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를 위해 더 이상 피 흘릴 순 없다'
미국이 본격적인 이라크에 대한 침략 일정에 돌입한 가운데, 2월 초순부터 한국사회에서도 미국의 ‘더러운’ 이라크 전쟁을 저지하기 위한 움직임들이 발빠르게 전개됐다. 지난 8일 ‘한국 이라크반전평화팀’에 소속된 3명의 한국인이 ‘인간방패’를 자원하며 이라크로 출국했고, 700여개 인권·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전쟁반대 평화실현 공동실천’이 ‘여중생 사망사건 공대위’와 공동 주최한 반전평화 대행진이 서울 거리를 수놓았다. 이어 지난 16일에는 또다시 ‘인간방패’를 자원한 4명의 한국인들이 추가로 출국했고, 서울 이외의 여러 지방도시들에서도 인간방패 자원자들을 모집중에 있다.
<하루소식>은 이러한 반전평화의 흐름들이 이야기하는 ‘대 이라크 전쟁의 숨은 의도’를 전하려고 노력했다. 몇 가지 인식의 차이는 있겠지만, 많은 이들이 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것은 이번 전쟁이 ‘단지 석유를 장악하기 위한 패권다툼’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하루소식> 또한 논평을 통해 이라크 민중들을 죽음의 공포로 내몰고 있는 이번 전쟁 준비가 ‘2003년판 홀로코스트’를 가져올 것을 경고했다.
'반전'이라는 하나의 외침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목소리들
<하루소식>은 지난 18일자 기사를 통해 ‘반전’이라는 하나의 외침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전하려는 또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많은 이들이 미국의 이 추악한 전쟁 기도를 공통적으로 반대하고 있지만, 이번 전쟁에 반대하는 조금씩 다른 동기를 갖고 있다. <하루소식>이 만난 ‘인간방패’ 지원자 중 3명은 여성주의자, 양심적 병역거부자, 사회주의자로서 전쟁에 반대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웅변해 주었다.
오김숙이 씨는 폭력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여성에게 전쟁은 극대화된 폭력적 상황을 가져다줄 뿐만 아니라, 전쟁이 끝난 후에도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또다른 전쟁이 계속된다는 점을 일깨워줬다.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바 있는 은국 씨는 전쟁에 대한 공포로부터 이루어지는 연대가 반전평화운동의 주된 추진력이 될 것임을 기대하고 있었다. 사회주의자로서 이라크행을 결심한 허혜경 씨는 70년전 스페인으로 달려갔던 국제주의적 흐름이 올해 이라크로의 행렬을 통해 되살아날 수 있음을 몸소 증명해 줬다.
<하루소식>이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했던 이유는 인간방패 행렬이 ‘이벤트’로서가 아니라 ‘인권과 평화를 위한 직접행동’으로서 조명될 수 있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그들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즐겁게’ 이라크행을 결심한 것이 아니라, 죽음의 공포로 잠 못 이루면서도 자신의 이념과 양심에 따라 ‘힘들게’ 이라크행을 결심한 것이라는 점, 그를 통해 우리가 이라크에 간 그들을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가 아니라 어떻게 그들과 ‘연대’해야 할지를 고민해 보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한반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은 결부되어 있다
한편, 토니 블레어 총리의 “이라크 다음은 한반도”라는 발언 이후, 미국이 한반도 주변 병력을 증강 배치하기로 함에 따라 한반도 전쟁 위협 역시 함께 고조되고 있다. 이는 이라크 민중들이 겪고 있고 겪게 될 공포가 우리들이 겪을 공포와 결코 분리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지난 10일 김석수 국무총리의 발언을 통해 한국정부가 이라크전 지원 파병을 준비중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천만한 시도이다. 미국의 이라크전쟁을 지원하는 일은 미국의 식민지 점령전쟁을 지원하는 일일 뿐 아니라, 한반도 전쟁을 앞당기는 일이기도 하다. <하루소식>은 정부의 파병 움직임에 반대하는 목소리들을 담아내고 논평을 통해서도 재확인함으로써, 정부의 부끄럽고도 위험천만한 행위를 저지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이곳 한반도도 중요한 반전평화의 현장
여러 언론들이 ‘인간방패’ 자원자들과 함께 이라크로 떠났다. 현재 이라크로 입국하기 위해 머무르고 있는 요르단 현지에서 급박하게 전개되는 소식들과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물론 <하루소식>은 요르단으로 특파원을 보내지 못했다. 하지만 <하루소식>은 이곳 한반도 역시 중요한 반전평화의 현장이라고 본다. <하루소식>은 국내에서의 반전평화 목소리들을 계속해서 담아낼 것이며, 그 목소리들을 ‘이념과 상업성의 체’로 거르지 않고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노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