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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의 인권이야기] 폭염과 군사훈련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있는 매년 3월과 8월이면, 이곳이 아직 전쟁 중인 땅이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정전. 전쟁을 잠시 멈췄을 뿐이라는 의미다. 어제(8/22)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시작됐다. 미군 2만 5천, 한국군 5만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이다.

"UFG 연습은 한미동맹의 대비태세 향상, 역내 방어 및 한반도 안정 유지를 위한 것" 한미연합사의 설명이다. 매번 해왔던 이야기다. 하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도, 유사시 북한 선제공격을 포함하는 한·미 작전계획 5015가 훈련에 적용될 예정이다. 5015는 선제공격을 더욱 전면화하는, 매우 공격적인 작전계획이다.

북한은 기다렸다는 듯 "사소한 침략 징후라도 보이는 경우 가차 없이 우리 식의 핵 선제타격을 퍼부어 도발의 아성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리겠다"고 화답했다. 핵 선제공격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호전적인 언사에 많은 사람이 이미 무감각하다. 그럴 법도 하다.

정전(停戰) : 교전 중인 양방이 합의에 따라 일시적으로 전투를 중단하는 일

정확히 1년 전에도,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남과 북은 철책선을 사이에 두고 교전을 벌였다. 당시에도 북한은 '남측이 48시간 내 확성기를 철거하지 않을 경우 군사행동'을, 남한은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한 응징'을 주장하며 거칠게 대립각을 세웠다. 모두가 확전을 우려했었다. 2014년 10월에도 마찬가지였다. 경기도 연천에서 민간단체가 살포한 대북 전단을 향해 북한군이 총을 발사했고, 국군이 대응 사격을 하며 긴장이 높아졌다.

이 긴장이 누군가에게는 생생한 일상의 위협이다.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때마다 불안에 떨며 대피소로 향해야 하는 파주, 강화, 김포, 연천 등 접경 지역 주민들이다. 접경 지역에서, 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들은 올해 8월도 마음을 졸이며 보내야만 한다. 남북 간 대화 채널이 모두 끊긴 작금의 상황에서, 이런 군사적 긴장은 작은 충돌도 큰 무장 갈등으로 번지게 할 수 있다.

핵에는 핵으로?

미군은 이번 UFG 훈련에 앞서 B-1B 초음속 폭격기와 B-2 전략폭격기를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전진 배치했다. 지난 18일에는 B-52, B-1B, B-2를 한꺼번에 태평양에 출격시켜 핵우산 전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북한이 핵이나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할 징후만 보여도 선제공격하겠다는 한·미 군사전략의 건재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고, 미국의 핵전력은 수시로 우리 머리 위를 날아다닌다. 선제공격 가능성을 시사하며 서로에게 핵전쟁의 위협을 가한다. 하지만 이 핵이나 저 핵이나 우리 모두를 공멸시킬 대량살상무기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핵에는 핵으로, 선제공격에는 선제공격으로. 이 호전적인 구호는 이곳에 사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모두가 '국가 안보'를 말하지만 결국 아무도 안전해지지 않는 전형적인 안보 딜레마가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함께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매년 여름, 어마어마한 세금과 인력을 쏟아 부어 얻는 이 갈등의 악순환이 연일 이어지는 폭염처럼 지치고 답답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공격적인 군사전략이 아니라,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끝낼 평화에게 기회를 주는 선택이 아닐까?

덧붙임

수영 님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