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경제적 이득이 인권보다 우선시되다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 HRW)는 12월 4일 연례세계인권보고서를 발표했다. 국제언론서비스(IPS)의 보도를 통해 그 주요내용을 살펴본다[편집자주]
“미국과 여타 강대국은 경제적 이득과 여타의 이권 추구로 97년에 발생한 심각한 인권침해 사안들을 외면했다.”
연례보고서는 특히 빌 클린턴 대통령의 행정부를 지목하여 심각한 인권침해에는 관용적이면서 국제적 인권제도의 강화를 방해하는 데는 ‘오만’하게 굴었다고 지적했다. 65개국의 인권상황을 다루고 있는 HRW보고서는 미국의 오만함의 증거로서, 제안된 국제형사법정(ICC)을 약화시키려 했을 뿐 아니라 대인지뢰금지협약에도 반대했다는 점을 들었다.
HRW는 1백여개국이 넘는 국가가 지뢰금지협약에 서명하는 결과를 낳았고, 강대국에 기대지 않고도 국제인권의제를 진전시킬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민간단체(NGOs)와 중·소 규모 국가들간의 새로운 협력에 주목했다.
“민간단체와 중·소 규모 국가들간의 협력이 현재 워싱턴에서 위세를 자랑하고 있는 국제인권제도에 대한 거대권력의 오만함을 능가할 수 있는 날까지 미국의 그늘을 벗어나야만 한다.” 아마도 이것은 클린턴의 인권정책에 대한 HRW의 가장 강력한 공격일 것이다.
오만한 클린턴 정부
보고서는 또한 인권은 보편적이라는 관점에서 아시아와 중앙아프리카에서 97년 내내 끊이지 않았던 인권에 대한 공격을 부각시켰다. “아시아적 가치”에 대한 일부 지도자들의 제기는 개인의 자유에 앞서 사회의 안정을 우선시하고 있으며, 이런 주장은 지난 7월 모하메드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수상이 세계인권선언의 공식적인 재검토를 요구한데서 절정에 이르렀다.
그러나, 7월 이후 동남아시아를 휩쓴 경제적, 환경적 위기는 앞서 제기된 주장을 무색케 했다. 그 와중에 동남아시아는 정부 책임성의 부재에 노출되었고 문제의 중심에 있는 정부 집행력에 대한 검토는 없었다.
서구의 지원자들에게 “군인 황태자”로 불려온 중앙아프리카의 새로운 지도자들도 “아프리카 문제에 대한 아프리카적 해결”이라는 구호하에 “아시아적 가치”와 유사한 개념을 도입했다. 이것은 단지 “일당 국가의 재순환되는 변형판”일 뿐이다.
전쟁, 혼란과 집단학살에서 회복되고 있는 나라들에서 개인의 자유에 앞서 안정이 선행되야 한다는 주장은 ‘억압’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용되었다. 97년, 이디오피아와 우간다의 결사의 자유 억압에서 부터 콩고와 르완다의 수천만의 시민학살에 이르기까지 ‘억압’은 정당화되었다. 보고서는 이러한 인권침해를 비판하지 않는 서구의 “도덕적 근시안”을 비난하였다.
“중앙아프리카에서의 엄청난 인권침해에 관대했다는 점에서 미국 정부는 특히 눈에 띈다”고 언급하면서 보고서는 “남아프리카의 상당수가 인권에 대한 굳은 약속을 막 보여준 시점에서 중앙아프리카 지도자들의 인권침해에 대한 국제적 묵인은 특히 실망스럽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특히 남아프리카, 보츠와나, 말라위, 잠비아에서의 강력한 인권 문화의 증진을 격찬했다.
제3세계 인권침해 묵인
미국에 대해 특히 냉혹한 HRW 보고서는 워싱턴이 인권문제에 대해 “선택적인 관여”를 하고 국제인권제도 강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이미 미국 정부가 하고 있는 것을 성문화하기만 한다면 충분히 포용할 수 있는 기준이 인권인데도 이를 냉소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했다.
보고서는 또한 미국과 여타 부유한 국가들이 경제적 이익과의 교환을 위해 중국의 인권개선에 대해 “약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앙아프리카에서의 심각한 인권침해에 관대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며 미국을 꼽았고, 콩고에서 저질러진 잔학행위에 대해 “침묵”한 대부분의 유럽 지도자들을 힐난했다.
인권침해를 묵인하는 반면에, “자국 군대에게 있을 수 있는 어떠한 위험도 피하고자 하는 펜타곤(미 국방부)의 횡포적인 선점”은 보스니아에서 전범의 체포를 가로막았고, 싸움으로 피폐해진 이나라의 장기적 평화의 전망에 먹구름을 드리웠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NGO와 정부 협력이 지도력 발휘
그러나, 세계 인권에 대한 조사가 전부 나쁘기만 한것은 아니다.
대인지뢰금지협약의 체결로 인해, 민간단체와 중·소 규모 정부간의 “새로운 협력”은 “주류세력의 참여가 부족한 시기에 인권의 보편성의 원칙과 인권에 대한 강력한 옹호를 주장함으로써 중요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