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기독병원 501호 병실은 이제 새로운 환자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황화탄소 중독증으로 9년 가까이 투병생활을 해왔던 조병수 씨가 지난 14일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조 씨가 지내던 501호 병실과 나란히 위치한 503호, 504호는 역시 원진 직업병 환자인 홍엄표(54), 정명섭(54) 씨의 병실이다. 89년부터 이 병원에 입원중인 정명섭 씨는 병실 천정을 바라보며 눈만 껌뻑일 뿐, 말을 할 수도 움직일 수도 없는 처지이다. 코와 목에 구멍을 뚫어 기다란 호스를 꽂고 있는 그의 옆자리에서 가족들은 지치고 힘든 간병생활을 9년째 지속해오고 있다.
홍엄표 씨의 부인 신영희(42) 씨는 지난해 12월부터 남편의 병실을 대신 차지하고 있다. 7년간의 간병끝에 병이 난 것이다. 부인이 병으로 드러눕자 홍 씨는 중환자실로 내려갔고 초등학교 6학년, 3학년인 두 딸은 어머니를 돌보며 병실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홍 씨의 가족은 산재보상금으로 나오는 월 1백10만원으로 생계를 꾸려왔다. 그러나, 매달 들어가는 부인 신 씨의 입원비용 때문에 빚만 늘어가는 것도 그 가족의 또 다른 고통이다.
501호 병실은 또다시 원진 환자의 차지가 될지 모른다. 조 씨가 사망한 다음날인 15일 또 다른 직업병 환자 박재문(55) 씨가 반신마비와 언어장애 증상을 보이며 중환자실에 입원했기 때문이다. 박 씨의 가족들은 그가 “두통을 호소해온 것 말고는 건강한 편이었는데 갑자기 쓰러졌다”고 전했다. 주치의는 “이황화탄소 중독에 따른 뇌출혈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94년 직업병 판정을 받기 전부터 박 씨는 줄곧 두통을 호소해 왔으며, 병원에서 약을 타다 먹어도 증상은 계속됐다고 한다. 고통스러워하는 박 씨에게 주어진 처방은 고작 ‘사리돈을 복용하라’는 것이었다는게 가족들의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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