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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공휴일에도 16시간 노동, 월급 4만원

천안전방 탈출 외국인 산업연수생 증언


최근 외국인노동자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13일 기독교회관에서는 지난 3일 전남방직 천안공장(천안전방)에서 탈출한 인도인 산업연수생 4명의 기자회견이 마련됐다. 전남방직과 합자 관계에 있는 인도의 TAI전방의 모집공고를 통해 한국에 들어오게 된 이들 외국인노동자들은 “한 달에 4만원이라는 최악의 임금조건과 일체의 외출을 허용하지 않는 군대식 통제를 견디다 못해 탈출했다”고 폭로했다.

연수생 샤(Shah, 21)씨에 따르면, 이들의 노동시간은 보통 8-12시간이며, 한국인 노동자들이 쉬는 공휴일에는 무려 16시간씩이나 작업에 투입됐다고 한다. 또한, 지난 3월7일 입국해 천안전방에 들어간 이래 석 달 동안 단 두 차례만 외출을 했으며, 외출 시에도 회사관리인이 동행했다고 한다. 샤 씨는 “새벽 3시에 자다 말고 일어나 일을 해야 했고 휴식시간에도 청소 등의 잔일에 시달렸다. 관리자는 항상 위압적으로 명령했고 말을 듣지 않으면 욕설과 기합을 당해야 했다”며 “연수생으로 왔지만 아무런 교육훈련을 받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들은 쉽사리 본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1년을 계약했기 때문에 지금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엔 1백만원 가량의 벌금을 내야 한다.

그런데도, 이들은 천안전방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선 단호하게 “No. Never!”라고 말했다. 아직 천안전방엔 이들 외에도 10명의 인도노동자들이 기숙사에 갇혀 과중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 목사가 사실 확인


천안전방을 직접 방문했던 박천응(안산외국인노동상담소)목사는 “처음엔 월급 4만원이라는 소리를 믿을 수 없었지만 방문을 통해 직접 확인했다”고 증언했다. 박목사는 “외국인산업연수생이 작업장을 이탈하는 주된 이유는 심각한 임금격차에 있다”며 “외국인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의 현실화가 당장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독교회관에는 휠체어를 탄 방글라데시 출신의 외국인노동자 아니스(Anis, 26)씨도 자리를 같이 했다. 지난 1월30일 야근을 마친 뒤 잠자리에 들었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을 피하다 2층에서 추락, 양다리가 모두 부러진 그는 변호사의 꿈을 키우던 청년이었다. 그러나, 성치 못한 몸에 1천만원에 달하는 병원비마저 갚을 길이 없어 귀국의 길은 멀기만 하다. 가족들에게 연락은 했느냐는 물음에 “가슴 아파하실 어머니 생각에 도저히 연락할 수 없었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은 한없이 처량하게만 보였다.

30여개 단체 공대위 결성

한편, 이날 오후4시 기독교회관에서는 '외국인노동자 인권보장과 성소난입 및 지원탄압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 결성식이 열렸다. 각계 30여 단체로 구성된 공대위는 최영도(민변)변호사와 천영세(전국연합)공동의장을 대표로 조직을 구성했다.

공대위는 이후 △법무부 및 노동부 항의방문 △외국인노동자보호법 입법청원 △명동농성단 지지 및 재정지원 △각 단체 기관지에서의 외국인노동자 문제 보도 △각계 지도급 인사들의 기자회견 등의 사업을 펼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