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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안하무인 공권력, 고개 숙인 대학

청년 문화행사, 번번이 원천봉쇄

연세대 사태 이후 정치집회에 대한 탄압과 봉쇄를 일삼던 공권력이 문화행사마저 위협, 무산시키고 있다. 여기에 대학당국까지도 공권력의 횡포에 일익을 담당하고 나서 자유와 지성으로 불리던 이름을 무색케 하고 있다.

고려대에서 불허 통보를 받고 19일 성균관대에서 열릴 예정이던 ’96 노동․청년․학생 문화제「희망」과 20일 동국대에서 열릴 예정이던 진보민청 주최의 「청년문화제」가 결국 무산됐다. 이 행사들은 국가보안법 철폐, 노동악법 개정 또는 외국인노동자와 4인 이하 영세사업장 노동자의 인권 보장 등을 위한 평화적 문화행사로 기획됐으나, 학교당국이 장소사용을 불허했고 경찰측은 공권력을 투입하며 행사를 원천봉쇄했다.

행사를 불허한 고려대, 성균관대, 동국대측은 모두 “연세대 사태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과 “행사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주요한 이유로 설명하고 있다. 고려대 학생과장은 “국가보안법 철폐, 노동악법 개정 등을 요구하는 행사는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고, 성균관대 학생과장도 “연대 사태 이후 외부행사는 절대 금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내용상 문제가 있으면, 문화제 행사건 뭐건 절대 불허할 것”이라 밝혔다.

연세대사태 이후 심각해진 ‘공안당국 눈치보기’ 경쟁도 이번 사태의 직접적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동국대 학생처 관계자는 “동국대 학보사건 등으로 학교가 어려운 처지다. 평상시라면 허용할 수 있는 행사지만, 기관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전화를 해서 허가할 수 없었다”며 공안당국의 압력을 시인했다

오랜 준비 기간 끝에 예기치 못한 사태를 맞은 주최측은 즉각 대학당국의 반지성적 작태와 정부의 공권력 남용을 규탄하고 나섰다. 진보민청은 “1억5천만원씩 들이면서 경쟁적으로 열린음악회를 유치하는 대학이 인권을 위한 청년문화행사를 불허하는 것은 정권 앞에 알아서 고개 숙이는 과거의 구습을 반복하는 것”이라며 대학당국의 자숙을 요청했다. 「희망」준비위원회측도 “문화제 원천봉쇄는 한총련 사태 이후의 보수기류와 공안탄압기류에 편승한 현정권의 민주주의적 권리에 대한 탄압의 최극점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정부를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