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 때, 휠체어가 갑자기 앞으로 고꾸라졌습니다. 하필이면 휠체어가 엎어진 자리는 내린 비가 고인 큰 물웅덩이였습니다. 두 분은 몸이 불편하셔서 쉽사리 일어나질 못하고 계셨어요. 철벅철벅, 우리는 물웅덩이로 뛰어들어 두 분과 휠체어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모두 흠뻑 젖어 상처투성이었습니다. 휠체어에 앉아 계셨던 분은 바닥에 얼굴이 부딪혀 입술이 터져 피가 흐르고 볼이 크게 긁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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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는 길이세요? 노들 야학 가시는 길이세요?"
앉아계신 분이 흠뻑 젖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저희도 그 쪽 가는 길이에요.(노들 장애인 야학은 사랑방 근처에 있죠) 같이 가요."
휠체어에 제대로 앉혀드리고 휴지로 대강 얼굴을 닦아드리고 밴드를 붙여드리며, 다들 안타깝고 난감한 마음이 들어 말이 없었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아이구~ 술을 많이 드셨나봐요." (웃음)
모두의 얼굴엔 웃음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몇 사람이 실수로 넘어지고 다른 몇 사람이 그 사람들을 일으켜 세워준, 그저 그런 일이 일어났던 맑고 깨끗한 여름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