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사랑방 3월 결산을 했습니다. 들어온 돈과 나간 돈을 계산하니 9만원 정도 흑자네요. 적자는 면했다는 안도감도 잠시 뿐 이내 다음 달 살림살이가 걱정됩니다. 그나마 통장에 잔고가 있어서 다행이긴 하지만 다음달 상임활동비를 제대로 지급할 수 있을지, 세금이나 월세를 제 때 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사랑방 재정이란 게 워낙 수입을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어렵다보니 자금이 필요한 곳에 제대로 지원해 줄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멀리 지방으로 활동하러 가는 팀원들은 가장 싼 교통수단을 이용하느라 긴 시간을 차 안에서 보내기도 하고, 꼭 해야 하는 일이지만 돈 때문에 미루거나 포기하기도 합니다. 요즘 같아선 지출이 늘어나는 게 무서워 누가 상임활동가가 되겠다고 지원할까봐 내심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사랑방 살림살이가 힘들어질 거라는 건 올 초부터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습니다. 사랑방수입의 대부분이 후원으로 이루어지기에 개인의 경제상황이 나빠지면 사랑방도 그 영향을 받으니까요. 수입을 늘리고자 활동가들 각자 강의도 더 많이 뛰고 팀별로 프로젝트사업을 맡아서 해 보려고 노력하지만 여의치가 않습니다. 수익도 올리면서 인권침해 당사자들의 권리도 보호할 수 있는 사업을 만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죠.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수입만 늘리겠다고 작정하고 덤벼들면 못할 것도 없겠지만 돈 되는 것만 하면 돈 안 되는 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양쪽 모두를 조절하면서 잘 꾸려나가면 좋을 텐데 인원과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보니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국가나 기업체로부터 지원을 받으면 어떻겠냐고. 하지만 그건 사랑방 재정원칙상 있을 수 없는 일이랍니다. 사랑방이 창립 이래 고집스럽게 지켜온 국가와 자본으로부터의 독립 원칙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지향점이기 때문입니다. 그들로부터 지원을 받게 되면 그들의 눈치를 봐야 하고 그들의 의도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음을 잘 알기에 결코 그런 선택을 할 수가 없답니다. 또한 권력과 자본만 있으면 뭐든지 굴복시킬 수 있다고 믿는 그들에게 개인후원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이면 어떤 힘을 갖게 되는 지 사랑방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모여 13년째 사랑방이 이어져 왔듯 앞으로도 쭉 나아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사랑방을 후원해주시는 분들은 대략 630명 정도 됩니다. 활동하느라 바쁘다 보니 전화 한 번 드리지 못하지만 저희를 믿고 꾸준히 후원하고 계신 분들입니다. 후원인 대부분은 저희 활동가들 얼굴조차 모릅니다. 그런데도 자신이나 가족을 위해 쓸 돈의 일부를 아껴서 후원해 주십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에게 매달 일정액을 후원한다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라는 걸 알기에 감사한 마음과 아울러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이렇듯 단순히 ‘돈’이 아니라 ‘귀한 마음’을 주시는 후원인들의 믿음과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긴장을 놓지 않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활동에 대한 긴장감과 아울러 재정 자립에 대한 고민도 사랑방의 숙제이기에 지금 사랑방에선 자체적으로 수입을 늘릴 수 있는 방안과 후원인들을 더 많이 모을 방법을 구상 중입니다. 몇 명이 머리를 맞대고는 있지만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가 않네요. 후원인 여러분들이 의견을 주시면 더 좋은 아이디어들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생각나는 것 있으면 메일이나 전화주세요. 시간 되면 얼굴 마주보고 얘기 나누면 더 좋구요 ㅎㅎ.
사랑방을 후원해주시는 모든 분께 편지로나마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드리며 모쪼록 늘 건강하시길..
활동가의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