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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3일 동안 9백명 실망과 분노의 목소리 담아"

김 대통령에 엽서보내기 현장

지금 서울의 한복판 명동거리에서는 '날치기 안기부법·노동법 무효화를 위한 범국민서명운동'이 한창이다. 서울 제일의 번화가답게 항상 시민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한 명동거리지만 요즘들어 특히 발길이 몰리는 곳은 바로 범국민서명운동이 벌어지는 상업은행 앞 테이블 주변이다. 이 자리에선 범국민서명운동 외에도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청와대 엽서보내기 운동'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데, 김 대통령에 대한 실망에서부터 분노와 비난에 이르는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생생하게 울려 나오고 있다.


노동자도 한 식구인데…

"김영삼대통령 아저씨께. 고3여학생입니다. 어린 저지만 너무 화가 났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너무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노동자=농민=우리 식구들인데 어떻게 그런 중요한 민생법을 새벽에 여당 참여로만 부결할 수 있는지… 이게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건가요?"

"난 당신이 크리스천이라는 사실이 부끄럽습니다"라는 한 교인의 분노와 연세대 신과대 학생의 정중한 권유도 눈길을 끈다. "김영삼 장로님! 하나님이 지금도 눈을 뜨고 지켜보고 계십니다. 하나님과 국민의 심판을 두려워하시고 회개하세요"

신세대다운 신랄한 비꼼과 은유적 경고들은 분노마저 즐겁게 한다. "단풍관광, 꽃놀이는 봤어도 겨울철 국회의원들의 날치기 관광은 첨 봤습니다. 관광버스 타시고 갈 데가 그렇게 없었습니까?" "이런 말 들어보셨나요. 낙동강에 수많은 엄지손가락이 떠다닌다는… 바로 대통령을 찍은 손을 모두 잘라버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힘들면 물러나세요"

6일부터 8일까지 엽서보내기에 참여한 인원은 9백명에 달한다. 대통령의 태도변화를 기대하는 사람에서부터 단호하게 퇴진을 주장하는 사람들까지 그 표현은 다양하지만 질타와 비난의 목소리만은 한결같다.

"대통령입니까 깡패입니까. 야당 때는 안 그렇더니 변했군요. 실망이 대단합니다"
"독재타도, 민주화를 외치던 그 시절을 기억하십니까?"
"개혁이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군요. 98년에 백담사 가시려나"
"각하도 내후년쯤엔 법정에 서게 될거요"
"민중의 분노는 극에 달했습니다. 역사가 당신을 처단할 것입니다"
"각오하고 계십시오. 97년 정축해에 우리는 기필코 당신을 권좌에서 끌어내릴 것입니다. 우리는 결코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7일 연두기자회견에서 김 대통령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보란 듯이 무시했다. "정치하시기 힘드시면 물러나세요. 이상한 짓(?) 하지 마시고…" 김 대통령은 이 시민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경청해야 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