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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으로 읽는 세상

황교안 국무총리 임명으로 우리 사회가 견디어야할 것들(20150624)

가뭄과 메르스, 경제 불황.... 그로 인한 불안과 공포가 한국사회에 팽배하다. 줄곧 40%대를 유지하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도 30%대로 뚝 떨어졌다. 박근혜 정부는 이 위기를 돌파하고자 두 달간 공석이었던 국무총리에 ‘황교안’ 씨를 선택했다. 그런데 왜 황교안 씨였을까?

황교안 씨는 ‘공안 프레임’을 짜는 데 있어서, 동물적인 감각을 타고났다. 한국사회에서 공안의 감각이란, ‘내 편을 잘 결집시킬 수 있는 능력’의 다른 이름이다. 박근혜 식 내 편은 한국전쟁, 분단, 유신체제,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만들어온 이들로 그 체제 하에서 특권을 누려온 사람들이기도 하다. 당장, 박근혜 정부는 많은 난관에 봉착해있다. 가뭄과 메르스, 경제 불황은 말할 것도 없고 박근혜 정부 들어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무원연금, 노동시장 구조 개편 등 과제가 산적하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박근혜 정권은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을 규합하고 이들의 힘을 등에 업고 지지율을 올려야 할 조건에 봉착해있다. 그래야 그녀가 추진하는 정책이 탄력을 받으면서 수행할 수 있으니까. 

이를 위해 박근혜 정권은 자신을 지지하는 그룹과 지지하지 않는 그룹을 나누고, 지지하지 않는 그룹(혹은 박근혜 정권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분리시켜 ‘사회질서를 해치는 범죄자’로 이미지화를 시도 한다. 동시에 ‘범죄자’는 언제든지 뒤지고 잡아들이고 가둘 수 있다는 공공연한 사회적인 합의를 만들어간다. 이 사람들을 도와주면 너희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친절한 경고와 협박까지 아끼지 않는다.


황교안 식 공안 프레임은?

그래서 공안정국 하면 떠오르는 전통적인 이미지 ‘납치, 고문, 조작, 살인, 불법’과는 다른 프레임으로 공안이 만들어진다. 황교안 식 공안 프레임은 명분이야 국가안보이겠지만 실재로는 ‘편 가르기, 내편 결집시키기, 내편 아닌 그룹 가차 없이 대하기’로 요약할 수 있다. 그래서 황교안 국무총리가 6월 22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공안정국 의혹을 강하게 거부하며 “공안정국은 올 수도 없고 오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한 속내를 잘 살펴야 한다. 

국회에서 총리임명동의안이 통과되었다는 속보를 보면서, 불안한 예감이 엄습했다. 메르스 정국으로 국회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안 표결을 가뿐하게 넘긴 황교안 국무총리는 6월 18일부터 공식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취임 다음날 경찰은 416국민연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또한 6월 23일 민주노총 4월 총파업 투쟁을 했다는 이유로 소환조사가 예정되어 있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체포영장을 재청구하였다. 이미 검경은 민주노총 활동가 4명을 구속하고 20여명에게 소환장을 보냈다. 압수수색이나 소환, 구속된 이들의 혐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아래 집시법)과 일반교통방해죄 위반 정도이다. 황교안 국무총리에게는 국가보안법이나 집시법이 모두 ‘공안’을 휘두를 수 있는 훌륭한 칼이다. 실제 그는 국가보안법이나 집시법을 해설한 저자이기도 하다. 


<『국가보안법 해설서』, 1998년>에서 5.16 쿠데타를 '군사혁명'이라고 표현. 4.19 혁명에 대해 "극도의 사회혼란을 틈타 북한 공산집단의 대남공작 활동이 강화되고 남한에 잠재해 있던 좌익·좌경 세력이 준동하기 시작한 계기"라고 평가.

<『집회·시위법 해설』, 2009년>에서 이명박 정부 초에 벌어진 미국산 쇠고기수입 반대 시위에 대해 "밤마다 서울 도심의 교통을 마비시키고 3조7500억 원에 이르는 사회적 손실을 야기했다"라고 비판.



황교안 국무총리 역할은 물타기, 쟁점 흐리기, 버티기, 방패막이!

황교안 씨는 ‘국무총리’로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훌륭한 방패막이 노릇을 할 것이다. 그가 살아온 이력은 앞으로 그의 행보를 예상케 한다. 그가 법무부 장관으로 있을 때 세월호 특별법 제정 당시 ‘민간 기구에 수사권을 줄 수 없다’고 하며 진실은폐를 솔선수범했다. 구조 실패에 대한 공직자들의 책임을 해경123정장 단 한명만 업무상 과실치사로 기소하도록 하였다. 그는 국정원 댓글 사건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것에 극구 반대하였다. 수사방해는 말할 것도 없다. 세월호, 메르스 괴담 유포자를 처벌하도록 관계부처대책회의를 주선하기도 했다. 성완종 리스트 수사 국면에서 별다른 혐의가 없으면서도 야당 의원까지 수사를 확대한다든가 성완종을 사면복권한 전직 권력을 물고 늘어지고 있다. 

앞서 거론된 사건들에 공통점이 있다. 이슈가 해결되는 과정에 ‘개인’만 남고, 사회질서와 구조의 문제를 묻는 ‘국가 책임’은 잘 은폐되었던 점이다. 황교안 씨는 권력의 책임을 물을 수 없도록 끝까지 방패막이를 자임했다.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만들어온 권력이 든든한 배경으로 버티고 있기에 황교안 씨는 세월호 참사, 국정원댓글 사건, 성완종리스트까지 ‘물타기, 쟁점 흐리기, 버티기, 방패막이’ 등 교활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당장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이 황교안 국무총리에 의해 방해받을까 우려스럽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에 의한, 대통령을 위한, 대통령의 국무총리로 역사에 기억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