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경비법'으로 구금되었던 출소 장기수들이 "법률로 제정 공포된 일이 없는 '국방경비법'에 의해 유죄판결을 받고 수십년간 불법감금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8월15일 형집행정지로 대전교도소에서 석방된 세계최장기수 김선명(71, 만 43년 10개월 구금), 안학섭(66, 만 42년 5개월 구금), 한장호(73, 만 37년 9개월 구금)씨 등 3명은 23일 서울민사지법에 소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소장에서 "'국방경비법'이 '1948년 7월5일 공포, 법령호수 미상'으로 '남조선 과도정부 법률'로서 일부 법령집에 수록되어 마치 법률인 것처럼 집행되어 오다가 62년 1월20일 군형법의 제정과 함께 일부 조항이 폐지되었다"면서 "그러나, '남조선 과도정부 법률'을 제정한 '조선과도입법의원'은 이미 48년 5월19일 해산되었으므로 그 이후 조선 과도입법의원이 제정한 법률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48년 7월5일 당시 미군정 역시 어떤 법률도 공포한 일이 없고, 대한민국 수립 이후 국회가 이러한 '법률'을 제정한 일도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국방경비법과 해안경비법은 처음부터 미군정 당국에 의하여 법률로 제정된 일이 없으므로 그 효력 여부를 따질 여부도 없이 대한민국에서 법률로 효력을 가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모든 법률은 제정되어 공포되어야만 그 효력을 발생할 수 있고, 법률의공포는 관보에 게재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국방경비법은 이런 절차를 밟지 않았으므로 법률로서 효력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이어서 이들은 "국방경비법이 법률로 제정, 공포된 일이 없는 이상, 그것에 근거한 '기소'와 '재판', '형의 선고'와 같은 외형상의 행위가 어떤 법률적인 효력을 가진다고 할 수 없으므로, 95년 8월15일까지의 수감행위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불법감금'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김선명 씨는 50년 한국전쟁에 인민군 병사로 참전하였다가 51년 포로로 체포, 안학섭 씨는 한국전쟁에 인민군으로 참전하였다가 53년 체포, 한 장호 씨는 57년 11월20일 남파되어 구속되어 장기수로 수감중 지난해 석방되었다.
한국전쟁 전후 체포되어 국방경비법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생활을 했던 장기수중 이들이 처음으로 국방경비법의 문제를 제기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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