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이상을 끌어온 경기도 가평군 두밀리분교 폐교철회 소송이 지난 16일 패소판결로 일단락 되었다. 마을주민들은 재판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한다. 농사일을 접어두고 아이들에게 두밀학교를 찾아주고자 노력해온 주민들과 함께 이 재판을 지탱해온 원동력은 사실상 소송의 당사자인 24명의 두밀리 아이들이었다. 1년을 넘게 마을회관에서 어머니선생님에게 수업을 받으면서도 불만보다는 자신들의 학교에서 수업 받을 날만을 손꼽아 기다려온 아이들. 그러니 이 재판결과가 얼마나 두밀리 어린이들의 입장에서 내려진 것인지를 한 번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오래 전의 일이지만 아직도 생생한 그 재판 분위기는 과연 아이들의 입장이 반영되었을까는 의문을 갖게 했다.
작년 5월10일 서울고법 민사20부(재판장 조윤 부장판사)는 방청객으로 참석한 두밀분교 학생들 23명을 두고 "지금 아이들이 방학중이냐. 이 사건에 아이들이 원고가 될 필요가 있느냐. 교육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냐"며 원고대리인 변호사에게 짜증스런 반문을 했다.
유엔 어린이·청소년의 조약에서 가장 참신하다고 평가되는 것은 "본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문제에 있어서 자신의 견해를 자유스럽게 표시할 권리"라 할 수 있다.
당사국은 자신의 견해를 형성할 능력이 있는 아동에 대하여 본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문제에 있어서 자신의 견해를 자유스럽게 표시할 권리를 보장하며, 아동의 견해에 대하여는 아동의 연령과 성숙도에 따라 정당한 비중이 부여되어야 한다(12조 의견을 표명할 권리 1항).
이러한 목적을 위하여, 아동에게는 특히 아동에게 영향을 미치는 어떠한 사법적, 행정적 절차에 있어서도 직접 또는 대표자나 적절한 기관을 통하여 진술한 기회가 국내법적 절차에 합치되는 방법으로 주어져야 한다(12조 1항).
이는 사법적·행정적 절차에 있어서 청문을 보장함은 물론 학교교칙에 대한 반대권, 부모의 이혼에 관한 반대권 등 아동생활의 모든 분야에 장차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94년 11월, 65주년 학생의 날을 기념해 흥사단 고등학생 아카데미 서울연합회에서 고교생 4백59명을 대상으로 벌인 고교 교육정책에 대한 설문조사는 학생자치활동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새로운 교육정책을 세우는데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절반이상(220명)의 학생이 "학교 현장에 있는 일선교사와 학생들의 광범위한 의견 수렴"이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교칙조차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인권운동사랑방 인권교육실】
- 407호
- 1995-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