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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으로 읽는 세상] 우리를 대표할 수 없는 박근혜에게 외치도 맡길 수 없다

한일 정부가 군사정보보호협정(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 아래 한일군사협정)을 빠른 속도로 추진하고 있다. 이미 11월 1일 도쿄에서 한일군사협정 체결을 위한 1차 과장급 실무협의를 개최했고 불과 8일 만에 서울에서 2차 실무협의를 9일 진행하였다. 2012년 이명박정권은 한일군사협정을 추진하다가 졸속·비밀 외교라는 지탄을 받아 중단한 경험이 있다. 현재 국방부는 당시 협정내용을 다 만들어놓았기에 실무협의와 정치적 결단만이 남아 있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한일군사협정이 마치 한국과 일본이 군사정보 분야에서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한다는 약속으로 그럴듯하게 보일 수 있다. 모든 외교적 수사가 글자 그대로가 아닌 그 이면을 봐야하는 이유가 이 사안에도 적용된다. 국방부는 북의 핵미사일을 들먹이며 일본의 앞선 군사력(정찰위성과 잠수함 추적 능력)에 기초한 군사정보의 공유가 필요하단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반대 1인 시위 홍보 웹자보 <사진 출처-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홈페이지>

▲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반대 1인 시위 홍보 웹자보 <사진 출처-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홈페이지>


한일군사협정 체결의 속내

그러나 한일군사협정을 조속히 체결하려는 속내는 ‘비밀스럽고 배타적으로 취급한 군사정보를 그들만의 테두리 속에서 공유하고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것’에 있다. 2012년 외교부에서 국회에 제출한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국 정부 간의 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한일군사협정)」의 목적은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와 ‘협정 체결국 사이에 비밀 정보를 안전하게 교환하는 절차 등에 대한 내용’ 을 규정하는 데 있다. 또한 보호 대상인 ‘정보’의 범주는 ‘국가안보 이익상 보호가 필요한 방위관련 모든 정보’를 의미한다. 군사정보를 누구나 사용해서는 안 되니까 당사국 협정으로 국가가 비밀스럽게 강제하겠다는 의미이다.

2014년 12월말 한미일 군사정보공유약정이 체결되었지만, 이 약정은 미국을 경유하여 북의 핵미사일에 관한 군사정보를 공유하도록 하고 있어서 실시간 공유가 되지 못했다. 게다가 법적인 구속력도 없었다. 반면 한일군사협정은 국제법으로 강제할 수 있고 포괄적인 군사정보를 규율하고 있다. 그래서 한일군사협정 체결은 동북아시아에 구축하려는 미사일 방어체계(MD)를 안전하게 작동시키기 위한 제도적인 토대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니, 현재 국방부가 이야기하는 대로 북을 들먹이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 또 다른 방식으로 북을 이용하여 안보의 위기를 이용한 익숙한 레토릭에 불과하다.

또 다른 한편으로 한일군사협정이 체결되면 한국정부에 의해 수집된 다양한 북의 정보를 일본정부가 합법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된다. 가령 북의 정치, 군사, 사회 등 각종 정보들까지 교환할 수 있다. 우리가 실제 얻을 수 있는 군사적인 이익보다는 결국 일본의 대륙진출을 위한 한반도 정보를 일본에게 제공하는 것은 아닐까. 지난 10월 황교안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일본이 우리와 협력해서 필요성이 인정되면 (자위대) 입국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구나 지난해 일본은 안보법제를 제·개정하여 유사시 한반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태·사건에 다양한 방식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법적인 제도*를 정비해 놓았다. 실행에 앞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그들에게는 아마도 당연한 수순인 듯 보인다.

위안부 합의, 사드 배치, 한일군사협정 채결은 외교안보 재앙

가뜩이나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정부가 한일군사협정 체결에 서둘러야 해야 하는 그 어떤 명분도 이유도 없다. 당장 그만 두는 것이 답이다. 이미 박근혜 정부는 안보를 위한다며 안보를 해하는 일을 수없이 저질러 왔다. 최순실 씨의 테블릿 피씨(PC)에 있던 대통령의 연설문에서 드러난 통일대박(흡수통일), 개성공단 철수 등 무리한 대북강경정책으로 이로 인해 한반도 내에서 군사적 긴장과 대결 상황은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현실이다. 위안부 합의, 사드 배치 결정에 이어 한일군사협정까지 채결된다면 그야말로 외교안보 차원에서 재앙이 될 것이다. 한일군사협정 체결도 결국은 한일 간 공동의 적(북이라고! 혹은 중국이라고!)을 설정하고 군사행동이 가능하도록 정보를 비밀스럽게 공유하겠다는 것이니,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정착을 위한 과제와는 거리가 멀다. 1987년 한국과 미국은 ‘군사비밀보호에 관한 보안협정’을 채결하였고 2007년 미국과 일본은 ‘미일군사협정’을 채결하였다. 한일군사협정은 이미 한일/한미 군사동맹과 연결되어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완성되고 이것이 가져올 해악은 결국 동아시아 지역의 군사화일 뿐이다.

외치(外治)도 내치(內治)만큼 실패한 정책을 확인하고 있는 지금, 박근혜정부가 해야 할 일은 시민들에게 권력을 이양하고 조용히 권좌에서 내려오는 길뿐이다. 지금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도 시민들의 분노가 사그라지지 않는 상황에, 내치는 책임총리가 외치는 박근혜 본인이 챙기겠다고 하니, 정말 사태 인식을 못하는 것인지 안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10월 27일 박근혜대통령은 청와대 비서관들에게 줄줄이 사표를 제출하라고 하면서도 외교안보 수석비서관들은 그대로 자리를 꿰차게 두었다. 11월 4일 대통령 국민담화문에서도 “지금 우리 안보가 매우 큰 위기에 직면해있다”며 나라 걱정을 그토록 하시는 분이 더 이상 사고를 치지 않기길 바랄뿐이다.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박근혜에게 없다. 당신이 우리를 대표할 수 없으니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대표할 수 없다. 그러니 제발 당신은 청와대를 떠나시라. 내치의 무능은 외치의 무능으로 연결되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한일군사협정 체결을 위한 그 어떤 외교적인 행위도 그만 멈추라.

*안보법안 11개 중 무력공격사태법은 “타국에 대한 공격이 발생할 경우 일본이 직접 공격을 받지 않더라도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거나 자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 존립위기상태로 규정해 자위대의 무력행사를 가능”하게 하였다.
덧붙임

최은아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