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단체․학생회 통신 ID 줄줄이 정지
사회단체 및 각 대학 학생회에서 사용하는 컴퓨터통신 ID가 줄줄이 삭제 당하고 있다. 이에 통신동호인들은 이번 사태를 ‘통신공간에 대한 검열’로 받아들이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24일부터 31일까지 컴퓨터통신 ‘나우누리’의 등록자 가운데 삭제된 단체 및 ID는 무려 33개에 달하며, 그 가운데에는 cemter(전국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인천연합(민주주의민족통일인천․부천연합) 및 애국한양, 고려총학, 전남총학 등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천리안’과 ‘하이텔’ 등에서도 “국가보안법 또는 집시법 위반에 해당하는 내용을 올렸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한총련 관련 글들이 삭제 당하고 있다.
인천연합의 경우, 나우누리에 등록한지 한 달도 안됐으며, ID를 사용해 게재한 글도 ‘하나의 대회(8․15범민족대회) 성사를 위한 호소문’ 하나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연합 관계자는 “집시법 5조2항(공공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를 선전하거나 선동해서는 안됨) 위반을 이유로 전기통신사업법 53조를 적용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정보통신부(정통부)가 ‘협조공문’이라는 교묘한 형식을 빌어 사실상 압력을 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노총 정보통신담당 최세진 씨는 “ID삭제가 정통부의 ‘요청’에 의해 진행됐지만, 실질적으론 정통부의 명령에 따른 조치로 보아야 하며, 이는 정치적 검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나우누리측도 통신인들의 반발이 거세자 “이번 조치가 나우콤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것이 아니라 정통부 장관의 명령을 집행한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하이텔 참세상은 “불법시위를 선동했다는 이유로 한총련 관련 게시물을 삭제하라는 요청이 왔다”며 “삭제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사용계약과 사업자신고를 취소 당해 운영이 폐쇄될 것”이라고 밝혔다.
ID의 사용중지는 통신상의 사형선고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며, 따라서 통신동호인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나우누리 진보통신모임인 ‘찬우물’, 천리안 사회비평동호회 ‘희망터’, 정보통신검열철폐시민연대 등은 잇따라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를 강력히 규탄했다.
민주노총도 2일 최근 사태와 관련한 성명을 발표하고 “이번 사태는 명백한 정치적 언론검열”이라며 △무단 사용 중지된 ID의 즉각 복구 및 공식사과 △국민의 알 권리,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보장 △전기통신사업법 53조의 즉각적 개정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