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성희롱' 보수적 입장 드러내
전 서울대 우아무개 조교 성희롱 사건의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원심의 원고승소 판결을 파기했다.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장 박용상 부장판사)는 25일 전서울대 우아무개 조교가 신아무개 교수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며 신교수와 서울대총장, 국가를 상대로 한 손배소송에서 "이유없다"고 원심 파기 판결을 내렸다. 판결에 앞서 박용상 부장판사는 "성희롱 문제가 법적 심판대에 서기는 처음"이라며 '성희롱' 또는 '성적 괴롭힘'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원론적으로 설명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우조교는 수차례에 이르는 접촉행위에 대해 명시적으로 거부의사를 표현한 적이 없으며, 우씨가 당한 성적 괴롭힘의 위법성을 인정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성적 괴롭힘의 위법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성적 괴롭힘이 정신적인 고통을 가하는 심하고 철저한 행위여야 하고 정신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는 입증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우아무개 조교에게 신교수가 어깨, 손, 팔을 접촉하거나 머리를 만지는 등의 접촉사실을 인정하지만 "업무상 우연히 또는 의도적으로 빚어진 수차례 가벼운 신체접촉 행위는 노골적인 성적인 행위로 볼 수 없고 농담 또는 호의적인 행동에 불과하다"며, 따라서 "우조교의 근무환경이 성적인 모멸감을 가져오고 굴욕적인 근무환경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또한 서울대총장과 국가에 대한 청구는 피고의 불법행위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이유 없다고 기각했다.
재판부는 우씨가 1년 더 근무하고 싶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는 강아무개 씨의 증언은 인정하면서도 전임 조교 안아무개 씨의 증언은 배척했다.
우씨는 자신이 조교로 근무한 지난 92년 5월부터 8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신교수가 뒤에서 껴앉는가 하면 등산·여행 등 원하지 않는 데이트를 집요하게 요구, 정신적인 고통을 당했다며 93년 10월 신교수 등을 상대로 손배소송을 냈다. 이에 94년 1월 서울민사지법은 1심 재판에서 3천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