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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국보법은 온 국민의 권리 침해”

국보법 폐지 위한 공청회 열려


지난 5일부터 진행중인 ‘국가보안법 철폐투쟁 주간’을 맞아 6일 오후 2시 서강대에서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국보법의 자의성 및 김영삼 정권의 국보법 적용에 관한 발제와 ‘국보법 철폐투쟁의 방법’ 에 대한 논의가 주요하게 진행됐다.

김순태 방송대 교수는 국보법 제2조(반국가단체에 대한 정의) 제3조(반국가단체 결성) 제7조(찬양.고무 및 이적표현물 소지 등)의 검토를 통해 “국보법은 객관적.외부적 행위보다는 내심.사상을 기본적인 처벌대상으로 한다”며 “이는 전 민중을 잠재적 범죄인으로 만들어 놓고, 이들을 자의적으로 선별.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 정부의 국보법 인식과 관련해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사무국장은 “김영삼 정부와 인권단체간의 국보법에 대한 인식차이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며 “남북분단 상황을 핑계삼아 국보법 개정의 의사를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 현 정부의 태도”라고 밝혔다.


중산층과 함께 할 방안은?

이날 공청회의 주된 논의는 ‘어떻게 국보법 폐지운동을 벌여 나갈 것인가?’ 로 집중되면서, 대중적 여론화를 위한 방법론과 당사자 해결 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주장 등이 다양하게 제시됐다.

장호순(인권운동사랑방 운영위원) 씨는 “국보법은 통일을 준비하는 사회적 담론 형성을 가로막고 있다”며 “국보법에 의한 피해 대상에 중산층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여론화함으로써 무관심한 다수의 중산층이 동조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상만(전국연합 인권위 간사) 씨도 “국보법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아직도 미흡하다”고 전제하며 “구호성 운동에 집착하는 것 보다는 다양한 활동방식의 개발을 통해 여론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김광수(노동자 중심의 진보정당 추진위원회 정책실장) 씨는 “국보법 개정운동과 달리 국보법 폐지운동은 그 수준에 맞는 투쟁의 형식이 필요하다”며 “중산층을 설득하는 것이나 이벤트성 사업보다는 피해당사자들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투쟁을 통해 국보법 철폐운동의 물꼬를 터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권’ 시각에서의 접근

한편 국보법 철폐운동을 ‘인권’의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등장했다.

홍승기 진보정치연합 정책국장은 “대중적 여론화는 시민권의 확대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국보법은 자유권에 대한 침해’라는 논리를 더욱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준식 인권운동사랑방 대표도 “안보 문제나 불안감 등의 관점에서 벗어나 ‘권리’라는 개념을 통해 접근할 때만 중산층의 호응을 비롯해 더욱 강력한 투쟁을 벌일 수 있을 것”이라 지적했다.이밖에도 현재 진행중인 노동법 개정운동 및 과거청산운동과 관련해 김순태 교수는 “노동법 개정운동에 힘을 실어주고 이 성과를 통해 국보법 폐지운동의 자신감을 획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수구세력의 반동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한 전두환․노태우 사면저지운동도 국보법 폐지와 무관하지 않은 일”이라 밝혔다.

한편, 국보법 철폐운동의 연대와 공동대응 문제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대체로 공동기구 설치와 참여의 필요성, 장기적.지속적 사업으로서 이를 담당할 상시기구의 마련에 동의했다. 그러나 그간의 공동기구가 모두 실패로 끝났던 경험에 비추어 “한시적이라도 제 단체가 국보법 투쟁에 전력을 기울이는 경험을 갖는 것이 우선 필요하고 그뒤에 상설기구를 구성하자”는 제안이 나왔으며, “개정운동을 벌이는 시민단체와의 연대를 모색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