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자·교육청 발뺌 "재단 소관일 뿐"
재단비리와 열악한 교육환경 때문에 빚어진 경기여상 학생들의 수업거부 사태에 대해 학교측이 이를 교사들의 선동에 따른 사건으로 몰아가고 있다.
24일 휴업령 공고에 이어 25일 김정남 교장과 신철균 교감은 양철원 씨 등 교사 5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으며, 이 학교 박찬선(상업), 이양희(과학) 교사는 윤미옥(총학생회장) 양 등 학생 4명을 폭행 혐의로 남대문서에 고발하는 등 추태가 극에 달하고 있다.
윤 양 등 학생 4명은 이날 경찰의 소환에 따라 남대문서에서 4시간 30분 동안 조사를 받았으며, 양 교사 등도 경찰의 출두요청을 받았다. 오후 5시까지 강력반 등에서 조사를 받은 학생들은 경찰로부터 "어느 선생이 배후인물인지 대라"는 등의 추궁을 받았다고 밝혔다.
"배후 선생 누구냐" 추궁
이번 사태에 대한 일선 교육행정가의 인식도 학교측과 다를 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일부 교사들이 학생들을 선동해서 수업을 거부하게 했다"며 "이번 사태는 이념이 개입된 교사간의 다툼"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사들간의 싸움에 교육청이 나설 수는 없는 게 아니냐"며 "재단이 알아서 할 일이지 교육청이 개입할 사안이 못된다"고 잘라 말했다.
학부모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지고 있는데, 이날 오전 학부모들은 학교에 모여 대책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재단을 상대로 협의에 나서기로 했다. 학부모들은 "현 사태를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김일윤 설립자는 자신이 학교운영에 관계하고 있는지 여부를 이번 기회에 확실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것으로 알려진 김일윤(신한국당 의원) 설립자측은 "오랫동안 학교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경기여상 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의원의 보좌관은 "학교가 전혀 통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설립자가 나서는 것은 시기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의 관계자는 학생과 교사들의 사퇴압력을 받아온 신철균 교감에 대해 '결격사유'가 있어 임명을 취소시켰다고 밝혔다. 또한 이 관계자는 학교측에 휴업령을 취하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