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원활동가 아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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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노래 하나.
처음으로 이 노래를 듣고 실버라이닝이라는 그룹을 알게 된 곳은 새만금이었습니다. 사랑방 후원의 밤에 오셨던 분이라면, 이들의 노래를 직접 들으셨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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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몇 가지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하루 아침에 달랑 편지 한 장으로 회사에서 ‘짤렸던’ 1750명의 노동자들과 인천 부평에 모였던 많은 사람들과 그들을 밟고 지나간 경찰의 군화발,
감탄을 넘어선 놀라움으로 바라봐야 했던 천성산의 능선과 늪지대,
장애인과 함께 버스를 타려다 팔다리 모두 잡혀 들려나가던 친구의 모습,
술자리가 거해지자 눈물을 흘리던 농민들과 “우리에게도 땅이 있다면~”하는 노래를 부르며 놀던 동네 꼬마아이들,
‘반성폭력 내부규약’이 있어서 겨우 이름만이라도 붙일 수 있었던 ‘성평등한 연대활동’,
이라크 어린이에게 폭탄 대신 의약품을 보내자며 들고 다녔던 아기 우유병 모양의 모금함,
철거용역들이 헤집고 간 자리를 정리하다 못에 찔려 어질어질했던 철거촌,
논두렁을 뛰어다니며 철조망을 치웠던 평택에서의 하루......
역시 사람은 자기가 보고 듣고 행한 만큼만 알 수 있나 봅니다. 이렇게 어설프게나마 내 몸으로 보고 들었던 것들이 있기에 세상에는 그토록 많은 모순과 그 모순에 의해 억압받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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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거꾸로, 아는 만큼 보인다는 사실은 나를 많이 힘들게 합니다. [평화가 무엇이냐]하는 노래에서 그 어설프게 알고 있는 모순과 억압들이 보이는 만큼, 그래서 그 노래말들이 너무나 마음에 와닿는 만큼, 난 너무 슬프고 화가 납니다.
이렇게 단순하고 당연한 목소리가 도대체. 왜. 거칠고 험악한 절규가 되지 않으면 안 되는지. 이렇게 쉬운 얘기들이 도대체 뭐가 그토록 어려워서 세상에서는 그 반대로만 되는지. 안타까움과 분노에 눈물이 다 납니다. 아마, 사랑방 자원활동가를 ‘자원’했던 것은 이런 이유에서일 것입니다.
‘신나게 노래 부르는 것이 평화’라는 목소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모두가 주인’인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여겨지는 곳, 인권운동사랑방. 당분간은 이곳에서, 마치 세상의 모든 행운을 다 받은 ‘행운아’ 마냥 살고 있는 나의 슬픔과 분노를, ‘말뿐인 나의 행동’으로라도, 조금씩이라도 함께 풀어보고 싶다는 그런 이유.
자원활동을 시작하고 다른 활동가들을 보면서, ‘평화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또 당연한 목소리를 당연하게 만드는 일이 역시나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를 계속 깨닫고 있지만, 그래도 노래와 함께 웅얼거립니다.
‘그래, 낮은 곳을 보고도 못 본 척 외면하진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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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으로.
저 많은 기억들을 함께 했던 많은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그 친구들도 ‘낮은 곳을 못 본 척 외면하지’ 않기를. 무엇보다도 모두들 행복하기를. 언제 어디에서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