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협 등, 정부에 인권외교 정책 수립촉구
한국인권단체협의회와 동티모르연대모임 준비위원회는 지난 주말 벨로주교와 조세 라모스 오르타씨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환영하며 이번 수상이 민족자결권을 빼앗긴 채 20여년 동안 고통받아온 동티모르인들에게 커다란 격려가 되길 희망했다. 또한 동티모르를 침략한 인도네시아 정부를 정치․경제적으로 후원해온 한국정부와 기업이 이번 수상을 계기로 보편적 인권에 입각하여 올바른 관계를 정립할 것을 촉구했다.
75년 인도네시아의 무력침공으로 시작된 동티모르의 비극은 전체 인구 70-80만명중 1/3인 약 20-30만명의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심각하다. 특히 91년 11월 평화적 시위를 벌이던 민간인에게 인도네시아 군대가 무차별적으로 발포해 사망 2백73명, 실종 2백55명, 부상 3백76명이라는 참극이 벌어졌다. 이 산타크루즈 학살사건은 80년 광주학살 비극을 연상시키고 있다. 그동안 국제앰네스티 등 국제 인권단체들이 동티모르 독립지원 운동을 벌여왔으며, 95년 51차 유엔인권위에서 호세 아얄라 라소 인권고등판무관의 동티모르 방문이 결정되기도 했다.
이러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강대국과 아시아 주변국가들은 자국의 국익을 앞세워 심각한 인권침해를 외면해 왔는데, 최근 유럽연합 등이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한 ‘인도네시아의 국민차 정책’에 기아자동차가 관련돼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인권하루소식 9월 21일자 참조>.
93년 첫 방한, 외무부 면담 거절
한편 국내에서의 동티모르 독립을 위한 인권단체들의 움직임은 93년을 시작으로 매년 동티모르 독립운동가의 방문과 연대로 이어져 왔다. 93년 11월 전국연합 인권위원회 초청으로 국내 처음으로 마리 빈 아무드 알카티리(47, 독립혁명전선 외교부장) 씨가 방한해 국내 언론과 사회․인권단체 등에 동티모르 문제를 소개하고 민간단체의 지지를 호소했다. 당시 외무부는 알카티리 씨와의 면담을 거절했다.
이듬해 11월30일 인권협 초청으로 동티모르독립운동가 로케 로드리게스(47) 씨가 두번째로 방문했을 때, 방한 기간중 국내 최초로 인도네시아 대사관 앞에서 동티모르의 자결권 보장과 동티모르 양심수 자나나 구스마오 씨의 석방 촉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리고 작년 12월초에는 노벨평화상을 공동수상한 조세 라모스 씨가 비공식으로 방문했으며, <인권하루소식>은 조세 라모스 씨와의 인터뷰 기사를 실은 바 있다. 당시 그는 5․18항쟁과 산타크루즈 대학살을 비교하면서 불처벌에 관한 유사한 역사적 경험을 가진 한국에서 동티모르독립운동 캠페인이 활발히 진행되길 희망했다. 또한 한국정부측에 동티모르에서 인도네시아 군대가 철수하고 독립을 위한 주민투표를 할 수 있도록 유엔에서 지지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동티모르 연대모임 창립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최근 동티모르연대모임 준비위원회가 구성되었고, 오는 11월 12일 산타크루즈 학살추도일에 맞춰 창립발기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인권협은 성명에서 “국내언론들의 무관심과 한국정부의 냉대로 그간 활동이 큰 관심 끌지 못했지만 이번 수상을 계기로 동티모르 문제 해결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