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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노동자 안전, 노동자에 맡겨라"

-노동조합 참여권 확보를 위한 공청회-

중대재해율 세계 4위. 날마다 '산재예방, 산재예방' 떠들면서도 아직 산재왕국의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산업현장이다. "사업주에게만 우리의 안전을 맡길 수는 없다. 노동자 스스로 안전을 확보하겠다"라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도 강력한 재계의 반발을 맞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작업중지권 등 노동자의 참여권과 관련해, 지난주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산업안전보건 관련 노동조합 참여권 확보를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공청회의 주요내용은 건강진단·작업환경측정의 문제와 유해위험작업중지권의 문제였다.


실효성 없는 건강진단

현재 실시되고 있는 건강진단·작업환경측정은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보장에 별다른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김정곤(금속연맹 조선분과) 산업안전국장은 "현행 제도에서 검진기관이나 작업환경측정기관을 선정하는 것은 사업주며, 그 결과도 사업주를 거쳐 노동부나 노동자에게 통보된다. 제도적으로 개별 노동자가 결과에 이의 제기할 권한이나 노조가 참여할 여지는 전혀 없으며, 이것이 형식적인 진단과 측정으로 끝나게 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원진레이온의 사례에서처럼 현행 건강진단을 통해선 직업병을 제대로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진기관의 선정에 최소한 노조의 동의권이라도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김 국장이 제시한 개선책이었다.

조정진(노동과 건강연구회) 정책실장은 "노동자에게 △산업안전보건과 노동과정의 변화를 알 권리 △공정의 변화전에 이에 대한 자문을 받을 권리 △노동과정 변화에 대한 거부권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ILO규약은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알권리·자문권 및 사업주와의 협의·결정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스웨덴 등 몇몇 유럽국가들은 노동과정변화에 대한 협의·결정권까지 보장하고 있다고 한다. 조 실장은 "최소한 ILO규약만큼은 우리나라에서도 확보되어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목숨 지킬 권리"

김 국장은 '작업중지권이 파업권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경총의 주장에 대해 "작업중지와 재개의 기준은 법이다. 법만 지키면 작업을 중지할 필요도 없고, 위험사항이 시정되면 곧바로 작업이 재개된다"고 반박했다. 김 국장은 "작업중지권은 '목숨 지킬 권리'이며 '병들지 않고 다치지 않고 죽지 않고 일할 권리'"라고 강조했다.

조 실장에 따르면, 작업중지권은 개별노동자에게 작업거부권이 부여되는 1단계, 노조가 작업중지를 요청하는 2단계, 노조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하는 3단계, 산업안전요원이 작업을 중지시킬 수 있는 4단계로 구분된다.

스웨덴, 노르웨이 등 유럽국가들은 4단계 작업중지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미국은 3단계의 작업중지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단계만을 보장하고 있는 현실이며, 현재 단체협약과정에서는 3단계의 보장을 쟁점으로 노사가 대립하고 있다. 조 실장은 국내제도 개선방안으로 △작업중지권 행사시 불이익 금지 조항 마련 △손해배상 책임 등에 대한 작업자 보호조항 마련 △작업재개에 대한 판단주체마련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