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노동자보호법 제정 시급
5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외국인노동자 인권보장과 보호법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박석운 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이 발제를 맡은 이날 공청회엔 국회의원과 노동.시민단체 대표들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무분별한 외국인력 도입에 반대하며 산업연수제도의 폐지, 차별철폐 등 외국인노동자 정책 현실화 및 외국인노동자 인권보장 입법화가 필요하다는데 입을 모았다.
박석운 소장은 “외국인노동자 문제발생의 근본적 이유는 이들이 무법.불법의 상태에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부와 중소기협중앙회 통계에 따르면, 현재 약 14만여 명으로 추산되는 국내 외국인노동자 가운데 단 5.8%만이 합법취업자이며, 반불법 상태인 산업기술연수생 36.7%, 불법체류자 57.5% 등 현실적으로 95%에 가까운 숫자가 불법 노동자에 해당한다.
박 소장은 “이들의 장기체류를 무조건 금지하고 단속하는 것은 부작용만 양산할 것”이라며 “8만여 명에 이르는 불법체류 노동자가 이미 존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장기체류자가 존재하게 된다는 점을 고려한 상태에서 정책방향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 테두리 밖의 외노
또한 외국인력 도입에는 법적.의식적 개혁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이 지적됐다. 현행 외국인력 수급정책에는 관련 입법이 없고 법무부 장관의 훈령만 있다. 설령 법적 뒷받침이 있다 하더라도 ‘외국인 차별대우는 당연하다’는 식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는 동등 대우는 물론 인권보장마저도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차별정책으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한국인들이 ‘수퍼 어글리 코리안’이라는 불명예를 당하고 있다”며, “외국인노동자도 노동력이기에 앞서 사람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력이기 앞서 사람”
이날 참석자들은 산업기술연수제도의 폐지가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는 데 일치된 의견을 나타냈다. 연수생제도가 이미 실패했으며, 이 제도가 외국인노동자의 열악한 상황을 가중시켜 왔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그러나, 고용허가제 등에 정부부처간 이견이 나타나면서 오히려 연수생 규모가 매년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노.사.공익단체로 구성되는 기구에서 외국인력정책을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허영구 부위원장은 “외국인노동자문제에 노조가 적극적 당사자로 나서야 한다”며 “그 속에서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이를 통해 국내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고용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외노 정책, 노조 참가해야
외국인력 도입시 국내노동자의 실업문제, 노동조건에 미치는 악영향 등이 나타난다는 우려가 나오는 한편, 박석운 소장은 “국내노동자와 동등한 조건 속에서 정당한 방법으로 외국인노동자를 도입하는 것이 외국인노동자가 불법체류로 흘러가지 못하도록 하는 핵심사항”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