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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장마시작…철거민 신음 쏟아져

문정동, 산천동 철거민 9가구


재개발에 밀려나거나 땅주인에게 내쫓긴 무주거자들에게 이번 장마는 한여름 뙤약볕보다 더한 고통이 될 듯싶다.

송파구 문정동에 위치한 일명 ‘신가촌’ 주민 3가구는 벌써 2주째 지붕 없는 잠자리 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시가 마을을 완전히 철거해버린 뒤부터 공원에서 노숙을 시작한 것이다.

‘신가촌’에서만 8년째 살아왔다는 고순애(65), 김춘복(67), 정상치(51) 씨의 가족들, 이들에겐 옮겨갈 집이 없다. 원래 서울시 소유의 땅이었기 때문에 주민들은 달리 보상을 받기도 어려운데다, 서울시 측에서 제시했다는 1백만 원의 이주비용으로는 방 한 칸 얻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반신불구의 남편과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아들을 둔 고 씨는 “어디 가서 월세조차 낼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한숨지었다. 마을을 헐고 정지작업을 마친 ‘신가촌’ 자리엔 곧 주차장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신가촌’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용산구 산천동 철거민 6가구의 처지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달 10일 6가구가 숙식을 같이하던 집 한 채마저 완전히 철거당한 뒤, 주민들은 공사장 옆에서 천막생활에 들어갔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천막은 찜통과 다를 바 없고, 비라도 올라치면 천막이 무너질까 걱정이다. 무더위와 장마 모두 주민들에겐 지독한 고통일 뿐이다. 관할 구청과 경찰서에서도 비가 내리는 날엔 사고가 염려돼 순찰을 나온다고 한다.

최근 재개발조합(조합장 김정식)측은 주민들에게 송파구 오금동의 임대아파트로 입주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산천동 철거대책위 위원장 박영자(39) 씨는 “아이들의 학교도 있고 생활의 터전인 이곳에 계속 살기 원한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주민들의 가수용시설 요구에 대해 조합 관계자는 “법대로 할 바는 다 했다. 비합법적 투쟁으로 욕심만 채우려하는 사람들과 더 이상 합의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공사지연으로 조합원 4백여 명의 경제적 피해가 10억원에 달한다”며 “철거대책위 주민들이야말로 인권침해자들”이라고 비난했다<인권하루소식 5월 2일자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