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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논평

청와대는 인권위를 인권기구답게 할 인권위원장 인선절차 마련하라!

<기자회견문>

인권위는 정부의 꼭두각시가 아니다.

청와대는 인권위를 인권기구답게 할 인권위원장 인선절차 마련하라!

하루가 멀다 하고 집회시위의 권리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기소되고 구속된다. 하루가 멀다 하고 노동자, 시민들의 사망사건이 줄을 잇는다. 헌법상에 명시된 생명권, 안전권, 집회시위의 권리는 그저 문구일 뿐이다. 심지어 국가인권기구인 인권위조차도 주요 인권현안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국가인권위법 1조에는 “국가인권위원회를 설립하여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의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한다고 되어 있으나 인권침해의 현장에 인권위의 모습도,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작년 세월호 침몰이 정부가 구조하지 않아 참사로 변해 304명의 목숨이 바다에 잠길 때도, 추모하는 시민들이 박근혜 정부를 규탄했다고 연행될 때도 인권위는 보이지 않았다. 얼마 전 집시법 위반과 일반교통방해 위반 혐의로 416연대 사무실과 운영위원들의 사무공간을 압수수색할 때도 인권위는 어떤 입장 표명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올 10월에 열릴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위원회(이하 유엔 자유권위원회) 한국정부보고서 심사를 위해 인권위가 제공하는 정보노트에서 한국 인권상황을 축소·은폐하려고 했다. 인권위는 세월호 참사나 통합진보당 해산, 성소수자 혐오세력의 발호 등 주요 인권현안을 삭제하거나 축소한 채 유엔 자유권위원회에 제출했다. 정확한 정보를 제출해야할 준국제인권기구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채 정권 옹호에만 혈안이 되어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인권위가 인권 옹호가 아닌 정권 옹호에만 혈안이 된 것은 무자격 인권위원들로 인권위가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주요 인권침해와 인권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인권위원들의 임무다. 그런데 친정부적 무자격 인권위원을 청와대 등에서 임명하면서 임명권자의 눈치만을 보고 있다. 특히 현병철 위원장을 임명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주문했던 “조직관리”와 “북한인권”에 대해 인권위가 왜곡되게 전념하면서 시민사회의 신뢰를 잃었다. 민주적 조직운영을 요구하는 인권위 직원들을 징계하고, 대북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라며 한반도 긴장을 부추기고 북한 인권을 정치적 수단으로 만드는데 인권위가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2008년부터 국가인권기구 간 국제조정위원회(이하 ICC)에서는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투명한 인선절차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 등은 어떤 노력도 하고 있지 않다. 결국 ICC는 전례 없이 한국 인권위에 대한 등급심사를 3번이나 보류하였다. 사실상의 등급 하락이다.

인권위가 설립이후 국제사회의 모범이었던 데에는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인권침해에 대해 조사하고 입장을 표명하였던 독립적 기능이 가장 컸다. 하지만 현병철 인권위원장을 비롯한 무자격 인권위원들로 인권위가 구성되면서 인권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는 우려의 시선이 많아지고 있다. 인권위가 제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을 공식 방문한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보고서, 유엔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 보고서에서도 인권위가 인권옹호를 위한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또한 유엔 사회권규약, 여성차별철폐협약, 아동권리 협약,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UPR) 등 각종 국제 인권규약에서 인권위에 대한 정부의 독립성 훼손과 인권위원 자격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이제 5대, 6대 위원장을 지낸 무자격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임기가 오는 8월 12일에 끝난다. 인권위법상 대통령이 임명권을 가지고 있으나 절차도 기준도 없이 ‘아무나’ 임명하라는 것이 아니다. 청와대는 임명권을 함부로 남용해서는 안 된다. 인권위를 독립적이고 자격 있는 인권위원으로 구성하는 일은 국가인권기구에 관한 원칙(이른바 파리원칙)에서도 정한 최소한의 기준이다.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을 청와대의 입김이 통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임명했던 관행을 중단하라.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으로 임명한 인권위원이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최이우 였다는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으로 인권위 등급심사가 세 번이나 보류되었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인권후퇴국’이라는 오명을 벗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향적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이다.

청와대는 국제인권기구가 권고한 대로 투명한 인선절차를 마련하고 그에 따라 인권위원장을 선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침해에 굴하지 않고 사회구성원의 인권을 옹호하는 인권위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부는 있는 힘을 다하라. 인권위를 정부의 꼭두각시로 만드는 무자격 인권위원의 임명을 중단하라. 정부의 인권침해에 대해 쓴 소리를 할 수 있는 인권위가 독립적인 인권위라는 것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투명한 인선 절차 마련과 그를 통한 자격 있는 인권위원의 임명이 독립적인 인권위를 구성하는 첫 걸음이다. 청와대는 ICC가 권고한 대로 인권위법을 개정하고 인권위원장을 비롯한 인권위원 선출 절차를 마련하라. 우리 시민사회는 이번 인권위원장 선출에 청와대가 ICC의 권고를 제대로 이행하는지 지켜볼 것이며 이를 국내외 시민사회에 알릴 것이다.

인권위는 정부의 꼭두각시가 아니다! 인권위원장 인선절차 마련하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인권위원장 인선을 보장하라!

시민사회는 원한다. 독립적인 인권위를! 청와대는 ICC 권고 이행하라!

2015년 7월 8일

국가인권위 위원장 인선절차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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