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간첩 불고지 사건으로 구속된 함운경 씨 등 3명에 대한 구속적부심이 9일 오전10시 서울지법 320호 법정에서 이우근 부장판사(형사 항소3부)의 심리로 열렸다.
함운경(32, 전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 조직부장)씨는 부여간첩이라는 김동식(33)씨와 만난 일에 대해서 “사무실 근처 레스토랑에서 얘기를 하는데, 한 번도 북에서 내려왔다는 얘기를 한적이 없었고, 통일운동에 대해 관심이 많다”며 “민족회의와 통일원과의 비밀접촉내용을 묻는 등 일반인이 알기 어려운 내용을 알고 있어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다음에 만나자고 하고 헤어진 게 전부”라고 밝혔다. 함씨는 이기범 검사가 “김동식이 분명히 북에서 왔다고 밝혔다”며 추궁을 하자 단호하게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경찰 제시한 사진과 달라
이인영(31, 전대협동우회 회장)씨는 “임아무개라는 사내가 전대협 동우회 사무실로 와서 ‘대전에 있는 선배 심부름왔다’고 해 기독교연합회관 2층 다방에서 만났다”며 “임아무개라는 자가 대전 선배의 심부름은 거짓말이고, 나는 북에서 왔다고 말해 ‘무슨 이야기하는 거야, 너 미친 놈이지, 정보기관에서 나를 시험하는 거야. 너하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며 뛰쳐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임아무개와 만난 시간은 채 5분도 되지 않으며, 내가 만난 임이라는 사람은 안경을 쓰고 양복을 입었지, 경찰에서 보여준 사진처럼 안경도 안 쓰고 츄리닝을 입지도 않았다”며 경찰이 말하는 인물과 같지 않다고 말했다.
과대망상증환자? 기관원?
우상호(33, 청년정보문화센터 소장)씨의 경우에는 “청년정보문화센타에 전화로 ‘월간 말지에 학생운동 관련 기사를 쓰고 싶다’고 전화해 ‘말지에 연락하라’고 하였으나, ‘취재를 위해서도 만나고 싶다’고 해서 다음날 오후2시경 브로드웨이극장 지하 다방에서 만났다”고 밝혔다. 우씨가 원고를 한 번 보자고 하니 그 남자는 ‘실은 나는 북에서 내려온 사람’이라고 신분을 밝히며 ‘변혁과 통일을 위해 노력하자’고 대뜸 말해 무척 당황했다고 말했다. 우씨는 과대망상증 환자나 기관원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나는 북에 대해서 생각도 안해봤고 관심도 없다. 그리고 나는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이나 열심히 할 생각이다. 그러니 나한테 이런 식으로 공작하지 마라”라고 한 뒤 자리를 일어섰다고 말했다.
이기범 검사는 “간첩이 이들 3명의 평소 사상에 대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접근하면 포섭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김동식이 북한에서 왔다고 했는데도 왜 신고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했다.
이에 반해 임종인 변호사는 “김동식 이라는 자가 만난 사람이라고 지목하는 이들이 마구 연행되고 있는 상태”라며 “진짜 그가 간첩인지, 수사관의 조작인지도 모를 정도로 의혹이 많다”고 말했다. 또, “전혀 도주의 우려가 없는 이들을 구속하는 것은 이들에게 치명적인 명예훼손을 입힌 것으로 석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오늘 오전 중으로 이들의 구속적부에 대한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안기부, 수사확대 가능성 시사
한편, 권영해 안기부장은 9일 오전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간첩 김동식이 구속된 4명 이외에도 더 많은 이들을 포섭하려 했다고 진술하고 있어 계속 추궁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간첩 김이 운동권 출신 30대 재야인사들을 포섭하려는 목적으로 남파되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간첩불고지 사건으로 구속되는 사람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9일에는 전 포럼 2001 대표 김찬훈(32)씨에게 안기부 요원들이 찾아와 이 사건과 관련해 만나고 간 것이 확인돼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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