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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국가보안법을 향한 일편단심

대법원까지 국보법 존치 주장 … 여전히 냉전적 사고 못 벗어나

헌법재판소가 국가보안법(아래 국보법) 7조에 대해 합헌 결정을 한 데 이어, 대법원이 국보법 위반 사건에 대한 판결을 통해 국보법 존치의 필요성을 강하게 피력해 편협하고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함을 여실히 보여줬다.

지난달 30일 대법원 1부(주심 이용우 대법관)은 대학생 이아무개 씨 등 전 한총련 대의원 2명에 대한 국보법 위반 사건 판결에서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유지하며 각각 2년6월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남북 사이에 평화와 화해를 위한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되고 있다 하더라도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이 소멸하였다거나 국보법의 규범력이 상실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견해"라며 원심 확정 이유를 밝혔다.

특히 대법원은 최근 국보법 폐지 흐름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에 대한 반대의 입장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북한이 이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시키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이 없다거나 혹은 형법상의 내란죄나 간첩죄 등의 규정만으로도 국가안보를 지킬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국보법의 규범력을 소멸시키거나 북한을 반국가단체에서 제외하는 등의 전향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며 국보법 폐지에 대해 직접 거론했다. 이어 "북한이 50여 년 전에 적화통일을 위해 무력남침을 강행해 민족적 재앙을 일으켰고, 향후로도 북한이 직접 또는 간접 등 온갖 방법으로 우리의 체제를 전복시키고자 시도할 가능성이 항상 열려 있다"고 강조, "이러한 사정이라면 스스로 일방적인 무장해제를 가져오는 조치에는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국보법 존치 입장을 드러냈다.

대법원의 국보법 존치를 향한 일편단심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적 표현물 취득, 소지죄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표현의 자유, 사상과 양심의 자유 등이 보장되어야 하므로 체제를 위협하는 표현 등의 자유까지도 널리 허용해 주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적 정당성을 제고시키는 길이라는 등의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오늘날 북한에 동조하는 세력이 늘어가고 통일전선의 형성이 우려되는 상황임을 직시할 때 체제수호를 위하여 허용과 관용에는 한계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권운동사랑방 박래군 활동가는 "대법원이 레드 콤플렉스에 젖어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판결로 시대적 변화를 읽지 못하고 과거 50여 년간의 판례에 갇혀 고리타분한 판결을 내리고 있다"며"이미 북한을 통일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많은 법들과 다른 해석을 하며 스스로 대법원의 권위를 깎아 내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사법부가 정치적인 논리가 아니라 인권의 관점에서 판결을 내려야 한다"며 "이와 같은 자의적 해석을 통한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국가보안법 폐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도 성명을 통해 "대법원이 정치적 의사표현을 함으로써 스스로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국가보안법에 대해 지극히 퇴영적이고 일방적인 논리만을 대변하며 편향적인 견해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