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미네르바’ 탄압은 표현의 자유 침해
- 정부와 정치권이 경제위기에 대한 책임 져야
어제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활동해온 것으로 추정되는 이가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검찰에 체포되었다. 이에 대해 아고라의 누리꾼들은 검찰의 부당한 탄압이라며 ‘미네르바’ 석방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신뢰할만한 경제 정보에 대한 시민들의 높은 관심과 정부와 언론이 발표하는 정보에 대한 깊은 불신을 반영한다.
이러한 현상은 일차적으로 금융 자본주의가 심화되며 주식이나 펀드 투자 등 각종 금융 상품들이 서민들의 삶에까지 깊숙이 침투한 것 때문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서민들의 삶을 지탱하는 경제적 기반이 불안정해진 것이 원인이다. 비정규직 확대와 빈곤 심화 등 그동안 확대되어온 경제적 불평등에다 최근에는 전세계적 경제위기까지 겹치며, 사회적 안전망이 해체되었고 이는 대부분의 시민들에게 경제적 삶의 심각한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나라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정부와 정치권은 경제 상황에 대해 부정확하거나 때론 명백한 허위 사실을 발표하였고, 보수 언론은 시민들의 쌈짓돈을 털어 경제적 이득을 보려는 세력들과 손잡았다. 공론의 장에서 믿을만한 정보를 얻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정보를 교환해왔다. 정부가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들 사이에서 정보를 교환하는 과정에서 다소 부정확한 정보들이 교환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공동체를 해할 의도와 위험이 명백히 현존하지 않는 이상, 이를 형사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이는 쉽게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치적, 경제적 이득을 위해 경제 정보를 밀실에서 독점하며 시민들에겐 허위 정보를 퍼뜨린 정치권력과 이와 결탁한 관료집단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단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 위기에 대해 여러 차례 말을 번복했다.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경제 위기를 강조하더니, 경제 위기가 차츰 현실화되자 경제 위기는 없다며 서민들의 주식 투자를 선동하기까지 하였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정치선전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한 ‘미네르바’ 등과 같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의견 개진은 처벌하겠다는 의도를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검찰이 ‘미네르바’로 추정되는 사람을 체포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중대한 인권침해이다. 이는 다른 의견은 억압하겠다는 독재적인 정치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달고 다녔던 검찰은 민주화의 시대적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고 여전히 권력에 종속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나아가 법원이 ‘미네르바’ 피의자에 대한 구속수사를 결정한다면, 이는 입법, 행정, 사법의 3권 분립이 정부의 권력 하에 종속되는 것으로서 스스로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오히려 부정확한 혹은 허위 정보로 사회 혼란을 가중시킨 정부와 정치권력이 경제 위기로 야기된 현재 상황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마땅하다.
2009년 1월 9일
인권운동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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