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해결을 위한 진단과 전망’ 심포지움을 보고
94년 세계성폭력추방주간을 맞아 지난 22일 한국성폭력상담소(소장 최영애, 성폭력 상담소)주최로 심포지움‘성폭력 해결을 위한 진단과 전망’이 기독교연합회관에서 열렸다. 최 소장은 전문상담인력의 확보와 재정, 현재 실험적인 여성중심 상담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과 국가행정기구와의 긴밀한 협조체제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학적 측면에서 심영희(한양대 사회학)교수는 ‘성폭력에 대한 인식변화’라는 발제문을 통해 최근에 일어난 성범죄사건이 단순한 성충동이 아닌 권력추구에서 비롯된 것임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결손가정이 야기한 문제로 부각돼 다시 여성이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전통적 역할을 강조하는 보수적 경향을 띤다고 문제제기 했다. 그는 성폭력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사회 문화적 차원에서 잘못된 강간통념 타파와 상대적 가해자인 남성을 교육하고 약자이기 때문에 당하는 여성의 힘을 기르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고 밝혔다.
‘국가의 성폭력관련 정책의 검토와 앞으로의 과제’에서 이봉화(정무제2장관실) 사문 관은 “우리 나라의 강간범죄율이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보다 높으며, 강도강간 형태로 더욱 흉포화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성폭력관련 종합서비스체제로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마련, 상담창구 강화와 예방을 위해 학교에서 양성평등을 위한 성교육 실시, 대중매체를 통한 홍보활동을 정책과제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93년 12월에 제정해 올해 4월부터 발효된 ‘성폭력규제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의 적용실태와 야기되는 법적 문제를 다룬 이종걸 변호사는 성폭력특별법이 최저형 규정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정조훼손이라는 가벼운 이유로 옥살이를 해야하는 가해자를 동정해서 집행유예로 판결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동의하지 않는 모든 성은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인데도 가해자의 범죄행위 자체보다 앞서 피해자의 전력으로 그 권한 자격을 심사하는 조사상의 이중강간을 피해자에게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여기서도 정조의 노력을 한 여성만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논리가 여전히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그 대안으로 성폭력범죄의 관점은 피해자의 대응이 아니라 가해자의 행위가 중심이 되어야 하며,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강요된 모든 성폭력은 범죄로 간주하고 수사해야 한다고 보았다. 피해자 보호 측면에서 ▲안정된 조사장소와 대리인 제도 도입 ▲재범 및 상습 성폭력범죄자들에게 성폭력 교화 원을 설치해 인식의 변화를 꾀하고 ▲출소 뒤나 집행유예일 경우 일정기간을 보호관찰로 두어 성폭력상담소나 피해자 보호시설에서 의무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도록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폭력범죄가 다른 사회문제보다도 매우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적은 지면에 선정적인 단순 사실 보도에 그치고 있다면서 문경란(중앙일보)기자가 언론의 성 차별성을 지적했다. 그는 이를 위해 각 여성단체들의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모니터 활동이 꾸준히 전개되어야 하고 여성들의 의사표명을 힘있게 전달하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끝으로 이 심포지움을 보면서 성폭력이 노동환경권 및 약자의 인권침해라는 데서 여성계뿐만이 아니라 다른 여타의 인권, 노동, 환경 등의 운동단체들은 물론 많은 일반 시민들과 함께 자리 매김 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각계와 연대해 목소리를 내올 수 있으면 좀 더 깊은 이해와 폭넓은 실천공간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으로 남은 문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