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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부자 대학 가난한 노동자

고려대 미화원들, 용역재입찰에 생존권이 왔다갔다

하루에 10시간 노동을 하면서도 한 달에 최저임금 567,260원을 받는 대학 미화원 노동자들의 삶이 용역업체 재입찰을 앞두고 점점 나락으로 몰리고 있다.

고려대는 6월 학내 청소·경비 업체 재입찰을 앞두고 입찰을 희망하는 용역업체들과 함께 7일 설명회를 진행했다. 8개의 업체가 참가한 설명회에서 이들은 하나같이 노동조건 변화를 입찰 조건으로 내걸었다. 한 용역업체는 '시간제 교대 노동'을 제시했다. 현재는 오전 7시에서 오후 4시까지가 '공식' 노동시간이지만, '시간제 교대 노동'에 의하면 노동시간이 오전 6시에서 오전 10시,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 오후 4시에서 오후 6시로 분할된다. 각 시간대별로 노동자의 수도 달라지며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교대로 근무를 하게 된다. 미화원들은 이에 대해 부정적이다. 교대제가 실시될 경우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져 근무에 오히려 혼선이 가중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요일에도 근무하는 등 전반적으로 노동강도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미화원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학생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나섰다. '학내 미화원/경비원 분들과의 아름다운 연대를 만들어가는 모임'이라고 소개하는 '불철주야'는 8일 대학본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9가지 요구안을 발표했다. 이들은 △고용승계 △최저가 낙찰제 폐지 △노동강도 완화 등의 요구안을 가지고 총무처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 후 불철주야 박장준 집행위원장은 "면담 내내 총무처장은 학교측이 사용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동조건과 임금에 대해서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면 지금보다 3.5배의 비용이 드는데 결국 학생들의 등록금을 올려 충당할 수밖에 없다"고 강변했다는 것.

하지만 2002년 고려대는 일반용역비로 91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으나 13억 원만을 집행했다. 이 해 고려대의 이월적립금은 무려 1,42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고려대는 지난 99년 미화원 노동자들을 직영 고용에서 용역으로 전환했다. 그러면서 인원은 절반 가까이 줄었고 노동강도는 두 배로 강화되었다. 커다란 대학 건물의 한 개 내지는 두 개 층을 한 명의 노동자가 담당하게 되므로 이들은 '공식' 노동시간보다 앞선 오전 5시에 일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이들이 받는 임금은 법정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러한 사실에 '불철주야'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 시정을 요구한 결과 지난해부터 미화원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이 적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