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춘 여성, 기지촌여성을 우리의 이웃으로 감싸안을 수 있는가?
한인간이 자기 몸을 팔아먹고 살아갈 경우, 그게 ‘개인적 타락’이지 어떻게 ‘공적 책임’의 대상이 될 수 있느냐라고 말한다면, 창녀들은 물론 원한다면 옷을 벗을 수 있는 매춘자원자들도 할 말이 있을 수 없다. 이런 여인들이 백만 명이 넘어선다고 할 때 국가는 과연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매매춘 사업이 조직적 구조적으로 국내에 주둔한 외국군대에 의해 이루어진다면 50여년 전 정신대 문제는 또 다른 이름으로 오늘 한국에서 은밀하게 때로는 치욕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주한 미군 한국주둔 50년 사 는 우리 근 현대사의 치욕과 아픔의 상징 그 자체이다. 청산되지 못한 과거는 굴레가 되어 현재 우리의 누이와 어머니를 가두고 있다. 그 아픔의 끝 자락 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송탄의 「참사랑 쉼터」(대표 김연자),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이들이다.
미군기지는 현재 의정부, 동두천, 군산 등 1백80여개로 이중 송탄의 ‘오산 미군공군기지’는 국내 최대의 단일기지로서 이곳 주변에 형성된 기지촌 문제는 다양하다. 미군범죄, 몸 파는 여성의 인권, 혼혈아 문제 등등······.
대부분 기지촌에서 몸 파는 여성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이곳에 발을 들여놓는다. 전통적인 원인으로 가난, 인신매매, 성폭력에 의한 후유증에서부터 최근에는 쾌락적인 삶을 추구하는 모습까지. 하지만 이들이 공통으로 원하는 것은 더 이상 가진 것도 없고 더 이상 나빠질 것도 없는 현재의 처지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한국인을 상대로 매매춘을 하는 경우와는 달리 기지촌에서 소위 XX홀에 다니는 여성은 괜찮은 미국남자 잘 사귀어 결혼해서 애 낳고 정말이지 정상적인 여자들이 걷는 삶을 살고 싶다는 소박한 바램과, 아픔만이 가득한 이 땅에서 살지 않는다면 그 이상 금상첨화가 없을 거라는 생각으로 동거를 시작하고 아이를 낳는다. 때로는 국제결혼을 시도한다.
그러나 꿈같은 행복은 잠시, 위자료 없는 강요된 이혼, 예고되지 않은 동거인의 전출과 이동으로 가정을 이루어보겠다는 생각은 물거품이 되고 혼혈아를 안고 살아야 한다는 절망감만이 이들을 누를 뿐이다.
「참사랑 쉼터」는 바로 이들의 공간이다. 여성에게는 영어교실과 한글교실을 강의하고 있으며 4-6세 혼혈아동을 위한 놀이 방과 7-16세 혼혈청소년을 위한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육을 하는 공부방 등을 운영한다. 보통 혼혈아동은 어머니 한국인의 국적을 따른다고 한다. 7세가 되면 초등학교 입학통지서가 나오지만 인권교육이 부재한 우리 제도교육에서 혼혈 아동들이 겪는 차별이란 짐작이 간다. 검은 색 눈동자에 갈색머리, 검은 피, 혹시나 하는 바램에 이름은 아버지를 따라 김잭슨, 박스티분이라고 불리 우는 아이들이 이곳에 오면 선생님들의 꿈과 희망을 먹고 무럭무럭 자란다. 공부방이 부족하여 작은아이들은 쉼터 방에서 공부하고 큰 아이들은 가정을 방문하여 학습지도를 하고 있다. 현재 2명의 박상희, 박정아 선생님과 7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헌신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혼혈아들은 대개 한국에서 계속 자라지 못하고 해외로 입양된다. 주한 미군주둔 50년 동안 1, 2세대를 이루는 혼혈아는 대부분 해외로 입양되었고 3세대를 이루는 혼혈아는 지금 입양을 기다리고 있다. 펄벅재단이 입양알선 업무를 맡아서 하고 있다.
기지촌에서 25년 가량 매매춘 여성의 인권향상을 위해 노력해온 김연자 전도사는 “정부가 혼혈아동에게 보다 적극적인 교육정책을 펼쳐야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 아이들의 몸에 흐르고 있는 인간의 피를 생각한다면 이들의 인권은 우리 모두가 나누어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이라고 말한다. 또한 “정신대 문제이후 주둔한 외국 군인에게 장기적이며 구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여성에 대한 인권침해”라고 지적하며 “필리핀에서는 미군이 철수할 당시 보상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있듯이 정신대 문제가 해결되면 곧 국내외적으로 제기할 것”이라고 한다.
11월 21-27일까지 「참사랑 쉼터」 돕기 안혜경 콘서트가 소극장 라이브에서 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여성문화예술기획은 “기지촌 여성들과 사회적으로 소외된 그들의 아이들을 위한 쉼터가 겪고 있는 재정과 인력부족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싶다”라고 행사취지를 설명했다.
비록 법뿐이긴 하지만 윤락행위방지 법이 존재하여 매매춘 행위를 최소한 형식적인 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 한국이다. 하지만 기지촌에서는 한미행정협정에도 언급된 바 없는 무법지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매매춘은 우리의 역사에 어떤 이름으로 남을까, 또 혼혈아동들은 자신이 누구의 이름과 성으로 불려지기를 원할까.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구원될 수 없고 구원되지 않는 시간 25시에 남겨진 그들, 우리의 이웃으로 하기에는 너무도 먼 현실인가!
(<인권하루소식> 최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