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서울서 동티모르 평화 국제회의 열기 희망
<편집자 주> 지난 3일 동티모르의 독립운동가 조세 라모스(「동티모르독립저항평의회」 공동의장)씨가 한국을 비공식 방문하여 인권운동가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동티모르는 포르투갈이 75년 식민통치를 포기, 독립정부가 구되었으나, 곧 인도네시아의 식민지가 된 비운의 작은 나라다. 그 후 동티모르인들은 국내에서 게릴라 투쟁을 전개하고, 해외에서는 망명정부를 구성, 독립운동을 해오고 있다.
<인권하루소식>은 조세 라모스 씨를 만나 최근 동티모르의 독립운동 상황과 한국민간단체와의 연대에 대해 인터뷰를 했다.
- 방문 소감은
= 한국을 처음 방문해 잘 모르겠으나 수년동안 한국상황에 대해 관찰해 왔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투쟁이 인상 깊다. 한국과 동티모르의 역사적 상황이 비슷하다고 느낀다.
-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 한국과 동티모르는 일본과 인도네시아로부터 식민지 경험을 했고 5.18학살(그는 광주민중항쟁을 이렇게 표현했다) 산타크루즈대학살등 불처벌에 관한 비슷한 역사적 경험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역사적 유사성이 한국에서 동티모르 독립운동을 위한 캠페인 사업에 유리하다고 본다.
- 동티모르 독립운동의 상황은 어떠한가
= 향후 2-3년이 동티모르의 미래에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첫째, 인도네시아내 동티모르 저항운동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고 둘째, 인도네시아 국민들도 동티모르의 독립에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셋째, 재임 2년을 남겨둔 수하르토 정권이 어려움에 처해있다. 동티모르를 지원하는 국제적인 여론에 힘입어 완전한 독립은 아니더라도 독립에 가까운 성과는 있을 것이다.
- 지난 93, 94년 동티모르의 독립운동가들이 방한했는데, 조세 라모스 씨는 한국을 공식 방문할 계획이 있는가
= 물론 당연히 방문하고 싶다. 이를 위해 한국인권·사회단체의 관심과 요구가 먼저 있어야 하리라 본다. 내년에 「동티모르독립저항평의회」의 동티모르 평화를 위한 국제회의를 서울에서 열었으면 한다. 특히, 한국은 불처벌의 상징적 운동을 펼쳐나가는데 좋은 점을 가지고 있다. 일제식민지 경험, 5.18광주학살, 전두환·노태우씨 구속 등은 수하르토와 같은 독재자에게 커다란 상징적 사건이 될 수 있다. 그동안 아·태지역의 독재자들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는데, 한국의 민주화 운동의 경험이 독재자들에게 큰 메시지가 될 것이다.
- 한국정부에게 요구사항이 있다면
= 동티모르에서 인도네시아 군대가 철수하고 독립을 위한 주민투표를 할 수 있도록 지지해 주었으면 한다. 한국의 경우 일제식민지 동안 일본군의 주둔과 해방 후 지금까지 미군이 주둔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군대의 주둔으로 인한 인권침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느낄 것이다. 유엔에서 한국정부가 동티모르의 독립운동과 자결권을 지지하는 결정을 취해 주었으면 한다.
- 벨로 주교의 95년 노벨평화상이 좌절되었는데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 우리는 95년 노벨평화상을 벨로 주교가 받을 것으로 거의 확신했다. 수상하지 못해 안타깝지만 서방 언론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동티모르의 문제가 이슈화된 것은 커다란 성과였다. 96년에도 벨로 주교를 적극 추천할 계획이다.
- 최근 전두환·노태우씨의 구속을 어떻게 보는가
= 전·노씨의 구속 문제는 국제적으로 크게 확산되어야 한다. 최근 인권과 관련하여 커다란 세 가지 사건이 있었다. 첫째, 남아프리카 대통령 넬슨 만델라는 나이지리아 정부가 환경운동가를 처형하자 이를 항의하며 경제조치를 취했다. 인권침해문제를 정부차원에서 대처한 것은 아프리카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둘째, 남아프리카 「진실과 화해위원회」는 과거 정권에서 대표적인 인권침해자인 장군의 구속결정을 내렸다. 셋째, 한국정부가 전·노씨를 구속함에 따라 과거 학살자들에 대한 불처벌 문제가 주목을 끌고 있다. 이들을 법정에 세워 역사적 심판을 받게 하는 것을 정착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