점수는 낮았다. 러시아(-4½점)를 비롯해서 폴란드(2점), 라트비아(1점) 등이었다.
일가-유럽에서는 이러한 불용과 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유럽 전역에서 오픈리 성소수자 정치인들과 관료, 인권운동가, 대중스타 등이 벌이는 노력을 더불어 소개하고 있다. 특히 해외원조나 정상회담, 해외순방, 국제연합 총회, 유로비전 콘테스트 등 전 지구적인 소통의 장이 성소수자의 인권을 드높일 수 있다는 실질적인 구상에 바탕해 있다.

성소수자 인권 개선을 위한 외교적 노력

① 말라위(Malawi)에서 전 세계 인권단체의 성토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2010년부터 동성애를 법으로 단죄하기 시작하자, 독일의 경제협력․개발부에서는 원조예산을 이전년도 금액의 절반으로 줄였다. 이후에도 시정되지 않자 2012년에는 원조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② 네덜란드 외무부에서는 16개의 빈국의 성소수자들과 성노동자, 에이즈 감염인, 마약중독자들의 의료 접근권과 콘돔 보급, 성교육을 늘리기 위해 5조 가량을 원조하기로 결정했다.

정치인과 관료의 활약

① 체코에서는 성소수자 프라이드 행사에서 프라하 시장 보후슬라프 스보보다(Bohuslav Svoboda)와 부시장 올드리히 로메츠키(Oldřich Lomecký)가 동성애운동을 명시적으로 지지해서 참가자들의 사기를 드높였다. 핀란드의 오픈리 게이 의원인 녹색당의 페카 하비스또(Pekka Haavisto)는 성소수자 정치인들의 정계입문과 대통령직 임명에 관한 공개적인 심포지엄을 열어서 각성을 촉구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Bundesverfassungsgericht)에 임명된 수잔네 베어(Susanne Baer)는 오픈리 레즈비언이다. 베를린시장으로서 인기를 구가하는 클라우스 보베라이트(Klaus Wowereit)는 오픈리 게이로서 삶을 진솔하게 담은 자서전을 출판했다. 이탈리아 아풀리아(Apulia) 지방 군수 니키 벤돌라(Nichi Vendola)는 오픈리 게이로서 인기를 누린다. 그는 젊은 층과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직접적인 소통을 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 스위스 의원 크리스토프 다르벨래(Christophe Darbellay)는 동성애부부의 입양을 막는 법에 위헌요소가 산적하다는 뜻을 담은 주장을 설파하고 있다.

탄압을 뚫고 마침내 거리에 선 베오그라드 성소수자 프라이드

▲ 탄압을 뚫고 마침내 거리에 선 베오그라드 성소수자 프라이드


대중스타들의 성소수자 인권 진작

① 스웨덴의 축구선수 안톤 히쉬엔(Anton Hysén)은 스웨덴의 프로페셔널 축구선수 중 최초로 커밍아웃을 감행했다. 그의 커밍아웃 이후 스웨덴의 전설적 축구선수였던 아버지 글렌 히쉬엔은 아들을 응원했고, 스웨덴축구연맹도 그의 결정을 지지했다. 하지만 그를 향한 적대적인 글들도 온라인에서 횡행했다. 축구계의 커밍아웃은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고 할 정도로 어렵다. 현재까지 영국의 럭비선수 가렛 토마스(Gareth Thomas) 등이 커밍아웃을 했는데, 몇몇 선수들은 커밍아웃 후 괴롭힘이나 차별로 인해 자살한 사례까지 있다. 덴마크 축구선수 아나스 리네고르(Anders Lindegaard)는 동성애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커밍아웃한 게이선수들을 지지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했다. 세계적인 육상선수 카이사 배르이크비스트(Kajsa Bergqvist)는 자신이 레즈비언으로서 동성애인을 사귀고 있다고 밝혔다.
② 덴마크 최초의 커밍아웃 게이 악셀 악스길(Axel Axgil)이 96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는 동성애 혐오가 심했던 1940년대에 오픈리 게이로 살기로 결심한 후 줄기차게 인권운동에 매진했다. 그의 동반자 아이길 에스킬슨(Eigil Eskildsen)과 함께 1940년대에 동성애인권단체를 설립했다.
③ 덴마크에서는 15세 가수 사라 요운슨(Sarah Jørgensen)이 공개적으로 레즈비언임을 방송에서 밝혔다.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동성애자 청소녀들의 인권을 주창함으로써, 동성애에 대한 앎을 촉진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④ 프랑스에서는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나치 강제수용소에 수감된 후 기적적으로 생환한 루돌프 브라즈다(Rudolf Brazda)에게 사후 레종도뇌르(Légion d'honneur) 훈장을 서훈했다. 그는 전범재판에서 끈질기게 동성애자들을 수용소에서 절멸하려 했던 나치의 악행을 진술하는 등 역사문제 청산을 위해 나섰다.

한국, 진정 성소수자가 살기에 좋은가?

대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 김진표 의원은 종교특위 기독교위원회 명의 기자회견에서 “동성애, 동성혼을 허용하는 법률이 제정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공언했다. 서구의 극우정당 정치인에게서나 나올 법한 수준의 호모포비아 주장을 펼친 이유는, 갈수록 기세를 확장하는 기독교 보수층을 포용하는 작태로 보인다. 소수자의 권리를 배제한 채 강자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겠다는 주장을 펼친 정당을 성소수자들이 발 벗고 지지할 수 있었을까. 이 사건 외에도 차별금지법 추진 과정에서 기독교 원리주의자들의 전 방위 로비작업과 물량공세로 인해 법제정이 좌초되었다.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동성애를 관계의 한 유형으로 묘사한 작품이 ‘청소년들을 그르친다’는 이유로 집요한 압력을 받았다. 한국에서 증오범죄 신고가 거의 없는 이유는, 증오범죄가 없다기보다 도저히 신고할 수 없다는 어려움을 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만큼 성소수자의 인권상황을 국제적인 지평으로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한국에서 동성애자가 어느 정도의 인권을 차별 없이 누리며 사는지를 국제적인 지표를 통해 파악하는 것은, 우리가 포기하고 체념했던 평등한 인권의 가치가 비로소 실현되는 데 의미 있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덧붙임

나이테 님은 인권자유기고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