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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한통, 114분사 반대자에 보복

480여명 징계, 4만여 한통노동자에 2개월임금 반납요구도


지난 6월 9일 노사합의서를 앞세워 114 분사화 반대투쟁을 무마시켰던 한국통신(사장 이상철)이 이후 반대자들에 대해 지속적인 보복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국통신은 합의 직후 분사화에 반대했던 114 노동자 5명을 파면하고 480명을 해임했다가, 재심절차를 거쳐 각각 정직과 감봉 처리했다. 이는 사실상 농성 참가자 전원을 징계한 것으로, “농성 참가자에 대한 징계는 최소화한다”고 했던 당시의 합의서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

또 한국통신은 지난 9일을 기해 한통노조 서울지방본부 이기국 조직국장을 비롯하여 파면 7명, 해임 11명, 정직 12명 등 견책 이상의 중징계를 60여 명에게 내렸다. 현재 김배정 서울쟁의국장은 해임이 의결됐고, 나머지는 의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 이들은 모두 분사화 반대투쟁 등 노조활동에 적극적이었던 민주동지회 소속 노동자들이다. 이번 징계는 특히 지방체임 발령과 맞물려 있어, 한국통신이 이번 기회에 노조활동을 아예 무력화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재배치교육에서도 불이익․차별

이에 앞서 7월 2일 한국통신에서 분사된 한국인포서비스(KOIS, 구 한국통신114)로 전직하는 것을 거부했던 농성 참여자 485명은 재배치교육 등에 있어서 불이익과 심각한 차별을 당하고 있다. 한국통신은 노사합의서에서 “114 안내업무 분사화 관련 전적 미동의자에 대해 재배치 및 직무전환 교육”을 약속했고,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6월 하순경부터 시작된 재배치교육 과정에서 회사 임의로 70점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70점이 넘는 노동자만 전직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약 200명 정도가 교육을 마친 상태고, 이중 소위 합격자는 30%도 안 된다고 한다.

이기국 조직국장은 이에 대해 “현재 필기 66점, 실기 34점으로 총 100점 만점인데, 필기점수를 만점 받더라도 실기점수를 3.4 정도 밖에 안 줘 69점대를 받은 사람이 굉장히 많다”고 밝혔다. 이 조직국장에 의하면, 각 전화국에 배치받은 농성 참가자는 별도의 사무실에서 특별 관리되고 있다. 또 각 전화국은 이들에게 컴퓨터 등 기본적인 사무기기도 지급하지 않은 채 ADSL 판매실적만을 강요하고 있다고 한다.


임단협안에 ‘2개월치 임금 반납’ 요구

한국통신의 안하무인격 태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국통신은 임단협 교섭과정에서 한국통신 4만여 노동자들의 2개월치 임금을 회사에 반납하라는 안을 내놓은 것. 지난해 114 분사화가 완료된다는 가정 아래 114 노동자의 임금을 책정해 놓지 않았다는 것이 한국통신의 설명이다. 결국 114 노동자 3천여 명에게 지금까지 지급된 임금과 전직 미동의자 4백80여 명에 대해 연말까지 지급될 임금이 1천9백56억원에 해당하고, 이 적자분은 한국통신 노동자 전원이 2개월치 임금을 모두 회사에 반납해야 해결된다는 논리다.


“노사합의 무시하며 한마음 대잔치”

노동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면서도, 한국통신은 오는 24일부터 ‘Let's KT 한마음 대잔치’라는 전국적인 행사를 추진해 노사화합의 이미지를 만들겠다고 뻔뻔스레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기국 조직국장은 “한국통신이 노사합의를 철저히 무시하는 상황에서, 노사가 어떻게 한마음이 될 수 있는가?” 하고 되물었다. 또 “114 분사화 문제는 회사측의 잘못인데, 그에 따른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려는 것은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민주동지회 소속 노동자들은 지난 14일 징계자를 중심으로 한통노조 징계투쟁위원회를 결성하고, 한국통신에 징계 철회 등 노사합의서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23일 2시 성남지방검찰청 및 5시 분당 한국통신 본사 앞에서 집회를 갖는다. 한편 24일 서울 한마음 축구대회와 27일 부산 한마음 행사에 참여해 'Let's KT 한마음 대잔치'의 기만성을 폭로할 계획이다. 114 분사화 반대투쟁 이후 한국통신의 노조 무력화 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던 차에, 징계투쟁위원회는 노조활동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