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활동가-전문가들, 정부 입장만 반영 객관성 결여
미국무부의 인권보고서에 대해 인권단체 활동가들과 전문가들은 남한의 인권상황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인용한 통계자료에 대해서도 신뢰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음이 조사결과 드러났다.
인권운동사랑방(대표 서준식, 사랑방)은 미국무부가 발표한 95년 남한 인권보고서(보고서)의 내용이 한국의 인권상황을 정확히 바라보고 있는 지에 대해 민변(회장 고영구)등 7개의 인권-사회단체들과 인권에 관심이 높은 변호사, 교수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물었다.
이번 조사는 보고서가 현장에서 활동하는 운동가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 지와 다음 번 보고서가 보다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발표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되었다.
이 조사에 쓰인 질문지는 총 15문항으로, 이중 10개 문항은 시민?정치적 권리에 대해 보고한 내용의 질문이며, 나머지 5개항은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에 대해 의견을 묻는 것이었다.
피상적인 인권문제 파악
국가보안법, 노동법, 경찰, 안기부의 인권침해 관행 등의 내용이 정확하다고 보는가에 대해 대체적으로 보고서의 내용이 근본적인 문제점은 외면하고 피상적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천주교인권위원회(위원장 김형태)는 이에 대해 전혀 정확하지 않다며 “고문의 정도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는 점 등 국보법의 폐해에 대한 설명 없이 국보법 개정의 필요성을 정부발표에만 근거하고 있으면, 노동법은 한국노총의 입장만 제시되었다”고 비판했다.
또한 민주노총(위원장 권영길)은 “문민정부의 노동정책은 지난 군사정권과 별다른 차별성이 없다”라고 전제하며 “노동권에 대해 보고서는 전혀 객관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한 “보고서 내용 중 부당노동행위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용자에게 해고 노동자를 재고용 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은 사실과 다르다”며 “법원의 판결에 대해 제재조치가 없기 때문에 실효가 없고 오히려 해고만 남발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에서 인용한 양심수 수치와 조작간첩 희생자들의 불법구금기간 등의 통계수치가 정확한가라는 물음에 대부분 최소한의 수치를 인용했다는 의견이었고, 대체로 정확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KNCC인권위원회(위원장 김상근)는 “통계적 현상적으로는 정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원인분석이 부족하다”고 의견을 말했다.
민간단체 활동을 하는 데 있어 정부의 규제가 없으며 정부가 잘 협조하는가에 대해 대부분 ‘규제도 없으며 협조도 없다’고 답했다.
정부의 말과 실제 혼동
또한 정부정책과 현실 운영사이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실제 발표된 정부정책 중 현실에서 제대로 시행되는 것은 거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조용환 변호사는 “전혀 시행되지 않는다”며 “미국 보고서는 정부의 말과 실제 시행되는 현실을 혼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도소의 인권상황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 민변은 “보고서는 교도소내의 인권상황이 많이 개선된 듯이 적고 있지만 예전에 비해 개선된 점은 극히 일부분”이며 “보고서에서 음식이 적당하거나 수감자들의 면회 등이 개선되었다는 것은 거짓된 보고”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안기부법이 개정된 후 인권침해가 사라졌다고 본 보고서의 견해에 대해 모두 “결코 아니다”며 “실제 부여간첩 김동식 씨 사건으로 인해 증거도 없이 활동가들이 간첩으로 몰렸다”고 답했다.
또한 국보법 판결에 있어 보고서에서는 몇 가지 사례를 들어 사법부의 독립보장에 대해 극히 일부의 법조인들이 시행한 바람직한 사건을 가지고 마치 그것이 사법부의 최근 추세인양 보도하고 있다는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보고서의 전체 평가에 대해 한국의 인권현실을 알리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함이 많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며, 민간단체의 입장이 반영되어야 함을 역설했다.
이상영(충북대 법대)교수는 “군사정권 때 보다 진전된 인권 상황을 중심으로 보고가 돼 현재의 인권상황이 많이 좋아진 듯 보인다”며 그러나 “인권침해의 원인이 되는 내용에 대한 기술이 지극히 적고 비분석적”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이교수는 “비교적 객관성을 갖추려고 노력한 흔적은 있다”고 말했다.
인권운동사랑방은 이 조사결과를 정리해 미국무부에 전달할 예정이다.<인권하루소식 3월 29일과 4월 3일자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