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부터 시작된 외국인노동자 기술연수생들의 텐트농성이 17일 중소기업협동중앙회 박상규 회장과 합의문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일단락 되었으나 기술연수생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여전히 문제의 불씨를 안고 있다.

17일 오후2시30분경 가진 기자회견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은 네팔대사의 말에 불신을 나타내며 면담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전해 농성장기화의 조짐을 보였었다. 그러나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아 그 날 저녁 상황은 농성해제로 돌변했다. 오후3시부터 6시간이상의 긴 논의를 거쳐 합의에 이른 것으로 일부에서는 '질려서' 합의하게 된 것이라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합의를 마친 뒤 농성장안은 기쁨보다는 침울한 분위기였다고 이은섭(월간 [복음과 상황])씨는 말했다.

이번 합의결과에서 나타난 한계로 지적되는 점은 정부의 개선안이 여지껏 네팔노동자 13명이 요구해온 한국인들과 동일한 법적 보호를 해줄 것을 내용으로 한 외국인 기술연수생제도의 근본적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이들이 정부로부터 얻어낸 것은 ▲여권반환과 자유로운 행동보장 ▲재취업보장 ▲밀린 임금 지급 ▲업무상 질병재해시 보상 및 치료 등이다. 이밖에도 서울민사지법은 3월부터 외국인인권보호를 위해 외국인근로자 전담재판부를 설치,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박무영(구리노동자상담소)씨는 합의결과를 두고 "얼굴이 얼그러진 곰보가 성형수술을 원했으나 화장만을 해준 것"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노동자로서의 대우를 요구하는 농성자들에게 '제도개선이 전제되어야'한다는 이유로 입막음 한 정부의 도덕성 시비도 문제가 되고 있지만 텐트농성을 계기로 시급히 구성된 [외국인산업기술연수생 인권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의 활동에 쏟아지는 비난도 만만치 않다. 박무영 씨는 "30여개 시민.종교.노동단체가 모였으나 긴박한 상황에 맞춰 기동성 있게 대처하지 못했고 장.단기 목표를 세우지 못한 채 끌려온 점등은 반성해야 할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9일간의 농성으로 '외국인기술연수생제도'의 문제점을 표면화시켰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중소기업협동중앙회, 법무부, 노동부 등 정부기관에서 문제점을 시인한 것은 의미를 지닌다고 농성 관계자들은 평가했다.

그러나 여권을 연수생 개개인에게 돌려주겠다는 발표가 나오자마자 "연수생의 사업장 이탈이 가속화 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는 사업주들의 반응에서 그나마 약속한 개선책도 얼마나 실현될 지는 의문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