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인권사상의 전개
2. 아시아에서 인권제도의 수용과 동양사상의 위치
(3) 한국에서의 인권사상의 전개
(가) 실학과 개화사상: 조선의 유생 모두가 위정척사의 완고한 세계 속에서 시대의 흐름에 맹목이 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는 정권에서 소외된 몰락양반이 주가 된 선각자들의 구상과 발상에서 참신한 진보성과 시대에 대한 자각을 본다. 그것이 실학으로 표현되는 조선유교의 근세에 있어서 진보개혁사상이다.
(나) 기독교 전래와 시민 사상: 조선조 말에 천주교의 전래는 전통적 유교 이데올로기와의 정면 충돌을 야기 시켰다. 천주교를 비롯한 개신교의 전래는 후에 개화 시민사상에 인적 및 물적 지원을 하는 작용을 했다.
(다) 동학과 3.1운동후의 불교 개혁운동: 한국의 고유 종교이며 민중사상으로서 인간해방의 기치를 내세워 근세에 민중 해방의 투쟁에 계기를 마련한 종교는 동학이다. 이 동학의 사상과 조직은 1919년의 3.1운동에서 민족 해방투쟁의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된다. 한편 1919년의 3.1운동은 불교계에도 민족적 각성을 촉구했고, 이에 불교계는 민족성원의 노예상태를 좌시할 수 없다고 하는 시대적 과제를 외면할 수 없었다.
(라) 3.1 운동후의 사회 사상과 형평운동 - 여성운동 - 반제(反帝)투쟁 : 1919년의 3.1운동은 그 후 우리의 민족해방운동의 방향에서 두갈래 노선으로 나아가게 했다. 사회주의와 무정부주의 사상의 운동론이 대두한 것이다. 백정의 해방운동이나 여성해방운동에서 이 사회주의 사상은 자연스럽게 선도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전통사상에서 이 사회사상을 어떻게 수용하는가 하는 점은 우리에게 있어서는 중국의 5.4운동 전후의 신문화 운동에서처럼 철저하게 검증되지 못했었다. 이 과제는 미루어진 채 민족해방이라고 하는 대의 앞에 모든 것을 하나로 해야 한다고 보았다.
3. 동양 사상은 인권보장에 어떻게 기여하는가
(3) 동양사상의 원점과 인권 문제
동양의 사상에서 근대적 서방사회에서 발달한 인권의 사상과 제도의 활성화에 이바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의 존중을 사회관계 속에서 정착시키고자 하는 이념과 제도의 문제이기 때문에 아시아의 문화 풍토에서 전개된 인간 존중과 그를 위한 사고 방식과 노력의 모습을 가려 보려는 것이다.
(가) 인간존엄성 인식문제: 동양에서 불교는 생명존중의 강조를 인간 이외의 존재에까지 확대해 생각하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나아가서 인간 사이에서 신분과 계급의 한계를 초월하려고 한다. 한국의 동학이 사람을 하늘로 섬기라고 하는 인간존중도 계급적 한계를 초월하려고 한 의지가 담겨 있다.
(라) 생명권과 인격권의 보장과 사형 고문 기타 등 문제: 정치권력을 독점적으로 고수하려고 하거나 특정 지배구조의 유지를 위해 사형과 고문이라고 하는 제도와 악행을 자행하고 있는 권력기구의 범죄적 죄악을 방지하는 문제는 동서양의 모든 인도 정신에서 차이 없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사회는 사형 고문이외에 권력이 고의적으로 정신병동을 감옥화 시키거나 노골적으로 강제수용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개인이나 기업이 자행하는 인신매매나 노예적 노동 착취 등이 인도와 순리를 이유로 또 정의의 이름으로 방지되고 제거되어야 한다.
(마) 사회복지와 자비 보살행과 민본주의 구휼제도: 사회문제에 대응한 복지제도의 정립은 노사관계에서 경제적 약자를 보조하는 사상과 일체 불가분의 것으로서 현대 인권의 가장 주요한 내용을 이루고 있다. 전통적 구휼과 보살과 보시 사상의 실천적 원리를 어떻게 구체화시켜 나가도록 하고 그러한 서구식 인권제도가 우리 사회에서 정착하도록 하는가 하는 과제가 있다.
맺음말 -인권의 문제는 결국 인간에 대한 진실성과 성실성의 문제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 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하는 것은 권력의 횡포를 막는 문제이고 부유한 자의 독식 독점의 방자함을 제거하는 것이며 결국 사회적 약자의 올바른 자리를 찾아주는 노력의 문제이다. 그래서 인권 문제의 제기는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기득권 세력의 이해를 거슬리면 그들의 노여움을 산다. 여기서 동서양의 지혜와 정의가 하나가 된 사상적 원류를 따져 보려고 한 것은 사람이 사는 올바른 길인 인간존중의 도리를 다시 확인하자고 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한상범(동국대 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