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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으로 읽는 세상

전국 방방곡곡 ‘반차별’의 싸움을 만들어 보자.

2007년 참여정부에서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이후 차별금지법 반대세력은 외형을 변경하며 덩치를 키워 왔다. 반대세력은 2007년 ‘의회선교연합’ ‘동성애허용반대 국민연합’을 구성하였고, 2010년 ‘바른 성 문화를 위한 국민연합’을 구성하여 차별금지법과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반대하였다. 급기야 2013년에는 개신교계 거대종파와 새누리당 황우여 의원까지 포함한 ‘차별금지법 반대 국민연합’을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덩치가 커진 만큼 이들의 영향력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0년 법무부에서 ‘차별금지법 특별분과위원회‘를 구성하자, 반대세력은 법무부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전화를 하였으며, 2011년에는 서울학생인권조례 제정에 거세게 반대하였다. 이로 인해 시의원들이 성적 지향, 임신 및 출산으로 인한 차별금지 사유를 수정하려 하기도 했다. 이후 이들은 각 지역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대해서도 반대활동을 이어감에 따라 차별금지사유가 포함된 인권기본법이나 인권조례 제정 움직임은 언제나 반대세력과 직면하게 되었다.


‘차별과 배제’를 정당화하며 정치세력화하는 차별금지법 반대세력

차별금지법 반대세력은 성소수자·비혼모·정치적 견해에 대한 차별이 금지되면, 우리 사회가 혼란에 빠진다고 주장한다. 또한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사회 혼란이 일어나고, 그로 말미암아 북한이 이익을 볼 것이며 우리사회의 질서가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금지된다면 사회적 무질서가 초래한다는 그들의 주장은 미국의 기독교 우파가 1990년대 등장한 궤적과 동일성이 보인다. 미국 기독교 우파는 세속적 정치참여를 금기하는 근본주의와 교리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전통가치의 부흥을 지지하며 등장했다. 당시 미국 기독교 우파는 전통가족의 훼손과 사회적 무질서를 핵심내용으로 해서 낙태와 성소수자에 접근했다. 이들은 여성의 권리를 급진적이고 급단적인 것으로 몰아세웠으며, 성소수자를 극단적인 존재로 만들었고, 자신들의 주장은 다수의 권리로 포장하고 상대방을 이데올로기의 극단으로 치부했다. 이들은 차별과 배제를 정당화하며 정치세력으로 등장하였고, 이후에는 티파티(tea party) 운동을 하며 미국의 의료보험, 사회보장제도, 복지프로그램을 비판하면서 공화당 내부의 핵심 파벌로 부상하였다.

유럽 극우정당의 등장도 미국의 그것과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이들은 종교에 기반하고 있지 않으나 민족주의와 제노포비아(인종혐오)에 바탕을 둔 이주민에 대한 적대적 입장과 권위와 질서 수립의 강조로 보수 세력을 집결시켰다. 이들은 이민금지, 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 이슬람 혐오를 주장하였고, 사람은 근본적으로 동등하다는 인식을 무너뜨리려 했다. 두 집단 모두 차별과 배제를 정당화하며 보수 세력을 집결하는 정치를 펼친 것이다.

한국의 차별금지법 반대세력 또한 차별과 배제를 정당화하며 거대한 정치세력으로서 흐름을 만들고 있다. 특히 질서와 안전을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에서 질서와 안전을 위협하는 특정집단을 보수세력이 지목하는 순간, 지배 프레임과 결합되어 강력한 힘을 발휘하리라 예상된다.


보수기독교와 차별금지법의 싸움이 아닌 ‘반차별’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싸움

차별금지법 제정을 둘러싼 논란을 종교의 자유와 소수자 인권의 충돌로 이해하는 건 위험하다. 가치와 가치의 충돌, 종교의 자유와 차별금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순간, 우리는 저들이 어떤 정치를 펼치고 있는지, 저들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수 세력의 목표는 특정집단에 대한 배제를 정당화시키며, 사람은 근본적으로 동등하다는 사실을 부정하려는 것이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특정집단의 배제가 정당화 된다면, 이후 어떠한 집단에 대한 낙인을 통해 그 집단을 사회에서 배제시킬 수 있는 정당성을 획득하게 된다. 그들은 그렇기에 성소수자라는 가장 약한 사회적 존재를 공격하는 것이다. 이미 이들은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종북과 성범죄자를 차별과 배제의 대상으로 지목한 바 있다.


‘반차별’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 필요하다

‘차별’은 특정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고유하게 부딪치는 문제가 아니다. 혐오와 편견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끊임없이 분리하고 배제해온 힘은 차별이 특정한 정체성을 가진 ‘누군가의 문제’로만 보이게 만들어 왔다. 그리고 특정한 집단을 분리하고 배제해온 힘은 지금도 특정집단을 공격하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모든’ 사람은 근본적으로 동등하다는 ‘반차별’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싸움을 해야 한다. 그 싸움은 특정한 누군가들의 싸움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싸움이다. 지금 어딘가에서 자신들의 존재가 부정되는 경험을 하며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싸움과 함께 한다면, ‘반차별’의 싸움은 전국 곳곳에서 일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