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에서 확인한 인권의 사각지대
9일 오후 명동성당. 양심수 석방을 위한 캠페인이 한창인 이 곳에서, 또 한편에 자리하는 인권의 사각지대, 인권침해의 현장을 확인했다.
명동성당 옆에 자리잡고 있는 계성여고. 이곳을 거쳐간 수많은 선배들과 마찬가지로 이 학교 학생들은 늘상 농성과 시위의 현장을 눈 앞에서 경험해 왔다. 이날도 학생들은 양심수 석방을 외치는 목소리 한 가운데 자리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을 바라보며 기자에겐 당연한 물음이 생겼다. ‘학생들은 이러한 일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학생들을 만나 궁금증을 풀어보고 싶었지만 아무런 대답도 얻을 수 없었다.
기자가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려던 순간, 누군가 이들을 호령했다. 다급하게 돌아서는 학생들과 함께 가보니 윤리선생님이란 분이 학생들을 학교 안으로 내몰고 있었다. 기자의 설명을 듣고 나서도 그 선생님은 한 마디로 요청을 짤라버렸다.
“저건 다 미친 짓이야. 애들은 저런데 관심 없어!”
아이들의 관심사항을 모조리 알고 있다는 윤리선생님과 자신의 관심마저도 선생님의 호령 한 마디에 봉쇄해 버려야 학생들이 사는 곳, 인권의 사각지대가 거대한 몸집으로 눈 앞에 서 있었다.
‘물어볼 자유’를 박탈당한 채 돌아선 기자는 또 다른 여고생들을 만났다. 영광여고생이라 소개한 이들은 시민가요제에 참석하기 위해 왔다고 밝혔다. 이날 저녁 명동성당에선 캠페인 행사의 하나로 제3회 양심수를 위한 시민가요제가 열릴 예정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양심수를 아느냐’는 물음에 대한 이들의 답변은 의외였다. 이들은 ‘양심수’라는 단어를 처음 듣는다며, “양심수가 사람이름인가요?”라고 되물었다. 한편으론 당연한 대답이겠다 싶으면서도 또 한편에선 뭔가 잘못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러나, 선생님의 소개로 명동을 찾았다는 학생들의 설명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