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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그럭저럭 받는 것 같아도 계산해보면 최저임금

2016 반월시화공단 임금실태조사 결과를 보고

지난 3월 말에 진행했던 반월시화공단 임금실태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점심시간과 출퇴근 시간에 공단 곳곳을 발로 뛰면서 314명의 설문을 받았습니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 상황이라는 점을 임금실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평균 주당 50.3시간을 일하고 그 중 23.1%가 60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들이었습니다. 평균임금은 월 210만 8천원이었습니다. 노동자 중 다수가 140만 원~200만 원 사이의 임금을 받는다는 뉴스를 보면 반월시화공단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을 그럭저럭 받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는 워낙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착시효과입니다. 각종 수당을 합한 시간당 임금은 7940원에 불과했고 최저임금 미만율은 26%에 이르렀습니다. 시화공단에서 설문을 받았던 한 노동자가 떠오릅니다. 코일 절삭 공장에서 일하는 분이었는데, 월급을 350만원 정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주당 노동시간이 70시간이 넘었어요. 본인이 저임금이라고 별로 생각하고 있지 않더라구요. 꼬박꼬박 350만원 이상 씩 손에 쥐는데 나름 만족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시화공단 입구에서 설문을 받을 때 만났던 파견 노동자도 떠오릅니다. 삼화페인트에 다니는 친구와 함께 왔었는데 저희가 준비한 설문에 정확히 답할 수 있는게 없다더군요. 본인은 파견회사가 호출하면 나가는 일용직이라서 노동시간이나 임금 계산을 하는 게 불가능하다면서요. 종종 본인의 노동시간이나 임금을 어떻게 적어야 할지 몰라하는 노동자를 만나기도 했었는데, 불안정한 고용환경이 큰 몫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번 조사에서도 다른 비정규직 형태인 기간제 노동자보다 파견노동자의 노동조건이 심각하게 좋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평균 시간당 임금은 6270원이었고 최저임금 미만율은 51%에 달했습니다. 일하는 곳에서 고용하는 게 아니니 사용자 책임은 하나도 없고 파견업체가 매달 꼬박꼬박 수수료를 떼어가니 임금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설문에는 지난 1년동안 취업규칙이나 각종 수당 계산 등 노동조건이 나빠졌는지를 묻는 문항이 있었습니다. 정부가 2년 여 동안 줄기차게 밀어붙이고 있는 노동개악의 여파를 알아보려고 했던거죠. 법개정이 아닌 가이드라인이나 시행령을 통해서 정부가 분위기를 만든 효과가 있었는지, 27.4%의 노동자가 나빠졌다고 응답했습니다. 취업규칙을 일방적으로 변경한 사례, 성과급차등지급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얼마 전에도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근퇴관리 취업규칙을 변경해서 임금이 깎인 것 같은데 어떻게 대응할 방법이 없냐는 상담을 하러 오신 분이 있었습니다. 그 분은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했지만 사실 그런 방법은 없다는 것, 동료들을 설득해서 어떻게 해서든지 집단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반월시화공단의 노조 조직률이 1%라는 말에 약간 놀라는 것 같았습니다. 문득 그 모습에 겹쳐 실태조사때 노동조합이 뭐냐고 묻던 젊은 간호사분이 떠올랐습니다. 반월시화공단에서 노동조합이란 참 멀고도 먼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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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임금실태조사 결과이기도 했습니다. 중요한 건 익히 알고 있던 현실이니 넘어가는게 아니라, 이 내용을 가지고 공단 노동자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어떻게 모여볼지 일 것 같습니다. 시화공고 사거리에서 만난 30대 초반의 버스 정비 노동자는 저희 실태조사에 참여하는 내내 한숨을 푹푹 쉬더군요. 좋을 일 하신다며 그런데 답답하다고, 이런 거 한다고 바뀌는 게 있을지 모르겠다며 주머니에 있던 초코바 한 움큼을 놓고 가셨습니다. 점심시간에 식당 앞에서 설문조사 하는 걸 계속 지켜보던 바로 앞 공장 사장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앞으로 공단 노동자들과 어떻게 만날지 더욱 고민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