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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어디에서 오는가?

[인권을 꿰고 깨고] 인권탄압 예고편이 현실로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 지 두 달이 지나가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사람들은 무언가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기 마련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은 이명박 정권이 다른 것은 몰라도 경제 살리기는 할 것이라고 기대했을 것이다. 그의 핵심 공약 ‘747’은 경제 살리기에 대한 대중의 욕망을 대변했다. 그리고 그 욕망은 4월 9일 총선으로 이어졌다. 한나라당은 과반 의석 확보에 성공하여 이제 중앙정치무대와 지방정치무대까지 완벽하게 장악하였다. 총선에서 과반수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뉴타운 개발 공약 ‘덕분’이었다. 그러나 정권 출범 두 달, 총선이 20일 정도 지난 지금 대중들의 기대와 욕망은 한갓 물거품으로 변할지도 모르는 상황을 맞고 있다.

정부, ‘747’ 공약 수정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 직접 나서서 7%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국제유가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가 급등하고 있는 세계시장, 그리고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미국 발 경제침체의 영향은 이미 예고되고 있었다. IMF조차도 올해 세계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겨우 모면할 정도라고 연초부터 예상하지 않았던가. 이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4조 5천억 원 정도의 추경예산을 편성해 내수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대통령의 발언도 한나라당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이제 국내외 경제연구소들에서는 올해 4% 성장도 어렵다는 현실적인 예상치를 내놓고 있다. 물가를 잡겠다고 관리대상 생필품까지 정하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물가도 여전히 빨간불이다. 다급해진 정부는 재벌기업들을 독려하여 투자를 늘리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마치 박정희 정권 때처럼 대통령 앞에 가서 전경련 회장이 기업들의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대통령은 이들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한다. 최근에 박미석 사회복지수석의 사임을 계기로 다시 1%의 부자 내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대통령의 말 한 마디나 정부가 내놓는 대책은 소수 부자들의 소득만 늘리는 방향의 것들뿐이다.

대통령이 직접 말했듯이 당분간 7% 성장도, 6% 성장도 어려울 것이다. 성장 기반을 갖추면 몇 년 후에는 가능해질 것이라고 하는데, 그것도 그때 가서 봐야 할 뿐이다. 한국경제의 체질 상 국제 경제조건이 뒷받침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당분간 국제 경제사정이 나아지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미국경제만이 아니라 유럽의 경제도 침체국면으로 접어들었고, 중국도 올림픽이 끝난 후 경기거품이 빠지면서 세계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들이 있으니 말이다. 이런 경기침체는 필연적으로 서민들을 비롯한 민중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게 된다. 물가의 폭등으로 생활은 더욱 쪼들리게 되고, 더욱이 의료, 교육, 물 등이 시장으로 넘겨지면서 이에 대한 지출이 늘게 되면, 지금까지의 생활수준의 유지도 어려워지게 된다. 정부의 정책은 민중들의 희생 위에 소수 재벌을 비롯한 부자들의 부를 보존하는 방향을 확고하게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민의 건강권을 포기한 쇠고기협상 결과

영국 검머 장관이 햄버거를 먹으며 쇠고기 안전성을 홍보하고 있다. 그의 친구 딸 중 한 명이 광우병에 걸려 사망했다고 한다. [출처 : 민중언론 참세상]

▲ 영국 검머 장관이 햄버거를 먹으며 쇠고기 안전성을 홍보하고 있다. 그의 친구 딸 중 한 명이 광우병에 걸려 사망했다고 한다. [출처 : 민중언론 참세상]

아마도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FTA의 조속한 체결에 매달렸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미국경제가 침체국면에 접어들면서 미국 국민들의 소비도 위축되었다. 미국 내수도 위축되어 있기 때문에 앞으로 미국시장을 겨냥한 수출도 위기를 맞게 될 것이고, 한미 FTA를 체결한다고 해도 미국에만 유리하게 짜인 한미FTA 내용으로 봐서 그다지 한국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인데도, 심리적인 반전이라도 해보겠다는 심산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덜컥 미국산 쇠고기를 검역도 포기한 채 전면 개방하겠다고 약속해 5월부터는 무방비 상태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게 되었다.

이런 약속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4월15일부터 4박 5일 동안 다녀온 방미 때 나왔다. 이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캠프 데이비드에 초청되어 골프 카트를 직접 운전하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거기서 미국이 줄곧 한미FTA 체결에 걸림돌이라고 했던 쇠고기 문제를 전면적으로 수용했다. 광우병 검사 체계가 허술하기 이를 데 없는 미국의 30개월 이상된 소의 뼈까지 아무런 조건 없이 수입하겠다고 하여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런 우려는 아랑곳없이 이 대통령은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를 먹게 되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일본이 20개월 미만의 쇠고기를 수입하면서도 검역에서 걸리면 당장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것과는 큰 차이다.

하지만 이런 양보를 했다고 한미FTA가 체결될까. 미국 의회는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고, 민주당의 대선 후보들은 한미FTA 체결에 반대하는 입장을 갖고 있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은 되지도 않을 일을 갖고 떼를 쓰고 온 것이다. 한국의 야당들은 국회에서는 쇠고기 협상에 대한 청문회를 끌어냈다. ‘LA갈비’를 내주고 광우병을 끌어들이는 대통령, 그의 입장은 줄 도산할 축산 농가의 생존권도, 한국민의 건강권도 모두 안중에 없이 미국 축산업계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꼴이다. 광우병은 전염되지 않는다는 망발이나 하고 있고, 미국은 이번 한국과의 협상을 근거로 다른 나라에도 광우병 쇠고기의 전면 수입을 강요하고 있으니 세계인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미국의 전략적 하위 파트너가 되기로

이번 방미의 성과로 정부는 한미동맹을 복원했고, 미래의 전략동맹으로 한미 간의 관계를 격상했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무비자여행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도 손꼽는다. 미국 비자면제 문제는 사실 노무현 정부에서 한국민들의 개인정보를 속속들이 미국 정보기관에 넘기면서 전자여권을 도입하기로 하여 비난을 받았던 사안인데, 이것을 자신들이 이룬 것처럼 기만하고 있다.

어쨌건 이번 한미동맹의 복원, 전략동맹으로의 격상은 한국 측의 수사일 뿐이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주한미군을 28,500명 수준으로 동결한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대신 방위비 분담금을 상향 조정하기로 하고, 미국산 첨단무기를 구매하기로 하여 미국은 안방에 앉아서 잇속을 차릴 수 있었다. 그밖에도 무엇을 내주었는지, 이면합의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정확히는 알 수 없으니, 전략동맹이라는 선언 외에 구체적인 내용은 이후 실무회담을 통해서, 그리고 7월의 한미정상회담을 통해서 확인하기로 되어 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문제는 이런 회담의 성과가 미국이 구축하려는 미일동맹의 하위 파트너로 한국을 안정적으로 끌어들여서 미국이 주도하는 태평양안보협력체제를 현실화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중국이나 러시아는 이런 점에서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를 바라보게 되어서 구체적으로는 이 대통령이 말하는 자원외교도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결국 실용외교라고 하면서 건진 것은 껍데기이거나 오히려 비실용적인 결과를 낳을 것들만 챙기고 돌아왔다. 이런 손쉬운 상대인 이 대통령을 상대로 미국은 아프간 파병 카드를 다시 들고 나왔고, 지금 정부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이후 한미 간에 고위급 회담을 통해서 합의될 방향은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가 되겠다는 것이고, 그럴 경우 지금보다도 더 미국이 일으키는 전쟁에 빨려 들어갈 위험성이 커진다. 이번에는 합의하지 않았지만, 이후 PSI(대량학살무기확산저지구상), MD(미사일방어체제)에 편입되게 되면 한반도의 긴장은 더욱 높아지게 되고, 미국의 이익에 종속된 군사행동에 일방적으로 동원되게 될 것이다. 그럴 경우 한반도에서 평화적 생존권은 설 땅이 없는 채 미국의 전쟁에 연루되어 고스란히 한국민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

한편 이번 방미 기간 중에 확인된 중요한 사항은 미국은 이미 북한과 ‘4.8 싱가포르 합의’를 통해 북미 수교의 구체적인 일정을 잡아놓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라이스 국무장관이 5월에 북한을 방문하고, 부시도 7월에 방북한다는 일정들이 나오고 있는데, 북핵 문제에 대한 합의를 통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제외하면서 수교를 맺는 일정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점을 한국 정부는 방미기간 중에 미국에게 통보받았다고 하니 철저하게 한국정부는 무시되거나 배제되었던 것이다. 이게 미래의 전략동맹의 현실이다. 미국은 한국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채 독자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이 다시 확인되었다. 그러니까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만 일삼던 이 대통령이 뜬금없이 서울-평양 연락사무소를 제안했다가 북한에게 비난만 받았다.

17대 마지막 임시국회가 해야 할 일

17대 마지막 국회인 임시국회가 4월 25일부터 한 달 일정으로 열리고 있다. 임기 말의 총선 이후에는 보통 열리지 않던 관례를 깨고 열리는 국회이고, 이 국회에서 정부는 한미FTA 비준안 처리, 출총제(출자총액제한제) 폐지, 금산분리 완화와 같은 한국 경제의 틀을 변화시킬 중요 법안들을 줄줄이 처리하려고 하고 있다. 야3당이 반대하고 있어서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이지만, 이런 중요한 문제들을 졸속 처리하지 못하도록 감시가 필요하다.

한편 이번 국회가 제대로 가동이 된다면 반드시 해야 할 일들이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대학 등록금이나 학원 수강료를 잡을 대책들을 마련하고, 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여 세를 사는 서민들의 주거비를 줄일 수 있는 법안들을 처리하는 등 민생 관련 현안들을 처리하는 일일 것이다. 0교시 부활, 우열반 편성 허용, 학원의 학교 진입 허용 등으로 대표되는 교육정책은 공교육의 기반을 깡그리 뭉개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반대의 목소리를 법률 제정으로 반영해야 한다. 그리고 최근에 터진 옥션을 비롯한 인터넷 기업들에서 개인정보들을 유출한 경험을 반영하여 국회에서 잠자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제정하는 일도 뒤로 미룰 일이 아니다.

그리고 정부가 처리를 바라고 있는 몇 개 법안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심의해야 한다. 아동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국가 형벌권을 강화하고, 그들에 대한 위치추적과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 개정안들이 정부와 한나라당에 의해서 추진될 것이다. 이제 조금 차분하게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이 과연 아동성폭력 사건을 근절할 대책이 되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 있는 법과 제도들에서도 아동 성폭력 범죄를 비롯한 성폭력 사건에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은 마련되어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법과 제도가 좋고 성폭력사범들에 대한 형벌이 강화된다고 한들 성폭력범죄에 대한 경찰의 무사안일주의적 대응, 민생치안과 국민의 안전보다는 시국치안에 매달리는 경찰 수뇌부의 정치적 태도, 검찰과 법원의 성폭력범죄에 대한 관대한 처벌부터 바꾸어야 한다. 시국치안에 동원되는 경찰력을 일선현장으로 돌리는 일부터,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일들은 많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 대한 대책은 검찰과 경찰의 권력을 강화하고, 국민들의 일상을 철저하게 감시하는 감시, 통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다. 국가형벌권이 강화되는 것이 국민의 인권 후퇴로 간다면 그것은 진정한 대책은 아니다. 이런 문제점들을 포함한 법안들이 국회에 상정되면 17대 마지막 국회는 국민들의 불안 심리를 잠재울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무엇인가를 충분히 심의하여야 할 것이다.

장기투쟁사업장은 늘어만 가는데 진보진영은 장기적 전망을 두고 총체적인 대응 체계를 갖추고 있는가.

▲ 장기투쟁사업장은 늘어만 가는데 진보진영은 장기적 전망을 두고 총체적인 대응 체계를 갖추고 있는가.



인권탄압 예고편이 현실로

경찰은 불심검문에 불응하면 벌금을 물리는 법 개정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의심이 된다고 영장도 없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강제로 불심검문을 하겠다는 발상은 지금까지 확대된 자유의 영역이 축소되는 것을 의미한다. 전두환, 노태우 시절처럼 거리마다 경찰이 서 있고 사람들은 그 경찰들의 눈초리를 피해서 위축된 채로 거리를 걸어가야 하는 상황이 온다는 말이다. 총선에서 당선된 자유주의연대 대표인 신지호는 복면금지를 골자로 집시법을 개정하자고 다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임시국회는 17대 마지막 국회라서 제한적인 법률들만 처리하겠지만, 18대 국회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억압적인 법제가 대거 통과될 것이다. 그렇다면 입법운동의 전략도 수정되어야 한다. 민주노동당 5석으로 보수정당들이 지배하는 국회에서는 법안 발의조차 힘들며, 인권억압적인 법률의 제정을 막지도 못한다. 국회의 현실에서 18대 국회는 암담한 상황이 될 것인데, 그럴 경우 국회를 압박할 수 있는 여론을 어떻게 형성할 수 있는가가 문제가 된다. 진보운동진영이 대중들의 여론을 불러일으킬 실력이 있는가가 문제다.

내일은 메이데이다. 이미 노동운동에 대한 강경탄압을 수없이 예고해왔던 정부와 비정규직, 공공부문 구조조정 문제 등을 놓고 투쟁의지를 높이고 있는 노동계의 대결이 본격화되기 시작한다. 오는 5월 10일이면 구로의 기륭전자 노동자들의 농성투쟁이 천일을 맞는다. 서울 지역에만 비정규직 장기투쟁사업장이 50개나 된다고 한다.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민중들의 삶을 더욱 옥죄면서 1%의 부자만을 위한 정책을 쏟아내는 정부, 그리고 총체적인 후퇴가 예상되는 민주주의와 인권, 이런 것들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진보진영은 아직도 이에 대한 체계적인 대비를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한 군데의 둑이 뚫리면 곧 둑 전체가 무너질 텐데, 이런 총체적인 국면에 대한 총체적인 대응체계를 서둘러 짜야 하지 않을까. 서둘러야 할 일이다.
덧붙임

박래군 님은 인권운동사랑방(http://sarangbang.jinbo.net)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