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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논평

[의료급여공동행동 성명]의료급여제도 30주년 기념에 부쳐

30년 된 의료급여 제도, 기념행사를 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 보건복지부 주최의 의료급여 제도 도입 30주년 기념식에 즈음하여

의료급여제도가 시행된 지 30년이 되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이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오늘 의료급여제도 도입 30주년 기념행사를 거행한다고 한다. 의료급여 제도의 탄생은 분명 축하하고 기념할 일이다. 이 제도는 도입 초기에는 ‘의료보호’ 제도라는 이름에서 풍기듯 국가주의적, 시혜적 제도였던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나마 국가가 가난한 이들의 건강을 책임지려 내놓은 제도적 산물이라는 측면에서 이 제도의 탄생은 긍정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정부가 제도 도입 30주년을 맞아 그간의 정부의 정책에 대해 자화자찬 일색의 일방적 평가를 내놓는 것에 비판적이다. 이러한 정부의 행동은 의료급여 제도의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고 정부가 제도 개선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의료급여수급자의 건강권을 증진시키기 위한 제도의 양적 확대와 질적 발전을 도모하는 것에 게을렀고, 심지어는 올해 의료급여제도의 성과를 뒤로 돌리는 퇴행적이고 반인권적인 제도 개정을 감행하였다.

‘의료보호’ 제도로 시작된 의료급여 제도는 30년 동안 긍정적 방향으로 변화해 온 것이 사실이다. 적용 대상자가 조금씩 확대되었고, 수급자들의 본인 부담도 조금씩 줄어들었다. 그에 따라 국가의 부담도 점차 늘어났다. 가장 큰 변화는 2001년 법명을 ‘의료보호법’에서 ‘의료급여법’으로 바꾸면서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제도를 만들어나가겠다고 표명한 것이다. 그 결과 수급자는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건강할 권리를 국가에게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의 주체가 되었다.

그러나 법명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시각 자체는 그리 바뀌지 않은 듯하다. 아직도 정부의 행정 주체들은 수급자들을 ‘도덕적 해이’의 가능성이 많은 이들로 전제하고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다보니 나오는 개혁 대책이라는 것이 대부분 재정 절감책이었으며, 수급자들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제도 개정안이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의료급여 제도는 개선해야 할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이 제도로 건강 보장을 받을 권리가 있는 이들이 아직도 적용대상에서 배제되어 있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및 한국노동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6년 도시가구의 시장소득기준 상대빈곤율은 16.4%에 달했다. 그런데 2006년 12월 기준으로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183만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3-4%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둘째, 의료급여 수급권자임에도 불구하고 1종과 2종간에 종별 차별이 존재하여 2종 수급권자의 의료접근권을 침해하고 있다. 셋째, 건강보험의 급여 체계를 의료급여제도에도 그대로 준용하기 때문에 의료급여의 보장성이 낮다. 의료급여 수급권자도 비급여로 인한 본인 부담이 적지 않은 실정이며 현재는 법정 본인부담금까지 납부하고 있다. 넷째, 관리운영 측면에서 공급 기관의 서비스 질에 대한 모니터링이 부실하고, 수급권자의 참여가 제한되어 있어 수급자의 건강권 향상에 필요한 의견과 요구가 담기지 않고 있다. 다섯째, 현 제도는 건강보험 대상자와 의료급여 수급자간에 차별을 조장하고 있다. 수가 구조 측면에서 일부 진료의 정액 수가제, 진료일수 제한 등은 구조적으로 수급자를 차별하도록 만들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이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원과 노력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최근 ‘의료급여 개혁’이라는 구호 속에 전혀 다른 방향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도입한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에 대한 본인부담금제나 선택병의원제 등은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정책들이다. 이는 가난한 이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의료를 이용할 권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며 제도적 차별을 심화시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적용 대상자를 확대하기는커녕 참여정부 들어 수급권자로 편입되었던 일부 차상위계층조차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당장 폐기되어야 한다.

의료급여 제도 도입 30주년을 맞아 정부는 의료급여 제도에 대한 올바른 철학과 방향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 권리로서의 의료급여 제도라는 명칭에 걸맞게 수급권자들의 참여와 권리를 강화하고, 이들에게 덧씌워진 제도적 차별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의료급여 제도는 가난한 이들에게도 평등하게 보장된 건강할 권리를 적극적으로 증진하는 제도로 거듭나야 한다.

2007. 11. 7

의료급여 개혁을 위한 공동행동
(가난한이들의건강권확보를위한연대회의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노숙인당사자모임 노숙인복지와인권을실천하는사람들 민주노동당 빈곤사회연대 사회정의시민행동 인권운동사랑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참여연대 한국의료생활협동조합연대 한국빈곤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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